[커머스BN] 중소 이커머스가 보는 티메프 사태 (feat. 정부 규제는 어떻게 작동해야 하나)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에서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 4사가 모였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연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이 바라본 티메프 사태와 해결방안’ 긴급 간담회 때문입니다.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는 역시 티메프 미정산 사태입니다. 이전부터 여러 우려가 제기되었음에도, 이번 사태가 일어나자 정부와 일부 국회의원은 급하게 규제를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다소 성급하게 전면적인 규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에스크로 전면 도입, 정산 주기 단축 등이 대표적인 예시죠.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이라는 사실입니다. 관련 협단체에서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예시로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을 예시로 들고 있는데, 당사자들이 직접 입을 연 거죠.

업계에서 규제에 대해 긍부정으로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중소 이커머스 대표들은 의외로 규제에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필요한 시점이긴 하다는 거죠.

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이날 참석한 대표들은 실무와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을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참여업체들은 어떤 곳이며, 업체 대표들은 어떤 점을 우려하고 있을까요? 이날 긴급 간담회에서의 논의와 질의응답을 살펴봅시다.

 

먼저 이날 참여한 이커머스 플랫폼 4곳과 이들이 이번 사태로 받은 피해는 어떨까요?

트립비토즈 정지하 대표 : 호텔을 거래하는 여행 예약 플랫폼입니다. 트립비토즈 플랫폼에서의 예약 고객을 숙박 홈페이지에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하고요. 이번 사태에서는 예약 시 트립비토즈 플랫폼만 활용해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았습니다. 

다만 간접적인 피해가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주장이네요. 그는 “트립비토즈는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자체 페이를 준비해 출시하려고 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이와 같은 페이먼츠가 멈추고, 올해 하반기 내에는 어디도 통과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머스트잇 조용민 대표: 2011년 설립해 14년째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명품 전문 플랫폼입니다.

조 대표는 이번 사태에서는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하면 직매입 물량 중 재고 상품을 처리하기 위해 입점한 큐텐 계열사입니다. 이는 소액으로, 정산을 받지 못했다고 하네요. 

이에 더해 간접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 대표는 “커머스 플랫폼에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규제 관심이 된 건 플랫폼 업계 당사자로서 좋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하며, 이번 사태로 입점 판매자들이 피해를 입어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습니다. 그는 “플랫폼에 입점해 정산을 받지 못한 입점 사업자가 많아, 이들이 정산 자금을 못 받으면 매입을 할 수 없다보니 공급사 수량이 줄어 플랫폼 내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든다”고 말했습니다.

온다 오현석 대표:  2만여개 중소형 숙박업체와 수많은 유통채널이 있는데, 온다는 숙박업체들이 60여개 유통채널에 잘 입점할 수 있도록 돕는 B2B(기업간거래) 호스피탈리티 테크 기업입니다.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가 수십억에 달할 정도로 큰 기업입니다. 이례적으로 티몬 채권단 명단에 올라있죠. 티몬에서 판매하는 숙박 상품 전량은 온다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야놀자, 여기어때 숙박 상품을 모아 판매했는데, 이번 사안에서 여기어때와는 피해를 분담해 숙박업소들에게 정산금을 지원한 한편, 야놀자와는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백패커 김동환 대표: 수공예품 커머스 플랫폼 아이디어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 디자인 커머스 텐바이텐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는 티메프 미정산으로 인해 3600만원 정도를 피해 입었으나, 입점 업체에게 다 정산했다고요. 김 대표는 “스타트업에게는 큰 돈이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핸드메이드 마켓 플레이스 특성상 여러 규제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주문 제작 형식이기 때문에, 주문부터 발송까지 2주 이상, 페인팅 등은 한달 이상 걸린다네요. 정산을 얼마 이내로 해야 한다고 하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에스크로 도입 의무화, 중소 이커머스는 어떻게 바라보나 

이번 사안에서 가장 먼저 나온 건 에스크로 의무 도입입니다. 에스크로는 ‘결제대금예치업’을 부르는 또 다른 단어입니다.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며, 고객이 물건을 받거나 구매를 최종 확정하기 전까지는 판매자에게 대금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에스크로를 이용한다면 판매자 대금을 보호할 수 있다고도 말하죠.

