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의 디지털 치료제 판매, 어떻게 가능할까?

(사진= 왼쪽부터 황순조 네브래스카 메디컬센터 대학(UNMC) 소아 및 청소년 정신과 교수, 하워드 리우 UNMC 정신과 학과장, 정태명 히포티앤씨 대표)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빠르게 글로벌 진출하려면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까? 애초에 원하는 국가로 나가 창업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현지의 유력 파트너를 잡아 함께 연구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터다. 국내에서 ADHD와 우울증을 진단,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만든 히포티앤씨가 그런 예다. 미국의 네브래스카 메디컬센터 대학(UNMC) 정신과 교수진과 손잡고 현지 환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치료제 임상실험에 나섰다. 미국 시장에서 디지털 치료제의 판매에도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아직 다수에 생소한 개념이지만, 정태명 히포티앤씨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가 미래”라고 말한다. 특히 진단과 치료가 까다로운 정신과 영역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의사에는 도움을, 환자에는 유익을” 줄 거라고 보고 있다. 그는 원래 잘 나가는 소프트웨어 전공 교수였으나, 그 커리어를 뒤로 하고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나, 디지털 치료제가 국내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에서도 충분히 통할 거라 믿고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에 나서고 있는 참이다.

지난 1일,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정태명 히포티앤씨 대표와 황순조, 하워드 리우 UNMC 교수를 함께 만났다. 황 교수는 정태명 대표와 지난해 함께 실행한 임상실험의 결과를 정리하고, 또 다른 새 프로젝트를 도모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마침, 같은 때 하워드 리우 교수(학과장) 역시 한국을 방문한 지라, 인터뷰에 동행할 수 있었다. 황 교수는 이 자리에서 “디지털 치료제 개발과 확산을 위한 베이스 캠프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이들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고, 또 어떻게 확산될 수 있을까?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울에는 자주 오나

황순조 네브래스카 메디컬센터 대학 교수= 정태명 대표가 있는 히포티앤씨와 같이 임상실험을 하고 있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왔다. 지난해에도 이 회사와 우리 네브래스카 대학병원 팀이 함께 했고, 앞으로도 그런 관계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작년에는 히포티앤씨와 협력해 ADHD 여부를 평가하는 버츄얼 리얼리티 어세스먼트(Virtual Reality Accessment)를 임상실험했다. 50명(환자 25명, 정상(대조군) 25명)을 모집해 임상을 했고, 현재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 작성 중에 있다. 이 치료제가 향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야 할 때 근거 데이터로 제공할 수도 있다.

또, 앞으로 네브래스카 대학에 디지털치료 임상센터(Digital Therapeutics Center)를 세울 예정이라, 그에 대한 협업을 히포티앤씨와 더 논의하려는 목적의 방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디지털치료제 스타트업과 미국의 대학병원 간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황순조 교수= 히포티앤씨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미국에 진출하는데 관심이 많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임상 데이터를 얻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서 네브래스카 대학병원에 임상센터를 설립하고, 여기를 기반으로 연구와 제품 개발, 미국 시장 진출을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태명 히포티앤씨 대표= 미국에 한국의 산학연과 같이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해주는 ‘유니메드(unemed)’라는 단체가 있다. 대학을 기반으로 제품을 연구 개발, 시장에 내보내는 것을 컨설팅하는데 우리가 그 지원을 받으려고 알아보다가 황순조 교수를 만나게 됐다. 네브래스카 대학의 총장님이 한국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고 열정적으로 같이 공동연구를 지원해줬다. 그러다가 지금은 이야기가 조금 더 진전됐는데,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교수팀도 우리 연구에 관심을 갖고 됐다.

일이 더 추진되면 ‘히포티앤씨-네브래스카 대학병원-삼성서울병원’이 같이 연구와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 같다. 미국의 대학병원과 한국의 종합병원, 그리고 스타트업이 같이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서도 여러 기회를 볼 수 있게 되는 거다.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미국의 대학과 협업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

황순조 교수= 일단,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원도 있을 수 있고, 실제로 미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해 볼 수도 있다. FDA의 승인에 필요한 행정 절차에 도움을 받거나, 미국 시장에 실제로 제품을 팔기 위한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도 있다. 실제로 네브래스카 메디컬센터에서 임상센터를 캠퍼스 내에 설립을 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도 (히포티앤씨를 비롯한 한국의 스타트업이) 관심을 보일 수 있다.

