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하는 직방은 왜 ‘가상 오피스’ 사업에 뛰어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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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업으로 돈을 버는 직방이 지난 2022년에 흥미로운 사업을 하나 시작했다. 가상오피스를 공급하는 ‘소마(SOMA)’. 직방은 오프라인 부동산 거래가 많이 일어나야 돈을 버는 곳인데, 소마는 기업들이 오프라인 대신 가상 오피스를 얻어야 이득을 본다. 엄마 회사와 자식 회사가 정 반대의 길로 가야 살 수 있는 셈이다.

소마는 원격으로 일하지만 실제로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느낌을 주는 데 집중했다. 줌이나 구글미트와 같은 가상 회의 솔루션이 많이 나와 있지만, 회의가 끝나면 각자 모니터 밖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원격 근무에 한계가 있다는 데서 시장의 기회를 찾았다. 코로나 기간, 직방이 자체적으로 재택 근무를 위한 가상 오피스 서비스를 만들었다가, 기능을 고도화하면서 “밖에다 팔아도 되겠다”고 판단해 별도 법인으로 독립,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소마는 원래 직방에 앱 개발을 하러 들어온 김대욱 총괄이사가 주축이 되어 만들었다. 게임 개발자 출신으로, 직방 앱 안에서 3D로 아파트를 둘러 볼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아바타가 뛰어놀면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게임을 만들어 본 바탕에 3D로 공간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는 기능도 구축해봤으니, 가상의 공간에 오피스를 건설하고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최적의 담당자라고 안성우 직방 대표가 판단했다.

김 총괄이사를 최근 서울 삼성동의 한 공유 오피스에서 만났다. 원격 근무는 안 된다, 사무실로 돌아오라고 말한 나이키 CEO가 진작에 소마를 알았다면 그런 말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직방이 왜 가상 오피스를 만들려고 하는지, 가상 오피스 구축에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그리는 미래는 무엇인지를 물었다.

김대욱 소마 총괄이사

소마’라는 가상오피스 사업은 어떻게 기획됐나?

코로나가 터지면서 원격 근무를 시작했다. 직방에서도 줌이나 개더 같은 가상회의 솔루션을 썼고. 그때 안성우 대표(직방 창업자)가 “기존의 솔루션들은 회의가 끝나면 다 나가서 각자 할 일을 하는 형태라 실제로 다 같이 일하는 느낌을 주지 못하니, 이래서는 원격 근무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3D로 사무실을 구현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안 대표가 냈다. (가상 오피스에서) 자리에 앉아 둘러보면, 내 동료가 바로 옆자리에서 일하는 것처럼 앉아 있고, 바로 얘기도 나눌 수 있게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고. 이런 기능이 구현돼 실제 같이 일하는 느낌이 있어야 코로나가 종식되고 사람들이 오프라인으로 돌아가자고 할 때도 우리는 계속 원격 근무를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기술 구현도 중요하지만, 서비스를 쓰는 사람이 이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중요하지 않나. “내 사생활이 감시 받는다”는 비판도 있는데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는 고민을 많이 했다. 집에서 재택 근무를 할 때는 오프라인 사무실과상황이 다르다. 각자가 앉아 있는 공간 뒤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없지 않나. 그래서 딥러닝 기술을 접목, 카메라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해 사람이 없을 경우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카메라를 끄도록 하는 등의 처리를 했다.

애초에 이 서비스 자체가 감시를 위한 것이 아니다. 감시가 되려면, 실제로 이 사람이 오늘 근무해야 할 8시간 중 실제로 몇 분 몇 초 간 자리를 비웠는지 카메라로 다 확인하고 제재를 가해야 하지 않나. 그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컴퓨팅 자원을 더 쓰더라도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소마를 잠시 써봤는데, 디테일한 설정에 고민을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서 내가 다른 사람에 가까이 다가가야 둘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데, 그걸 어느 정도 거리로 설정해야 하는지 등도 모두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게임에서 밸런스 잡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RPG 게임에서 내가 칼을 휘두를 때, 이 칼이 실제로 아바타에 닿았느냐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칼이 있는 좌표에 가상의 박스를 두고 이 박스가 아바타랑 충돌이 되면 공격이 되었다고 판정한다. 그것과 유사하다. 상대편이 있는 공간에, 어느 정도 근접 거리에 들어가면 노란 박스가 생기고, 그 안에 있는 이들끼리 대화가 가능하다.