이날 참석한 4사 모두 에스크로 의무 도입에 대해 조금씩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비스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요, 실무적인 관점에서 이해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먼저 백패커는 현금결제 일부에 PG사를 통해 에스크로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비스 특성상 에스크로가 맞지 않는 영역도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의견인데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은 먼저 정산을 하는 한편, 아이디어스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창작자에게 정산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정산 예수금에 대해서는 “아이디어스 경우, 부가세와 정산예수금을 건드리지는 않는데, 일부 기업에서는 어느 정도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머스트잇은 에스크로를 도입하지는 않지만, 채무지급보증 제도를 이용하는 사례입니다. 신한은행에 대금을 일부 예치하고, 채무 지급을 못하게 될 경우 신한은행에 예치한 자금을 통해 지급을 대행하도록 했죠.

제3 기관을 통한 에스크로 의무 도입에 대해 조 대표는 “현업에 있는 사람 입장으로는 어느 정도 금액을, 어느 정도 비율로 예치할 것인가에 대해 현업에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커머스 플랫폼 특성상, 환불 등 역흐름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조 대표는 “결제 대금을 가지고 판매자에게 정산을 해주거나 취소가 발생하면 고객에게 환불을 해주는데 제3 기관에서 그 같은 업무를 어떻게 해줄 수 있나”고 의문을 표했습니다. 만일 이 같은 업무가 가능하려면 시스템 구축 비용과 관리 비용이 필요하고요.

조 대표는 “플랫폼이 어느 정도 에스크로의 역할을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구매자와 판매자 간 거래 시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태어난 게 플랫폼이라는 거죠. 그는 ” 직접 판매자와 고객이 거래를 하면서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해당 금액을 대체하고 고객이 구매를 확정했을 판매자에게 정산을 해주는 제도 자체가 에스크로인데 에스크로를 하고 있는 업체가 또다시 제3의 기관에 에스크롤을 하라고 하는 것이 모순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온다 오 대표는 에스크로 도입에 대해 직접 영향이 있는 업체는 아니지만요, “피해 기업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서는 제도다”고 말했습니다. “예수금이나 가수금을 잘 운영해 소비자에게 더 좋은 혜택을 제공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커가는 것이 플랫폼이다”며, “이번 사태는 경영 실패 혹은 모럴 해저드라고 볼 수 있는데, 한 기업의 문제 때문에 도입이 되는 것이 맞는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여행 플랫폼을 운영하는 오 대표와 트립비토즈 정 대표 모두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도 우려했습니다. 오 대표는 “여행 스타트업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데 이러한 제재가 생기면 혁신있는 아이디어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말했고요.

정 대표는 “현재 규제는 우리가 앞으로 경쟁해야 하는 수많은 해외 플랫폼에게는 적용될 수 없고 그 국가와 도시에는 동일한 규제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정 대표는 산업별 특성에 따른 실무 관점에서의 우려도 내비쳤습니다. 어쨌든 산업의 특성에 맞지 않는 전면적인 규제가 맞냐는 거죠. 정 대표는 “해외로 갈 때 30~60일 전에 호텔을 예약하고, 60일 전에 예약한 고객 중 절반 가까이는 예약을 취소하고 더 저렴한 플랫폼으로 또 예약을 한다”며, “이 때 PG사를 통해 들어온 7일 뒤에 호텔 대금을 정산하는데, 정산 대금이 50% 가까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에스크로가 도입된다면 취소금액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냐”고 의문을 표했습니다.

한편, 정 대표는 “플랫폼에서의 약자인 소상공인들을 위한 에스크로 제도가 도입이 된다는 건 순기능일 수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소비자와 플랫폼, 그리고 플랫폼과 공급자의 신뢰가 무너졌는데, 만일 에스크로가 작동됐다면 95%의 문제는 해결이 되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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