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떻게 오픈AI를 이기냐고요?”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딥테크가 돈이 됩니까?”

스타트업, 그중에서도 딥테크 스타트업을 주로 취재한다고 하면  종종 듣는 이야깁니다. 딥테크는 당장 돈이 되는 기술이 아니지 않느냐는 이야기죠. 그런데 지금 세상을 바꿔 나가는 이들은 대체로 딥테크입니다. 문제는, 지금 딥테크 기술을 이끌어가는 곳 중 한국 회사, 특히 한국 스타트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딥테크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정말로 이제는 GPU와 서버를 무지막지하게 사들이는, 돈 많은 빅테크나 거대 AI 회사만 기술 주도권을 가져가는 시대에 접어든 걸까요?

본인 스스로 딥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해 인텔에 매각하고, 이제는 딥테크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류 대표는 “(GPT와 같은) 초거대언어모델(LLM)이 끝판왕이고, LLM을 하려면 돈이 엄청 많아야 하니까 우리 팀 정도 아니면 도전하지마”라고 말하는 듯한 빅테크들의 세뇌에서 벗어나야 기술 스타트업에 기회가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거대언어모델이 아니더라도 세상을 바꿀 만한 기술은 얼마든지 있으니 미리 쫄지 말고 도전하라는 뜻이죠. 본질적인 기술은 돈 많은 미국 빅테크에 맡긴 채 그 위에 휘핑크림만 얹어서는 미래를 찾기 어렵다는 질타이기도 합니다. 빅테크의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이제 시작하는 AI나 로보틱스 부문에서 “내가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겠다”라는 광기의 용기를 보여달라고도 말합니다.

어떻게 프레임을 깰 수 있냐고요? 류 대표는 좋은 기술,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당장 튀어나와서 창업하라”고 주장합니다. 그 행동이 앞으로 ‘유일무이(one and only)’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초석이라는 뜻이죠. 류 대표의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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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플레이는 딥테크 투자로 유명한데, 지금까지 승률은 어떻나요?

승률 같은 단어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떤 개인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승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는 (스타트업의) 생존율이 90% 이상이고요 후속 투자도 비슷한 비율로 받고 있습니다. 그 얘기는 적어도 저희가 투자하기로 생각한 회사들은 망하지도 않고 후속 투자도 받는다, 어디까지 성장하느냐는 것은 또 각자의 대표님이 가진 역량, 회사의 어떤 성취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좋은 스타트업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저는 이게 그렇게 어려운 게임은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희는 주로 딥테크에 투자를 하잖아요. 그러면 두 가지만 보면 돼요. 시장과 기술만 보면 되죠. “어떤 엔지니어를 만났을 때 이 사람이 어느 정도인지를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건 의외로 굉장히 쉽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학교에서, 제대로 된 연구실에서 연구를 한 연구자라면, 이분은 논문도 많이 쓰셨을 거고, 특허도 많이 내셨을 거고, 같이 연구한 동료(peer) 그룹의 평가도 있어요. 그것들을 입체적으로 저희가 살펴보고 충분히 논리적으로 의사결정할 수가 있고요.
이분이 얼마나 시장을 이해하고 계시고, 또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나, 피땀 눈물을 흘리셨나를 보면 ‘이 시장이 있는가?’ ‘이 팀이 이 시장에 들어가서 이길 수 있는가’를 또 저희가 측정해볼 수 있죠. 그 두 개를 저희는 기반으로 투자 결정합니다.

기술과 시장의 관점에서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를 평가한다면요?

그게 요즘 저의 고민인데, 딥테크 기술을 가진 분과 시장의 거리가 굉장히 빠르게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미국이나 중국 같이 딥테크가 되게 많이 나온 나라의 문화 생태계에서는 (딥테크와 시장이 결합된 사례가) 되게 빨리 다가오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오픈AI를 생각해 보세요. 챗GPT를 누구나 쓸 수 있잖아요? 더군다나 최근에 무료로 풀렸어요. 내가 궁금한 게 있으면 구글 검색하듯이 그냥 챗GPT 사이트에 들어가서 물어보면 돼요. 그런데 이걸 구현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고, 굉장히 훌륭한 천재들이 모여서 집단 작업을 해서 만들어진 거잖아요. 엄청난 딥테크가 엄청난 시장 활용성과 바로 딱 붙어 있단 말이에요.