예전에 이런 기능이 없을 때는 지나가면서 모두에게 무지성적으로 인사를 하거나 대화를 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게 생각보다 불편하다. 출근 시간에 늦어서 뛰어가는데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어떻겠나. 이런 의견을 받아서 대화할 의지나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거리 안에 들어올 경우에만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테이블 밑으로 노란 박스가 형성되어 있다. 이렇게 근접해 있는 인물끼리는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오프라인에서 일하던 환경을 어떻게 잘 구현하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그 부분에서 가장 많이 한 고민은 무엇인가?

방금 말한 것처럼, 같이 일하거나 대화하는 사람을 한데 묶는 부분이다. 기존에 줌이나 구글미트 같은 곳에선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 구글에 접속, 회의실을 열고 링크를 복사한 후 전달하고 여기에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소마에서는 그냥 근처 사람에게 가서 말을 걸면 된다. 마치 오프라인처럼 말이다.

또, 이런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서 만약 창가에 테이블이 3개가 있는 정도 규모의 건물이라면 밖에서 봐도 그 건물이 그 만큼의 크기와 거리를 가져야 한다. 밖에서 볼 때 건물이 손바닥만한데 그 안에는 500평짜리 홀이 펼쳐지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이동할 때 ‘킥보드’라는 탈 것이 생겼다. 건물이 전체적으로 커지면서 아바타가 이동해야 할 거리가 늘어났고, 그래서 탈 것을 달라는 요청이 생겼다. 그래서 회의실을 먼 건물에 잡아 놓으면, “누가 이렇게 멀리 잡았냐, 회의 5분 전에 출발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웃음).

소마는 가상 오피스를 분양하는 것이 핵심인데,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

오프라인 오피스를 임대하는 것과 같다. 임대료를 받는다. 대부분의 사스(SaaS) 프로그램이 구독료를 받듯, 우리도 임대료를 받는데 사람 당은 아니고 공간마다 구독료가 다르다.

그럼 임대료도 평수에 따라 다른가?

맞다.

신기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오프라인 오피스에는 한달에 수백만원의 월세를 내는 것도 큰 저항이 없다. 시세가 있으니까. 하지만 가상 오피스의 적정 이용료를 매기는 데는, 서로 이견이 있을 것 같다. 안 그래도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내는데 인색한데

실제로 비싸다는 말을 듣는다(평균적으로 좌석 당 25달러 수준). 그런데 도심에 오피스를 구하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로 작은 돈이다. 특히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면서 가격 저항이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오피스를 없애고 들어온 이들은 비싸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생각보다는 감내할만한 비용이고, 비용 대비 더 큰 이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제를 한다. 우리는 사람이 있든 없든, 언제 누가 출근할지 모르므로 항상 서버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비용들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 구독료에는 그런 비용이 녹아 있다.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내려면, 원격 회의 솔루션보다 소마가 훨씬 좋은 가치를 준다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그 가치는 무엇인가?

인식이다. 내가 지금 일을 하고 있다는 인식. 예를 들어, 오프라인 사무실로 출근하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씻고 대중교통을 타야 한다. 그리고 건물에 진입하는 순간 “나는 이제 일을 한다”는 인식으로 자동 전환된다.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나의 뇌가 업무 모드로 세팅이 되는 거다.

그런데 줌이나 구글미트 같은 경우는 그런 인식적 측면이 조금 약하다. 원격 근무를 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말도, 그런 부분에서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나이키 CEO도 그런 말을 했는데,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이 사람이 소마를 썼으면 그런 말을 안 했을 텐데”라고(웃음).

소마가 어떤 기술이 더 우월하다기 보다, 내가 근무를 하고 있다는 인식을 강화시켜준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확실히 같이 일을 할 때 상호신뢰하는 부분이 생긴다. 덧붙여 직원들의 얼굴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일할 수 있으니 “우리가 동료”라는 친밀감도 생긴다. 이런 부분이 기업 문화에는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모델이 잘 되면 공유오피스가 여러 서비스를 붙여 더 많은 임대료를 받는데,그런 식으로 서비스를 추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버추얼 오피스에는, 소마와 같은 가상 오피스도 있지만 우편물 같은 걸 대신 받아주는 주소지 서비스도 있다. 소마에서도 우편물이나 팩스에 대한 이슈가 있는데, 이런 걸 소마가 내부적으로 다 처리해주고 디지털로 된 우편물을 대신 발송하는 등의 서비스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또, 퀵서비스와 같이 오프라인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우리가 그걸 대행해 줄 수도 있을 거다. 유연근무를 하는 분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해볼 수 있는 일이다.

