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센티미터 단위로 선수 움직임 추적한다, 핏투게더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을 리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먼저, 핏투게더가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실물을 보겠습니다.
실제로는 명함 한 장 크기만 합니다. 이 작은 기계를 선수들의 가슴 띠에 부착, 달고 뜁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요. 이 기계에 달린 GPS가 선수들의 위치와 움직인 궤적을 모두 추적하죠. 그 데이터는 고스란히 코치에게로 넘어갑니다.
이걸 스물네개 한 세트로 다음과 같이 007 가방에 담아 판매합니다. 구단 선수들이 다 쓸 수 있도록요.
제가 지금 방문판매를 하러 온 것은 아니오니, 조금만 더 봐주세요. 이 기기를 왜 소개하는지 말입니다.
스포츠는 데이터다
요즘 같은 시대에 등에다 GPS 달고 움직인 동선을 추적한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냥 GPS만 달고 뛰어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위치 측정이 정교하지 않다는 거죠. 일반 GPS의 오차범위는 대략 1~15m 안팎입니다. 멀지 않은 거리지만, 이게 경기장 안이라고 생각해보면 그 범위가 매우 넓게 느껴집니다. 오차가 1~2m만 나더라도 사실상 선수의 퍼포먼스를 정교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볼 수 있죠.
당연히 ‘더 정확한 데이터를 얻고 싶다’는 요구가 생깁니다. 막연히 “저 선수 잘 뛰네, 공간 활용을 잘 하네” 보다는 “저 선수 볼을 패스받고 움직일 때 순간 가속도가 얼마다” 라든지 “지금 누가 포지셔닝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짚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코치진들에게는 훨씬 매력적인 데이터인 거죠.
핏투게더가 노린 시장이 여깁니다. GPS에 가속센서를 연동, 위치 오차를 센티미터 단위로 줄였습니다. 파동이 긴 GPS의 위치측정 값이 예상범위나 방향성을 넘어 갑자기 튀어 오를 때 가속센서가 이를 보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오차가 줄어들면, 스포츠 구단의 코치진이 보다 정교한 훈련 시스템을 짤 수 있겠죠. 핏투게더는 현재 센티미터 단위로 위치를 추적하는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현재 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이 기술을 만든 이들은 누구일까요? 창업자인 윤진성 대표는 원래 포항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공동창업자들도 각 분야별 엘리트들이지만, 이들의 학력이나 경력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이들이 축구 동아리 출신이라는 게 결정적이죠. 공 차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기 시장 열리겠네? 이거 우리가 할 수 있겠네?” 싶어 의기투합했습니다. 기술을 잘 아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에 뭉친 것은 지난 2017년의 일입니다. 본격 사업을 시작한 것은 창업 이듬해고요.
왜 이때냐면, 이때부터 세계축구연맹(FIFA)이 ‘전자성능추적시스템(EPTS,Electronic Performance and Tracking Systems)’ 품질 검증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거든요. 선수의 부상을 막기 위한 전자기기 착용을 허용한 것이죠.
카타풀트나 허들과 같은 대형 스포츠 기술 회사들도 이 시장에 진입했는데, 그래도 핏투게더가 자신들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은 가속센서를 GPS와 결합한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이 시장은 선수들의 움직임 측정을 카메라 영상으로 찍어 판단하는 것이 대세였는데요, 이 시설 인프라 판매 비용이 높기 때문에 대형 기술 기업들은 빨리 GPS 기술 개선 필요를 못느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핏투게더 같은 회사가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들이 안 하는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겠죠. 다만, 아쉬운 점은 핏투게더의 기술이 실내 위치 측정은 아직 안 된다는 점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추적성능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임으로써 기존에는 하기 어려웠던 선수 상태에 대한 정밀한 파악을 가능케 했다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예컨대, 센티미터 단위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게 되면서 오른발과 왼발을 어떻게 움직이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고, 따라서 한 쪽 다리에 부상이 있는 선수가 의도적으로 특정 다리에 힘을 주거나 할 때 코치가 데이터를 통해 이를 파악해, 적절한 운동 방향을 설정할 수 있게 하는 등은 기존에는 어려웠던 일들이조.
전략
일단 핏투게더는 축구 선수들을 겨냥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선수들의 정확한 움직임을 추적하길 바라는 스포츠는 많죠. 미식축구와 럭비, 그리고 농구가 그렇습니다. 이런 경기가 아니더라도, 경기장을 넓게 쓰거나 혹은 선수의 움직임이 많은 운동은 모두 핏투게더가 향후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인 거죠. 축구 하나만 봐도 독일에는 클럽이 2만5000개 이상인데다, 잉글랜드 클럽은 4만개에 선수만 80만명이라고 하니 그 외의 스포츠까지 고려하면 시장은 매우 큽니다.
따라서 핏투게더는 현재 기술 알리고 판매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핏투게더가 가진 자산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는 ‘스프린트(전력질주) 분석’ 같은 것이 있습니다. 순간적인 가속도 계산과 거리 측정이 정확해야 하는 영역이죠. 핏투게더가 개발한 전자성능추적시스템의 기능 중 하나인데 아직은 핏투게더가 가장 강점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평가를 받아, 카타르 축구의 산실이라고 불리는 ‘아스파이어 아카데미(Aspire Academy)’와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핏투게더는 아스파이어 아카데미와 함께 제품과 교육 자료 개발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 커뮤니티 운영과 글로벌 영업 확장을 노리고도 있는데요. 최근에는 이들과 함께 FC 바르셀로나 코치진과 동행해 아르헨티나 투어를 가서 기술 활용에 대한 강연을 갖기도 했습니다.
윤진성 대표는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기간이라 현지에 방문한 상태인데요. MLS가 최근 올스타전을 했습니다. 이 MLS가 생태계 확대 및 구단 퍼포먼스 개선에 적극 활용할 목적으로 관련 기술을 만드는 스타트업 450개 중 3군데를 선정해 파트너를 삼았는데요, 핏투게더가 그 중에서 첫번째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는군요. 핏투게더 측은 이 결과가 미국에서의 제품 판로 개척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상황입니다.
문현욱 핏투게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구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니즈 때문에 테크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핏투게더는 자사가 쌓고 있는 경험과 역량이 올해와 내년, 축구 시장에 쌓이게 되면 2026년 중반 이후부터는 서비스 판매 계약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노리는 시장은 당연히 구단을 중심으로 하는 B2B입니다. 경쟁사들 중에서도 자금은 있는데 기술 발전이 비교적 느린 곳에서 핏투게더의 기술을 사다 쓰는 경우 역시 늘어날 것으로도 전망합니다.
업데이트
앞으로 핏투게더와 관련해 새로 나오는 뉴스나 관련 기사는 하단에 계속해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새로 궁금한 소식이 있다면 계속해 찾아주세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