우린 이걸 과거에도 봤죠. 아이폰에서도 봤고, 구글 서치에서도 봤어요. 이런 헤리티지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딥테크는 ‘이걸 만들면 보통 사람의 일상생활에 무슨 임팩트가 있을까요?’ 이 질문에서 거리가 굉장히 멀리 떨어진 시도들이 되게 많아요.
근데 둘 중에 하나인 거죠. 당장 쓸 수 있는 걸 만드는 회사는 (속을) 까보면 테크놀로지가 없고, 테크놀로지가 있는 회사는 뭔가 사람들이 피부에 와닿는 혁신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먼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이걸 어떻게든 땡겨서 가운데로 모이게 하는 게 저나 퓨처플레이의 사명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요.

테크놀로지와 시장의 결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해야 되는 게 있다면요?

저는 기본적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깊은 사람과, 시장이나 사회 변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 공동 작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제도 제가 그 얘기를 들었는데 “대표님, 대표님이 기술로는 만렙이시니까 이제는 시장을 이해하는 분을 영입하셔야 돼요”라고 말했더니, 이분이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제 주변에,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데요”라고요.

이게 저는 그냥 스타트업 업계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굉장히 산업사회적으로 발달한 거예요.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돌리느냐로 발달한 거죠. 그러니까 나사를 잘 조이는 사람, 톱니바퀴를 잘 깎는 사람이 자기 일만 잘하면 공장이라는 시스템 하에서 그냥 굴러가는 시대를 살았던 거예요. 통섭적인 인간이 별로 필요 없었던 거죠.

그러니까 얼마 전에 없어지긴 했지만, 명목상으로는 문과도 있고, 이과도 있고, 자연계도 있고, 공학도 있고 이렇게 다 나눠져 있었잖아요. 그리고 서로의 과목을 듣지도 않아요. 이런 시스템이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 우리나라에서 창업을 해야 되는 20대, 30대, 40대의 머릿속에 “난 이거의 전문가야, 근데 바로 옆집은 뭐 하는지 몰라” 이게 너무 강해서 통섭적인 협업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죠.

그게 너무 고착화돼서, 제가 예를 든 챗GPT나 애플, 구글 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 교집합을 그냥 뻥 뚫고 가는 에너지가 엄청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재를 발굴하거나 스타트업을 지원할 때,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흐름이 있나요?

(이제는 창업자들이) 스타트업이 뭔지도 다 알고요, 심지어 스타트업을 잘 만드는 방법론도 알고요. 그거에 대해서 교육하는 영상도 되게 많고요. 그러니까, 이제는 저희 회사에 투자를 받으러 온 분들이 “제가 스타트업이 뭔지도 모르고요, 어떻게 이걸 시작해야 되는지도 모르고요, 그냥 열정만 갖고 왔습니다” 이런 분은 안 계시단 말이에요.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준비된 사업계획서를 들고 와야 퓨처플레이 같은 회사에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다 생각하시는 거죠. (그런데 저는) 이게 굉장히 큰 부작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자기의 무지함, 그리고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의 부족함, 이런 거를 인정하고 시작했다는 거죠. 그러면 어떤 에너지가 나오냐면, ‘어차피 이 길은 황무지야, 잘 닦인 아스팔트 도로는 없어. 그러니까 내가 가면 길이야, 용기를 갖고 가보자’ 뭐 이런 에너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잘 닦인 8차선 고속도로를 튕겨나가지 않고 어떻게 빨리 달리나 이런 게임으로 가다 보니까, 사실은 바로 옆에 그 길을 벗어나면 숏컷이 있는데 그 길을 가는 걸 두려워하는 경영자들이 너무 많아진 거예요

이게 현재 한국 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세계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의 문제인 것 같아요. 이걸 어떻게 돌파하느냐. 오히려 그런 스타트업의 공식이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소위 말하는 ‘언페어 어드밴티지(unfair advantage)’, 어디든지 굉장히 강력한 차별성을 가진 사람이 이 바닥으로 많이 들어와야 돼요.

