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어서와, 이렇게 가벼운 내시경은 처음이지?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일본이 꽉 잡고 있는 분야가 있다. 내시경이다. 글로벌로 내시경 시장 규모는 40조6000억원. 국내만 따져도 약 5000개 병원에서 내시경을 쓰는데, 이게 68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시장을 센서에 강점을 갖고 있던 일본 카메라 업체들이 선점해 오랫동안 독과점 하고 있다. 대표 선수가 올림푸스. 내시경 특허 시장의 90%를 장악했고, 경쟁자가 없는 만큼 가격은 사악하다. 제품 한 대에 무려 1억7000만원. 혹시라도 렌즈가 깨질라, 병원에서 의사들이 내시경 장비를 애지중지 다룰 수밖에 없다.

경쟁이 없던 시장에 도전이 일어나는 때가 있다. 새로운 기술이 꿈틀 댈 때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전동화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면서 기존의 특허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메디인테크는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독자적인 기술로 시장의 활로를 열어가는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기존의 기계식 내시경을 마치 로봇처럼 전동화하면서 부품의 수를 60% 줄이고, 무게도 절반 가까이로 만들었다. 의료진 손목 부담을 적게 하면서 가격을 내렸다. 전동화 부분에서는 올림푸스가 갖지 못한 특허를 확보해 연성 내시경 분야에서 차세대 강자로 발돋움할 준비를 한다.

지난 5월에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퓨처플레이, IBK기업은행 등으로부터 2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받았다. 지금까지 총 누적투자유치액은 280억원 규모다. 경량화한 전동 내시경 외에도 AI로 이상부위를 탐지하고 오진을 줄이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든 기술을 높이 평가 받았다.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메디테크에서, 회사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이치원 대표(=사진)를 만났다. 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수술로봇에 뜻이 맞는 동료와 메디인테크를 차렸다. 신기술이라는 무기를 절대 강자 골리앗의 이마에 정조준한 이 대표는 “올림푸스가 세웠던 전략처럼 최소한 로봇 내시경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특허 장벽을 많이 만들어 놓겠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판매 허가도 받은 상황이다. 현재 임상에 들어갔는데, 성과가 나오는 연말께부터는 제품이 현장에 풀릴 것을 기대했다.

메디인테크가 받은 특허.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됐나?

공동창업을 한 김명준 부대표와 대학원에서 만났다. 수술로봇을 해보자는 데 뜻이 맞았고, 창업에 의기투합했다. 그런데 그 당시에도 수술 로봇을 하겠다는 스타트업은 많았다. 우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살펴보다 ‘내시경’에 주목했다. 내시경 역시 수술 로봇의 일종인데, 이 영역을 하는 이들이 별로 없더라.

2017년에 한국전기연구원에 합류했다. 연구원의 박사님들이 2010년부터 7~8년 간 노하우를 엄청 축적하면서 광학이나, 시그널 프로세싱을 담당하는 본체를 잘 만들어왔더라. 다만, 박사님들은 전기 전공이라 이 본체를 달아 실제로 움직여야 할 스코프(몸 속으로 내시경을 집어 넣어 장기를 관찰하고, 조작하는 장비)는 못 만드는 상태였다. 우리가 기계 전공이다. 그 부분을 우리가 해결했다.

내시경은 이미 보편화돼 쓰이는데. 기존의 내시경 시장을 바꿔야 하는 이유가 있었나?

기본적으로 내시경을 하는 의사들이 왼손에 근골격계 직업병이 있다. 내시경 스코프의 무게가 무거운데다가, 무조건 스코프의 조작부를 왼손에 들게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내시경 검사가 별 문제없이 2~3분 안에 금방 끝나면 괜찮은데, 검진하다 이상 병변이 발견되면 이게 암인지 아닌지 알아봐야 한다. 기존의 스코프가 플렉서블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조작을 조금만 잘못해도 병변이 시야에서 금방 사라진다. 작업 시간이 20분, 30분까지 길어지고, 의사의 손목은 더 무리하게 된다.

그 문제는 어떻게 풀었나?

전동화다. 기존의 내시경을 뜯어보면 이 안이 모두 기계 뭉치다. 우리는 여기에 로봇처럼 모터를 달았다. 그래서 마치 게임의 조이스틱처럼 조정해 전기 신호만 주면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기계식 방식의 내시경 시스템을 전동화하면 부품 수가 60% 줄고, 무게는 절반이 된다. 의료진의 편의성이 대폭 향상되는 거다.

덧붙여,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서 병변을 찾으면 그 곳으로 시야가 고정되도록 했다. 의사가 치료에 집중할 수 있고 시술 시간도 굉장히 줄어든다.

또, 물로 장기 내부를 세척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 역시 전동화해서 펌프와 컴프레셔에서 알아서 조절을 하도록 했다. 피가 튀어 내시경 카메라 시야가 가려지면 이를 AI가 탐지해 알아서 물을 쏘고, 그런 식으로 의사의 의료행위를 수월하게 만들어 시간을 단축하는 식이다.

보조 의료진이 옆에 있는 느낌이겠다

내시경의 삽입 역시 쉬운 것이 아니다. 숙련의한테는 자연스럽지만, 처음 내시경을 쓰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장은 구조가 꺾여 있고, 위는 식도와 후두부 경계를 찾아가는 게 되게 힘들다. 그 길을 찾아가는 것도 AI가 해결하도록 했다. 그러면 미래에 의사는 내시경의 방향을 조절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내시경을 밀어넣기만 하면 알아서 기기가 밴딩(구부러지는 부분)을 조절해 내부를 살피게 되는 식이다. 더 구석구석 보게 되고, 깊이도 추정하므로 오진율도 줄어든다. 지금은 의사가 2D 모니터를 보면서 대략적인 병변 크기를 추정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시스템이 들어갈 경우 오차율을 줄여 정확하게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러면, 의사는 뭘 하면 되나? 영상 판독?