정태명 대표= 황순조 교수와 하워드 리우 과장 외에도 현지에서 히포티앤씨를 도와주는 네트워크가 좋다. 이런 도움을 받는 것이 현지에 진출하는 것에 매우 유리하다. 그래서 우리만 도움 받을 것이 아니고, 앞으로는 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다른 회사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그렇게 네트워크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반대로, 한국의 스타트업과 협업해 미국의 대학이 얻는 이점은?

하워드 리우 네브래스카 메디컬센터 대학 정신과학과장= 네브래스카 대학에서도 국제 협력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미국에서도 첨단 기술이고, 정신의학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이용하는데 저 역시 상당히 관심이 많다. 미국에서도 의료접근성 문제가 상당히 크고, 특히 정신과 같은 전문적 분야는 치료진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부분에서 이런 협업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황순조 교수= 학교 입장에서 중국과 함께 굉장히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미중 관계가 안 좋아지면서 관계가 많이 끊어졌다. 대학 입장에서도 다른 파트너십을 찾으려고 상당히 노력 중이고, 그래서 (한국 기업과의 협업이 강화되는) 기회가 좋다.

임상 이야기도 해보자. 작년에 진행된 ADHD 평가 툴 임상은 어땠나?

황순조 교수= 가상현실 공간을 통해서 ADHD 증상의 발현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 병원에서도 이런 테스트를 하지만, 실제 미국 환자들은 어떤 반응이 나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네브래스카 병원에서 임상실험을 했다.

통상 일반적인 임상에서 환자를 평가할 때는 제한점이 있다. 일단, 의사가 환자를 보는 시간이 짧다. 게다가 진료실 환경이라는 것이 현실과는 좀 동떨어져 있다는 문제가 있다. 가령 ADHD 같은 질환을 생각해보면, 행동의 문제가 학교나 집 등 여러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데 그런 걸 진료실에서 평가하긴 쉽지 않다.

따라서 가상현실이 그런 상황을 구체적으로 구현을 해주는 방식이다. 가령, 가상현실로 집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이 방을 네 방이라고 생각하고 청소를 해보자는 등의 구체적 역할 수행을 주문하고 평가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여러 데이터를 의료진이 수집할 수 있다. 행동이나, 눈의 움직임, 목소리와 같은 데이터를 파악해서 이런 증상이 현실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파악하기 상당히 도움이 된다.

평가 외에 치료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치료를 위한 인지, 행동, 감성 훈련을 할 때 오피스에서 환자와 일 대 일로 앉아서 치료할 때 그 효과가 과연 현실 세계에서도 적용이 될까? 역시 제한이 있다. 그런데 가상현실이 구현해주는 공간에서 그런 치료를 하면, 더 효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임상을 해보았으니, 실제로 디지털 치료제의 효과가 있었나?

정태명 대표=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비싸다. 가서 의자에 앉아 한 두시간 훈련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 비용이 매우 비싸다. 또, 모든 의사가 우수한 의료 품질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은 치료 목적의 훈련을 성의 없이 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러니까 디지털 치료제가 좋은 의사보다야 못하겠지만, 평균 이상의 (양질의) 치료 훈련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ADHD 진단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 지금 많이 쓰는 게 CPT 검사인데, 대략 70%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아직 발표 전이긴 하지만) 80%까지 올라왔다. 즉, 기존의 ADHD 평가와 대비해 적어도 버금가거나 보다 높은 정확성을 가질 거라고 생각한다. 80%가 넘는 정확도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미국 진단 시장에서도 굉장히 각광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황순조 교수= 첨언하자면, 환자를 평가하고 치료할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ADHD 환자가 왔을 때, 부모에게 “증상때문에 얼마나 힘든가요?”라고 물으면 “많이 힘들다” “조금 힘들다” 이렇게 답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주관적인 대답을 수치로 어떻게 만들 수 있나? 그런데 디지털 치료제는 수치로 나온다. 가령 방을 정리하는 과제를 수행했을 때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정확도는 얼마나 되는지, 눈은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다 숫자로 알 수 있다.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지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치료제는 아직 일반에 생소하다. 이게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심의 목소리도 있고.