예를 들면, “나는 딥테크의 전문가인데 내가 보기엔 다 헛짓거리 하고 있어”, 예를 들면 샘 알트만이 “와, 이거는 GPU 많이 사기 게임이에요, 10조달러를 나한테 주시면 그걸로 서버를 다 사가지고 내가 다 잡아먹을게요”라고 얘기하는데, AI 연구자인 내가 보기에는 그 자체가 바보 같은 접근이다. 그 모델 자체가 너무 헤비한 거고 내가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든다면 GPU를 적게 쓰는 모델을 만들겠다.

이런 접근이 샘 알트만이 깔아놨다고 세뇌를 시킨 고속도로를 비껴가는 거잖아요. 그런 분들이 많이 생태계에 유입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우리는 지금은 길로서 써먹지 못하는 황무지를 개간해서 수많은 크고 작은 길을 뚫을 수 있을 거라고요.

저는 그게 지금 우리한테 필요한 시대정신이라고 봐요.

그런 시대정신을 가진 분을 어떻게 발굴할 수 있을까요?

과거 10년, 15년 전처럼 볼드하게 이 사람의 열정과, 뾰족한 장점과, 시장의 크기에 베팅하는 플레이어는 거의 없어요. 스타트업을 창업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었단 말이에요.

왜 그럴까? 옛날에는 김봉진 대표님, 심지어 치과의사였던 이승건 대표님 같은 분들이 “그냥 난 할래” 그러고 이 시장에 들어왔다면, 이제는 제2의 김봉진, 제2의 이승건 같은 분이 있다고 해도 “난 겁나서 여긴 못 들어가겠어, 여기는 모든 게 준비된 사람들이 뛰어노는 판이지 나같이 준비가 안 돼 있고 결함이 있는 사람은 들어갈 수 없는 판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기제가 엄청 강해졌다는 거예요.

근데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 중에 너무 소중한 필살기를 갖고 있는 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대학에서 AI를 연구하는 어떤 대학원생이 있다고 칩시다. 그럼 이분은 완전히 게임 체인징을 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분일 수 있어요. 근데 이분이 경영을 배운 적이 없고, 스타트업을 어떻게 만들어야 되는지 전혀 몰라. 그러면 누군가는 이분의 손을 잡고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용기를 주고, 경영을 하는 법을 가르쳐 주거나 경영을 잘하는 사람을 소개해 주거나 해서 이분이 스타트업 창업가로 커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줘야 되거든요.

그런 문화가 과거에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왜? 그런 노력을 안 해도 준비된 창업가들이 찾아오니까요.

벤처투자사나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 좀 달라져야 한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경영자상이 있어요. 예를 들면, 네트워크 되게 많고 언변도 되게 좋고 좋은 학교에서 좋은 전공 하셨고 경영에 대한 인사이트 있는, 이런 분이 당연히 잘하겠죠. 그런데 그런 분이 몇 명이나 있겠냐고요. 혹은, 이 중에 하나라도 없는 거를 우리가 후천적으로 키워드릴 수 있나요? 워낙에 샤이 가이라서 친구가 많이 없는 분을 우리가 마흔 넘었는데 친구를 만들어 드릴 수 있나요?