판독도 AI가 할 수 있다. 대신 의사는 치료에 더 집중하거나, AI가 판독하지 못하는 영역을 노하우로 찾아내는 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기 위암이라는 것이 굉장히 미묘한데, 그런 것은 아직 AI에 학습시키기가 어렵다. 그런 부분을 의사의 노하우로 찾아내게 되지 않을까.

전동화를 접목하면 의사들이 더 좋아할텐데, 왜 기존의 내시경 업체들은 이 일을 하지 않았나?

지금 1등을 하는 업체들이 예전에 필름 카메라를 만들던 곳들이다. 소니로부터 작은 카메라 센서를 받아와서, 이 센서로부터 로우 데이터를 받기 위한 아주 얇은 전기 신호선을 집어 넣는 기술을 일본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이 기술을 가져올 수 없어서 내시경을 개발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언제부터 해결됐냐면, 스마트폰이 개발되면서부터다. 스마트폰은 워낙 작은 센서를 많이 쓰지 않나. 기존에는 정보 전달에 CCD 센서를 썼다면, 지금은 크기가 작은 디지털식의 CMOS 센서를 쓴다. CMOS는 일본이 독점하는 기술이 아니다.

누구나 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기술은 마련됐는데, 사실은 특허의 장벽이 있다. 스코프를 이루는 기계 뭉치에 대한 특허를 일본 기업이 모두 다 갖고 있으므로, 이 구조 안에선 패러다임을 바구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스코프 안에 들어가는 요소 기술을 바꿔서 일종의 로봇을 만들었다.

1등하던 업체들이 굳이 기술을 바꿔서 경쟁자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겠다

우리도 기술 장벽을 만들려고 한다. 최소한 1~2년 정도는 남들이 따라오기 어렵도록, 계속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 한다. 최소한 로봇 내시경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특허 장벽을 많이 만들어놔야 한다. 특허가 출원 기준으로는 100건, 등록된 건은 30건 이상이 될 거다.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으로도 특허를 출원하고 있는데, 권리 범위를 가져가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메디인테크는 대학로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대학병원과 가까이 있어, 빠르게 의사들과 교류하면서 제품에 대한 반응을 볼 수 있어서다.

의료 현장의 평가도 들어봤나?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과 함께 돼지 실험을 정말 많이 했다. 돼지 위가 사람의 위 환경과 매우 유사하다. 여기서 검증된 것도 있지만, 그래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당연히 해야 한다. 그. 임상을 서울대에서 지금 한다. 일단 의사 선생님들은 “가벼워서 좋다”고 말한다. 특히, 미국 학회에 갔을 때 북미와 남미의 의사들이 너무 좋아하더라. 내시경 술기가 초보자한테는 상당히 까다로워서, 본인들은 아시아에 가서 술기를 배워와야 하는데 (쉽게 사용하도록) 그런 부분이 적용됐으니, “우리는 이제 쓰기만 하면 된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준비 중에 있는데, 남미 진출 준비도 빨리 착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시아가 내시경을 더 잘하나?

의료산업이 미국이 최고일 것 같지만, 결국엔 환자가 많은 곳의 의사들이 그 병을 제일 잘 본다. 한국과 일본, 중국에 소화기 쪽 질병이 많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건강검진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나. 환자가 많으니 그만큼 의사들의 술기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소화기를 많이 다루지 않고, 애초에 너무 비싸기도 하다.

글로벌 진출 계획은 그럼 북미부터인가?

동남아에서는 미국 FDA가 있으면 패스트트랙처럼 서류를 접수, 금방 허가가 나오는 국가들이 있다. 올해 4분기 FDA 허가를 받는 걸 목표로 하고 있으므로, 동남아 진출이 가장 빨리 이뤄질 것으로 예측한다.

덧붙여, 국내에서도 영업망을 확보 중이다. 우리가 먼저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전국적으로 대리점들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산 내시경이 개발됐다는 기사를 보고서, 총판을 달라고 연락이 온다. 가격도 기존 제품 대비 많이 낮춘 상태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국산 내시경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적으로도 중대한 것이, 일본에 너무 오리엔티드 된 장비이므로, 만약 일본이 내시경 수출을 안 한다고 하면 우리나라 소화기 검사가 막혀버리는 일이 생긴다. 또, 한국 선생님들이 소화기 관련해서는 일본 선생님 못지 않게 술기가 좋고, 우리나라에서 . 잘 클 수 있는 분야로 아이템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안에 서울대학교 병원 임상을 안전하게 마무리하고 초기 시장 필드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납품하는 것이 단기 목표다. 장기 목표는 더 많은 의료분과로 기술 확장이다. 시스템은 동일하게 가져가면서 몸 속에 들어가는 스코프만 바꾸면 기관지내시경, 관절내시경 등 다양한 의료분과에 접목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자연개구부 내시경 수술, 복강경 수술 로봇도 연성 내시경으로 가능하리라고 본다.

업데이트
앞으로 메디인테크와 관련해 새로 나오는 뉴스나 관련 기사는 하단에 계속해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새로 궁금한 소식이 있다면 계속해 찾아주세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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