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독과점 규제한다? 플랫폼 규제법의 이율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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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시 : 2025년 1월 23일 (목) 14:00 ~ 15:10

“예컨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독과점은 삼성전자 아닙니까? 핸드폰 혼자 하죠. 거기에 대해 핸드폰을 삼성전자만 만드니까 규제를 해야 하나요? 똑같은 마인드가 왜 다른 (플랫폼) 영역에는 안 생기냐는 거죠. 대기업을 옹호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처음에 규제를 하거나 입법을 하려면 첫 단추인 왜 규제를 해야 되는지에 관한 이 부분에 관한 고민이 있어야 되고, 그 논의가 잘 성숙되어야만 그 다음 단계가 쉽게 풀립니다.”

김지훈 수석전문위원(법무법인 세종)은 19일 여의도 FKI타워(한국경제인협회 본관)에서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 주최로 열린 ‘디지털 패권 경쟁 속 바람직한 플랫폼 정책방향은?’ 토론회에 나서 디지털 플랫폼에 집중된 규제 논의에 우려를 내비치고, 신중한 규제 입법을 주문했다.

디경연은 ICT 대표 7개 협단체(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디지털광고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로 구성돼 디지털산업 발전에 필요한 바람직한 정책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설립된 협의체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지훈 수석전문위원(법무법인 세종), 서강대학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 사영준 교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황용석 교수,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융합학부 이대호 교수, 벤처기업협회 유정희 본부장이다. 좌장은 황용석 교수가 맡았다.

인도가 자국 플랫폼 규제를 했다는데?

한승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토론 시작 이전에 시장 현황을 전했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추세를 따른다는 플랫폼 규제법 추진 근거에 대해 각국의 시장 상황을 제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 사례를 언급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 자료 갈무리

인도 현지 디지털경쟁법위원회가 지난해 유럽의 DMA(디지털경쟁법)과 유사한 법안 제정안을 제출했다. 인도 이커머스 시장은 플립카트라는 기업이 시장 과반을 차지하는 중이다.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쿠팡이 대세라고 하지만, 그렇게 오래된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있다기보다는 경쟁 시장의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요. 인도의 경우는 플립카트라는 독보적인 기업이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어가는 추세에 있습니다. 7년 이상 독보적 지위에 있는 상태라고 보시면 될 거 같은데요. 한국에선 경쟁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 두개를 동일하게 놓고 입법을 할 근거가 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한 연구위원은 특별법 기반의 플랫폼 규제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특별법을 통해서 (규제)해야 하는가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할 거 같습니다. 어떤 부분에 대해선 규제가 필요하고, 어떤 건 기본 법으로도 규제가 가능하다라는 걸 구분 지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이해에 바탕을 두고 플랫폼 규제를 특별법으로 하는 게 지금 형태의 특별법을 운영하는 게 맞는가라는 얘기도 해볼 수 있고요.”

플랫폼 규제법, 오히려 벤처·스타트업이 반대

이날 토론회에선 플랫폼 규제법의 추진 근거 중 하나인 벤처 기업과 스타트업이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착오를 짚었다. 실제 인식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거셌다.

벤처기업협회 유정희 본부장은 “플랫폼법 제정에 대한 벤처기업 인식조사 결과에서 68.7%가 플랫폼법 제정에 반대, 80% 이상이 플랫폼법이 플랫폼 산업의 혁신과 경쟁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가장 많이 동의하지 않았다”며 결과를 공유했다.

이어서 “벤처․스타트업들이 플랫폼법의 수혜자라는 주장은 플랫폼 산업 생태계를 파악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 잘못된 인식이며, 오히려 벤처․스타트업의 시장 진출 및 성장을 원천 봉쇄해 국내 플랫폼 생태계에 약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는 “규제 논의를 할 때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는 빠져 있다”고 지적하며, “거대 플랫폼을 규제한다고 하여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시장에 스타트업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시그널을 주어 투자와 창업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EU는 게이트키퍼를 정하여 규제하는 것이고 일본 또한 유사한 형태로,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자체를 법으로 정해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법 제정 작업에 참여한 김지훈 수석전문위원<사진>은 규제를 너무 쉽게 보는 분위기를 꼬집었다. 규제 입법 검토 보고서에서 입법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검토 의견이 전무한 부분도 짚었다.

“우리가 뭔가 법을 만들거나 규제를 만드는 것을 제가 보기엔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정부도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정부는 이 법을 새로운 룰을 만들면 도움이 되고 좋을 겁니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엉뚱한 데를 긁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한다는 거죠. 입법 검토 보고서에 입법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검토 의견을 보신 적 있으세요? 저는 그 지점이 우리가 잘못 접근됐다는 건데, 왜 필요한지가 입증이 안 되는데, 대체로 ‘입법의 규율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이러이러한 문제점이 있어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나오니, 필요성이 인정되니까 그걸 들고 (규제가 필요하다고) 계속 가는 겁니다. 연구(R&D)에서 필요성이 쉽게 인정되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중복 연구면 첫 단계부터 날아가는 거죠. 그런데 입법과 규제는 필요성은 인정되는데 잘 좀 해보면 안 될까 왜 이렇게 결론이 나느냐, 이게 우리가 규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법을 왜 만들어야 되는지 좀 더 우리 사회가 전체가 고민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발전 속도 빠른데, 사전지정 규제한다고?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융합학부 이대호 교수는 “사전지정 방식의 플랫폼 규제는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플랫폼의 특성과 맞지 않다”고 지적하며, “생성형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보유한 거대 플랫폼에 의해 발전할 수 있는 것 등을 고려했을 때, 플랫폼이 거대해진다고 무조건 시장이 실패할 수 있다는 접근 방식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 사영준 교수는 “플랫폼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 편익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하며, “플랫폼 시장은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능동적 이용자들이 빠르게 알아차려 플랫폼 스스로 자정하게 만드는 시장인데 규제를 통해 제한하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대호 교수) 플랫폼이라는 동일한 이름 하에 모든 플랫폼들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플랫폼 자체가 가진 서비스의 특성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그것에 맞춘 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플랫폼이) 크지 않으면 생성형 인공지능을 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가 많아야 하고, 데이터가 많으려면 큰 플랫폼이어야 되는 거죠. 플랫폼이 커졌다라는 것만으로도 장점을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기반 되어 있는 (특정 기업이 독과점력을 가질 경우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수 있다는) 이론은 서비스 특성을 고려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좌장을 맡은 황용석 교수는 “불확실하고 변화가 빠른 시대에 법을 통한 딱딱한 규제보다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율규제와 같은 유연한 방식을 고민해 볼 때”라고 말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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