그러니까 저는 경영자에 대한 시선, 혹은 파운더에 대한 시선을 바꿔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10년, 15년 세월을 지나오면서 어떻게 돼버렸냐면 하나씩 하나씩 조건이 더 붙어간 거예요. 그냥 엔지니어여서는 안 되고, 엔지니어인데 말도 잘해야 되고 인맥도 좋아야 되고, 경영도 잘해야 되고. 이렇게 하나씩 붙은 게 지금 상황이라면 전 다시 떼어내야 된다, 이걸 빨리 떼어내는 플레이어가 더 좋은 투자를 하는 게 지금의 시대 정신이 아닌가.

그러면 뭘 떼어내고 뭘 남겨야 되냐. 결국 남겨야 되는 거는 딥테크 회사의 파운더한테는 기술이 첫 번째인 거 같고요. 두 번째는 아까 말한 시장인 거 같아요.

극단적으로 말해서 시장을 하나도 모르는데 기술을 너무 잘 아는 어떤 사람, 그리고 기술을 잘 모르지만 시장을 굉장히 잘 아는 어떤 사람이 서로 의기투합을 하고 서로를 배우려고 하면, 한 사람 안에 그 두 재능이 있을 가능성보다 그 짝이 존재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거잖아요?

그렇다면 저희가 정말 찾기 어려운 인재를 찾아내는 일을 할 거냐, 혹은 각각을 찾아서 붙여주는 일을 할 거냐, 혹은 이미 붙어 있는 팀을 찾는 일을 할 거냐. 이런 조합 중에 뭘 해야 될지를 의사결정하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고요.

대표님도 창업자 출신으로, 국내 최초로 인텔에 엑시트한 성과를 냈는데요

엑시트를 하고 나니까, 그때 제가 가졌던 갈급함은 뭐였냐면. 나는 이런 크든 작든 성공을 했는데, 저는 그런 자존심이 있거든요. 한국에서 나고 자라서 공부한 엔지니어가 글로벌 스케일로 되게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데, 저는 그걸 코딱지만 한 사이즈지만 보였다고 생각하는데 저의 서울과학고 동기들이나 카이스트 동기들을 만나보면 “그거는 네가 특별한 사람이니까 한 거지, 나는 못 해” 이런 식의 생각이 너무 강했던 거죠.

개인의 자존심은 채워졌을지 몰라도 집단적 자존심은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고, 그걸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에 퓨처플레이를 시작한 거예요. 운이 정말 좋게도 증명이 거의 된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이노스페이스가 5년 만에 로켓 발사를 하고, IPO도 거의 결정이 됐죠. 그리고 광주과기원의 골방에서 창업을 시작한 SOS랩 같은데도 IPO 준비하고 있고요.

근데 지금 목마름은, 진짜 골방에 처박혀 있는 대학원생이나 교수님들이나 이런 분들이 “와, 나도 이노스페이스처럼 될래요. 나도 SOS랩처럼 될래요” 그러고 막 창업을 하고 있느냐, 그건 아니라는 거예요.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어떤 롤모델을 만들어주면 그 롤모델을 보고 서로 박차고 나와서 창업할 거라고 저는 생각했는데, 시대정신이 뒷받침을 못해주고 있구나. 더 뭔가 판을 바꿔서 그런 분들도 창업할 수 있게 도와주려면 완전히 다른 게임플레이를 해야 되겠구나, 이런 걸 지금 고민하고 있는 시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판을 바꾸기 위해서 어떤 시도를 하고 계시나요?

저희 투자팀이 열심히 각 대학에 있는 교수님들을 뵙고 다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가장 이걸 잘하실 수 있는 분들이 교수님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교에서도 정부에서도 이런 교원 창업을 굉장히 장려하잖아요. 근데 저희가 교수님들을 만나뵈면 이구동성으로 “내가 준비가 안 됐다, 나는 사업을 해 본 적이 없다. 스타트업을 하는 게 겁난다”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들 정말 많은데, 저희가 연락을 드리면 꼭 시간을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교수님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어떻게 해소시켜 드릴지, 같이 손잡고 회사를 만들지에 대해서 제안을 드릴 것 같아요.

