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IT] 폐쇄왕 애플도 개방하게 만드는 EU 디지털 시장법

여러분, 아이폰에서 삼성 페이 쓸 수 있을까요? 있습니다. 왜냐고요?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 때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종철의 까다로운 IT, 오늘은 앞으로 아이폰 사용성이 어떻게 변할지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디지털 시장법이라는 걸 아십니까. EU의 법인데요. 쉽게 말하면 아이폰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시장 독점을 할 경우 공정경쟁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법입니다. 근데 우리 스마트폰 어떻게 쓰고 있죠? 안드로이드는 좀 다릅니다. 안드로이드 쓰면 안드로이드 기본 플레이 스토어, 갤럭시 스토어, 원스토어까지 다 쓸 수 있죠? 애플은 어떻습니까? 앱스토어만 쓸 수 있죠. 이것이 바로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밝혔습니다. 그럼 이걸 위반하면 어떻게 되냐. EU 집행위원회, EC는 벌금이 아주 화끈하거든요. 벌금 규모가 아주 굉장한데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를 내라-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반복적으로 위반을 한다-그러면 20%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뒤에서 말할 혐의까지 포함해서 현재 총 18억유로, 약 2조 6000억원의 과징금을 때렸습니다. 화끈하죠?

그럼 어떻게 될까요?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스토어도 내려받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윈도우 PC나 안드로이드에서 사용하듯이 웹사이트에서도 앱을 받을 수 있게 추진하고 있죠.

EC는 또 다른 혐의를 잠정 결론 내린 바 있는데요. 앱스토어 내부 결제 규정도 잘못됐다-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EC는 “애플이 앱 개발자가 소비자를 서비스 및 콘텐츠 대체 구매 방법으로부터 자유롭게 안내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죠. 그러니까 애플 내부 결제만 자꾸 유도한다-는 말입니다. 이건 독점 문제는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도 앱스토어 내에서 결제할 때 이미 카카오페이를 지원하고 있죠. 독점 때문에 두들겨 맞기 전에 선빵을 친 건데, 그런데 이게 자유롭지 않다, 너무 숨겨져 있다 이런 말입니다.

실제로 앱을 쓰기 위해서 카카오페이를 쓰려면 설정-애플 ID-결제 및 배송-지불방법 추가 과정을 거쳐야 하죠. 복잡합니다.

앱스토어 외의 결제 방식에도 애플 페이를 강요하고 있는 게 아니냐 이런 입장도 있는데요. 여러분 우리 아이폰에서 뭔가 결제할 때 어떻게 하시죠?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앱으로 건너가야 하죠. 이걸 링크아웃 방식이라고 부르는데요.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카카오 때문에 익숙한 일인데 유럽에서는 잘못된 거 아니냐-이렇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애플이 위반한 것 또 있을까요? 또 있습니다. 아이폰 NFC.

애플 페이가 작년에 한국에 들어오고 난 뒤에 아직도 안 되고 있는 것이 있죠. 교통카드입니다. 이건 교통카드 회사들과 애플이 협의하면 가능해지는 건데요. EC에서는 또 이 탭-앤-고 기술을 독점하지 마라-이렇게 주장을 했고요. 애플이 과징금 폭탄을 방지하기 위해서 실제로 이 기능을 앞으로 풀어준다고 했습니다. 이러면 이제 굉장한 일들이 벌어지는 건데, 교통카드 회사가 자체 서비스를 만들면 그냥 교통카드 되는 거예요. 그리고 더 놀라운 점, 구글이나 삼성이 아이폰 앱을 만들 경우에 구글 페이나 삼성 페이도 아이폰에서 쓸 수 있게 됩니다. 구글이나 삼성이 이걸 원할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론적으론 가능해졌다는 겁니다. 그럼 만약에 한국에서 이 기능이 풀리면 어떨까요? 삼성 페이는 물론 티머니,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서 아이폰 결제를 할 수 있게 되죠. 물론 지금 애플 페이 되는 데서만 되는 거긴 한데요. 소비자 선택권이 확 늘어나는 겁니다.

자, 그럼 이런 좋은 혜택은 유럽에서만 누릴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반독점법이 추진 중에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미 법무부는 EC의 DMA와 유사한 외부 결제 시스템 문제를 지적하고 있죠. 미국도 과징금 때릴 때 화끈하거든요. 그래서 아마 비슷한 조치가 시작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 추진 중입니다.

7월 8일 박충권 의원 및 11인이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2건을 접수했는데요. 앱 마켓, 결제 방식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습니다. DMA와 비슷한 논조를 담고 있죠. EU의 DMA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결론은 좀 늦게 나올 수 있습니다만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아이폰에서 네이버페이 결제 막 하고, 교통 카드 쓰고, 애플 계정 아닌 다른 계정으로 콘텐츠 구매하고! 이런 일이 벌어질 겁니다. 확신합니다.

여러분 어떠신가요? 특히 아이폰 쓰시는 여러분들, 보안 때문에 이거 당연하게 참고 살아야 되는지 아셨죠?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인해서 결제 방법이나 앱 마켓을 자유롭게 선택해 가면서 보안도 보장되어야 되게 됐죠. 애플 입장에서는 숙제를 안게 됐고, 사용자는 편의성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법안들은 어떤 것도 소비자의 편의성이나 공정 경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스마트폰이 도입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는데, 이제서야 소비자 권리가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는 것 같네요.

자, 한국에서 교통카드가 되느니 마느니 하는 소식들 들리고 있는데요. 페이 서비스가 개선될 조짐이 보일 때, 관련 내용과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영상제작. 바이라인네트워크

촬영·편집. 바이라인네트워크 영상팀 byline@byline.network

대본. <이종철 기자>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