흥미로운 것이, 직방은 오프라인 부동산이 활성화되어야 돈을 버는 회사다. 근데 소마는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으로 기업들이 들어와야 한다. 완전히 상충되는 모델 아닌가?

소마가 정말 잘 돼서, 캐즘을 뛰어 넘어 원격 근무가 기본이 되는 세상이 된다면 그런 카니발라이제이션은 분명히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인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원격 근무는 아직 시작도 안 한 상황이다.

게다가 반드시 오프라인에서 해야만 하는 어떤 행태들도 있다. 그러므로 오프라인 거래는 계속 일어날 거고, 직방 기준에선 그게 잘 되면 된다. 또, 가상 오피스가 활성화되면 오프라인 오피스에 대한 수요는 떨어질 수 있겠지만, 분명 다른 방식으로 (오프라인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있을 거라고 본다.

 가상 공간도 오프라인처럼 땅값에 차이가 있을까? 수도권처럼 더 비싼 영역이라든가

아무래도 직방이 부동산업이라 안성우 대표가 (부동산에) 깊은 이해도가 있다. 실제로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내 아바타가 딱 나오는 위치에서 가까운 쪽의 회사가 나중에는 더 비싸지지 않을까 하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 근처의 상가가 더 비싸질 수도 있겠다. 이런 것을 구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은 고려 대상은 아니다.

가상 오피스 내부의 한 예.

지금 소마에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나?

일을 하면서 화면을 공유하는 행위를 많이 하는데 그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미디어 공유가 좀 더 편하도록 개선 작업이 있었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은, 멀리 떨어져 앉아 있는 이들과의 즉각적 인터랙션을 어떻게 지원할 것이냐다. 결국 이 서비스의 최종 종착지는 ‘대면 커뮤니케이션’이다. 소마에서 필요한 사람과 적시에 얘기를 빨리 나눌 수 있는 게 중요한데 그 필요한 대상을 어떻게 고를 거냐의 문제다. 지금 현재는 내 근처에 있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충족이 되고 있다. 근처에 없는 이들과의 연결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를 고민 중이다.

어떤 기능을 붙여달라, 그런 요구는 없나?

되게 많다. 내가 지정한 대상이 근처에 오면 경고음을 울려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모니터 위에 거울 붙이는 사람처럼(웃음).

적용할 것인가?(웃음)

대표들이 컨펌하지 않을 것 같다(웃음). 가상오피스가 활성화 되려면 실제로 구독료를 내는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언제쯤 되면 가상오피스가 활성화 될 것 같나?

내부적으로는 2028년 쯤 되면 몇 만명 정도는 쓸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원격 근무 형태가 모든 업태에 맞는 것은 아니다. 전체 노동자 중에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이는 한정되어 있고, 또 원격 근무와 오프라인 근무를 혼재하는 형태도 있을 거다. 그러나 시장 전체의 파이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그 중에 한 자릿수의 점유율만 가져가도 근무 방식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회사 차원에서 소마에는 어느 정도의 투자가 이뤄지나

소마는 직방에서 독립한 별도 법인이다. 미국 델라웨어주에 법인을 세웠다.

법인을 왜 미국에 만들었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선택이다. 예를 들어서 소마를 쓰는 글로벌 무역 회사가 있다. 여러 국가에 오피스를 두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소마에 모여서 물리적 제약 없이 같이 일할 수 있다. 각각 한국, 베트남, 유럽 등지에 따로 떨어져 있어 실제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가상 오피스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런 상황을 보면 굳이 한국으로만 이 사업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의 계획은?

소마를 많이 알리는 게 현재의 미션이다. 기본적인 기능은 어떤 레벨 이상으로 올라왔다고생각한다. 실제로 돈을 지불하고 여기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일할 수 있는 단계는 도달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들이 써볼 수 있게 만들려고 한다. 일단, 단기적 목표는 소마에서 일하는 사람 1만명을 채우자는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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