10년 후의 퓨처플레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10년쯤 뒤면 사업을 한다는 게 결심이 필요한 일이 아니게 될 것 같아요. AI가 인간의 일을 이렇게 잡아먹을 거잖아요. AI가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게 될 거예요. 각자 마음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어떤 분은 100 % 남이 해도 될 일을 하고 있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그런 분들은 AI한테 잡아먹히는 거죠.

결국 “나 아니면 못하는 일을 계속 늘려나간다”고 할 때,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사람이 한 명 있고 열 명분의 AI가 있는, 1인과 10 AI가 있는 11명 분의 회사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 거거든요. 실제로 저희가 투자한 회사 중에 CEO이자 CTO 역할을 하면서 거의 1인 회사로 남은 팀이 있는데요. 개발팀을 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AI하고만 프로그래밍을 하는 분이 있어요. 이런 볼드한 시도를 하는 대표님이 있거든요.

그게 제가 보기에는 미래인 것 같고, 우리가 “1인 기업 이런 걸 성립하지 않는다”고 얘기를 하는데, 오히려 한두명의 정말 천재가 AI파워드 돼서 기업을 만드는 시대도 저는 올 것 같고요. 그게 10년 뒤라고 생각하면, 완전히 달라진 스타트업을 서포트하는 퓨처플레이는 (스타트업에) 뭘 해줘야 되냐, 결국은 그 소수의 게임 체인저들이 자기 욕망을 발현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 드리는 게 저희 역할이 아닌가.

그러면 상상을 해보면 미래에는 영업맨이 퓨처플레이를 다니고 있을 수도 있죠. 지금은 저희가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미래에는 그게 너무 희소가치가 크고, 모든 스타트업들이 그런 분을 채용하기가 어려워서 저희가 그걸 대행해주는 게 미래의 엑셀레이터가 해야 될 일일 수도 있겠죠.

이런 예를 드는 거는, 이 스타트업, 특히 초기 스타트업 씬은 농축되고 압축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점점 순도가 높은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제는 경쟁이 너무너무 치열해서 종이 한 장 차이로 승자와 패자가 갈리기 때문에, 그 종이 한 장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말 희소한 분들에게 누가 집중해서 그분들하고 같이 손을 잡느냐의 게임으로 바뀌고 있다는 거죠.

저희는 앞으로 10년간은 거기에 더 집중을 해야 저희도 살아남는 하우스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AI와 로봇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데, 창업시장은 어떻게 변할까요?

저는 모든 테크놀로지는 사이클이 있다고 봐요. 근데 그 사이클에서 진짜 큰 성공을 하는 회사는 본질을 만드는 회사이지, 주변부를 건드리는 회사가 아니거든요. 지금 AI 얘기가 되게 많고 로보틱스 얘기가 되게 많은데 “이 테크놀로지 없이는 이런 AI가 성립할 수 없어”를 만드는 기업, 그리고 “이 테크놀로지가 없으면 이 로봇을 만들 수 없어”를 만드는 기업만 궁극적으로 살아남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거는, 적어도 한국의 딥테크 스타트업 씬에 있어서는 본질적 기술로 상업화를 하려는 팀보다는 저 바다 건너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만든 본질 기술에 뭔가 휘핑크림을 끼얹으려고 하는 회사가 너무 많고, 또 그런 옥과 석을 구분하는 연습이 우리가 좀 부족하다 보니까 그런 회사들이 과도하게 펀딩을 많이 받기도 해요.

여기서는 좀 뿌리 깊은 사대주의와 패배주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구동성으로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우리가 어떻게 오픈AI 이겨요? 우리가 어떻게 구글을 이겨요?” 근데 냉정하게 말해서 오픈AI나 구글을 어떤 틈새에서 이기지 못하면요, 우리는 싹 다 밀리는 거예요. 지금 한국 스타트업이, 특히 기술 스타트업이 가야 될 길은 뭐냐.