정태명 대표= 내가 정보보호처럼 사람들이 다 알아주는 나의 커리어를 때려치우고 이걸 하느냐, 이게 미래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지금 병원들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의사가 약을 처방하고 3주 후에 오세요, 3개월 후에 오세요라고 하면 그 기간 동안 환자를 방치하는 것 같다. 3개월 후에 환자가 다시 오면 딱 3분을 보고 약 어땠느냐고 묻고 그 결과에 따라 약을 바꾸거나 한다. 나는 이게 잘못된 것 같다.

디지털 치료제를 활용한다면, 환자가 집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도 계속 모니터링을 할 수 있고, 현재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환자가 먼저 테스트를 해볼 수도 있다. 미래에는 이런 디지털 치료제가 의사 선생님들에게도 굉장히 큰 도움을 주고 환자에도 굉장한 유익을 줄 거라고 본다.

디지털 치료제가 보편화되면 우리가 진단받고 치료받는 일련의 과정과 경험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정태명 대표= 먼저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셀프 체크할 수 있다. 두번째는 병원에서의 서비스를 훨씬 좋게 만들어 시간을 단축 시키고 정확도를 높이면서 의사의 시간과 노력은 줄일 수 있다. 세번째로는 환자가 집에 있는 동안 혼자 셀프 트리트먼트를 할 수 있다. 네번째로는 검사 결과를 가지고 환자와 의사가 바이오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런 디지털 치료제가 정신의학과에서 더 주목받는 것 같다

황순조 교수= 정신과의 문제점이 객관적 지표가 거의 없다는 거다. 만약 누가 빈혈이라면 피 검사를 해서 헤모글로빈 수치를 보고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정신과는 그러기 어렵다. 따라서 행동이나 인지 능력이 어느 정도로 나타나는지를 수치화하는 게 중요하다. 두번째로, 진료실 환경에 분명한 제한이 있다. 가상현실을 통해 실제 환경과 가깝게 구현을 했을 때 얼마나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나느냐가 되게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가능성이 크다.

네브래스카 대학병원에서 하워드 리우 학과장 주도로 성인 정신과 응급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것이 인상 깊다. 미국에서는 이것이 흔한 사례인가?

하워드 리우 학과장= 다른 외상 환자나 중증 환자가 많은 일반 응급실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정신과 환자들에게 친화적 환경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래서 응급의학과와 논의, 정신과 전용 응급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미국에서도) 정신과 응급실을 따로 두고 운영하는 것은 좀 드문 사례다.

정신과 응급실 같은 곳에서도 디지털 치료제를 접목할 부분이 충분히 있을 것 같다

하워드 리우 학과장= 그렇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정신과 환자들의 (병원) 접근성 문제가 상당히 크다. 기술을 잘 활용하면 환자를 평가한다든지, 치료에 들어가는데에도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판단한다.

히포씨앤씨와 네브래스카 대학이 협업을 확대하고도 있다

정태명 대표= 이제 막 프로젝트를 발표한 시점이다. 히포티앤씨에서 우울증 디지털치료제를 상용화했는데, 과기정통부 지원을 받아 여기에 조울중을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 보다 더 관심 있는 것은, 네브래스카 대학의 임상센터와 협업해서 여러 프로젝트를 더 많이 하는 것이다. 이 센터 자체를 인프라 삼아, 다양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하자는 건데, 한국의 프로젝트만 하는 것은 아니고 미국의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나 미국위생협회(NSF)의 프로젝트도 공동으로 따려 수행하려 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과 미국이 해당 시장에 같이 접근하는 공동 전략을 만들 수 있다. 그래야 진정한 글로벌이다.

황순조 교수= 한국 정부 쪽의 펀딩은 정태명 대표가 많이 맡아서 하고 있다. 미국의 NIMH나 NSF처럼 연방정부에서 연구를 주는 기관과의 네트워킹은 우리 쪽에서 노력을 하려 한다. 여러 방면의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식으로, 글로벌하게 진행을 하려고 한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과 확산을 위한 베이스 캠프를 만들자는 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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