그냥 그 심장에 진짜 수류탄을 던지는 마음으로 “우리 쟤네 이길 수 있어, 쟤네는 이런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정말 다른 패러다임을 내가 인벤션만 할 수 있으면 저걸 깨고 들어갈 수 있어, 아직 AI는 시작이야. 로보틱스는 시작이야” 이런 마음으로 덤비는 회사들이 저는 더 많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저의 고민은 이런 정도의 딥테크 기술력을 가진 분들이 그 정도의 미친 광기의 용기가 없어요. 시대정신이 그거를 허용하지 않아요. 이게 저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휘핑크림 같지 않은, 본질적 기술을 할 만한 분야가 딥테크에 남아 있나요?

너무 많죠. 그러니까 이 자체가 어려운 창의력, 100만 명 중에 한 명만 생각해 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챗GPT는 요즘 LLM에 올인하잖아요. 그런데 인간의 노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요. 인간 노동 중에 언어로 이루어지는 노동이 얼마나 돼요? 사실은 전체 노동 중에 10분의 1도 안 될 거예요.

예를 들면 지금도 제가 기자님하고 눈을 맞추고, 차까지 타고 와서 제 몸을 이동해가지고 인터뷰를 하잖아요? 그걸 우리는 비디오로 찍어서 유튜브에 올려요. 물론 제가 말을 하지만, 이 맥락이 다 빠지고 제가 텍스트만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린 거랑, 이렇게 손짓 발짓을 하면서 눈을 맞춰가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거랑 콘텐츠의 질이 다르잖아요.

그 얘기는 뭐다? 원래 인간이라는 동물은 언어만으로 커뮤니케이션하거나 협업하게 만들어진 동물이 아니라는 거예요. 오히려 인간의 본질은 언어가 아니고, 그 인간의 본질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수단이 언어일 뿐이에요. 그 빙산의 일각인 언어 모델에 있어서 어느정도 어드밴스된 걸 우리는 겨우 만든 상황이에요.

비언어적인, 예를 들면 비전이라든가 액션이라든가 이런 데이터를 가지고 뭔가 학습해서 우리가 상상도 못한 결과를 돌려주는 그런 파운데이션 모델은 못 만드냐? 당연히 만들 수 있죠.

우리가 어쩌면 어떤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그 프레이밍을 하는 친구들이, 예를 들면 샘 알트만(오픈AI 창업자이자 대표) 같은 친구들인 거죠. “야, LLM이 끝판왕이고 이 LLM을 하려면 돈이 엄청 많아야 돼. 그러니까 우리 팀 정도 아니면 이건 생각하지도 마” 이런 식의 세뇌를 지금 전 지구적으로 하고 있는 건데, 어느 정도 지적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왜 허구적인 건지 금방 간파할 수 있다고요.

그 세뇌를 깨려면 지금 당장 무얼 해야 할까요?

내 회사를 만들어야죠. 그걸 증명해서 보여줘야죠. 그러니까 저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당연한 거를 사람들이 너무 어려워하니까. 지금 대한민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의 예비 창업가가 될 수 있는 분들, 예비 예비 창업자분들이 다 겁을 많이 먹고 있는 거죠.

왜냐하면 경제도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고, 아직도 이자율도 높고, 국소적인 전쟁들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고요. 이런 굉장히 혼돈의 상황에서는 동물적으로 인간은 도전 정신을 좀 버리고 안정을 추구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 미국은 지금은 좀 주춤하지만, 그나마 테크주라도 굉장히 고공행진을 했는데, 한국은 증시부터 되게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용기를 낼 수 없는 여러가지 이유가 되게 많은데, 제가 이 말씀을 드릴게요. 그렇게 다들 주저할 때 이 동영상을 보는 분들이 먼저 튀어나가면요, 원 앤 온리(one and only)가 돼요. 아이러니하게도 더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예요.

딥테크는 돈을 벌기 어렵다고 하는데요

딥테크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지 않아요. 딥테크가 수익을 훨씬 더 잘 내죠. 생각해보세요, 제일 영업이익률이 높고 제일 돈 잘 버는 슈퍼 을이 누구예요? ASML이잖아요. ASML은 테크밖에 없어요. 그냥, “야 니네 미안한데 우리 없으면 반도체 못 만들어, 끝” 이거 잖아요. 이게 딥테크 회사의 묘미죠.

근데 우리는 완성된 ASML, 완성된 구글을 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얘네가 돈 찍어내는 기계처럼 보이죠. 초창기의 구글은요 수익 모델이 없어 가지고 오늘 내일 했어요. 애드센스라는 모먼트 이전에는요. 생존을 걱정해야 되는 회사였다니까요.

기술이라는 건요, 결국 이 기술이 아니면 인류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해주는 거고, 그건 일종의 땅짚고 헤엄치기 비즈니스를 하게 하는 요소죠. 근데 사람들이 왜 기술회사가 돈을 못 번다는 착시가 있냐면요. 그 경지까지 가기 전에 첫 번째로 기술이 완성돼야 하죠. 두 번째는 프로덕트 마켓을 찾아야 돼요, 그 전까지는 당연히 쫄쫄 굶죠. 쫄쫄 굶는 게 아니라 연구비만 미친 듯이 들어가죠. 그렇기 때문에 요 앞부분만 보면 “기술회사는 돈을 못 벌어”라고 얘기하지만, 이 변곡점만 거치면 “기술회사만큼 돈 잘 버는 회사가 없어”인 거예요.

그러면 저희 같은 회사가 해야 되는 일은 뭐냐면 이 지점에 있는 창업자들한테 “조금만 참고 견디면 우리가 쑥과 마늘을 먹으면 이 변곡점을 넘을 수 있어, 그리고 이 변곡점만 넘으면 우리 이 정도 영업이익을 가져갈 수 있어”를 같이 고민하고 전략을 짜는 거고, 그 다음에 이 기간을 단축할수록 좋은 거잖아요? 이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헤매면 안 되잖아요. 기술을 이걸 만들다가 저걸 만들다가 이렇게 막 피보팅을 하는 게 아니라 정조준을 하고 이쪽으로 빨리 가야 되는 거잖아요.

그랬을 때 바로 변곡점 이후에 돈을 벌 수 있는, 구글로 치면 애드센스와 같은 수익모델을 찾는 걸 도와드려야죠. 이게 테크 엑셀러레이터가 하는 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냥 독자적으로 창업하시는 것보다 저희랑 같이 이걸 고민하시는 게 훨씬 유리하다. 왜? 저희는 빅데이터가 있잖아요 딥러닝이 돼 있는 거예요. 240개 회사를 통해서 저희가 얻은 11년간의 노하우가 있는데, 그거를 장착하는 거랑 맨땅에 헤딩하시는 거랑 당연히 다르죠. 그게 저희 업이라고 생각하고요.

어떻게 하면 창업자들이 투자자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까요?

사실은 제가 정답을 다 말씀드렸어요. 어디로 가느냐를 명확하게 생각하시고, 그거에 대해서 아주 당당하게 용기를 보여주시면 돼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결국 두 개만 남아요. 기술과 시장. 내가 경영자로서 기술을 어떻게 끌어올리고 시장을 어떻게 늘려갈지만 설명하실 수 있으면 된다, 그런데 지금 이 질문은 “내가 이걸 하겠다”라는 분의 관점에서 답을 드린 거고, 이걸 하다 보니까 “내가 이 기술은 되게 어려운데 만들 수 있다는 건 알아. 근데 이걸 어떻게 돈으로 만들지 모르겠어” 이런 분들도 포기하지 마시고 저희한테 연락을 주시라.

왜? 이 부분은 저희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예요. “내가 전 세계에서 짱 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데 이걸로 어떻게 큰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혹은 내가 이 연구를 어떻게 지속해야 될지 모르겠어” 이런 분이 계시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퓨처플레이에 이메일 주십시오.

영상제작_ 바이라인네트워크 <임현묵 PD> <최미경 PD>
인터뷰/정리_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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