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산업용 로봇이 사람을 구한다?” 이진한 클레 대표
신설 공장은 대체로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인구수가 줄어들면서 공장에서 일할 노동력 역시 따라 줄고 있는데, 반대로 생산량은 늘려야 하는 환경 아래서 공장 자동화는 필수가 되어 가고 있죠.
공장 자동화의 핵심은 사람 대신 일할 로봇인데, 이 시장이 열리면서 여러 딥테크 스타트업이 기회를 보고 있습니다. 2021년 창업한 클레도 그 중 하나입니다. 중장비가 많은 공장에 사람 대신 로봇이 들어가 일할 수 있도록, 로봇의 정확한 작업을 돕는 ‘눈’을 만들거든요. 3D 머신비전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로봇이 사람이 보는 것처럼 전방주시를 하고 거리도 측정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제품이죠.
클레는 문을 연 지 1년 만에 매출을 내기 시작한 흔치 않은 ‘돈 버는 기술 회사’이기도 합니다. 이 회사의 3D 카메라인 ‘코픽(CoPick)3D‘가 현대차·기아의 울산 공장과 멕시코 공장 등에 일부 적용되면서 시장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로봇이 정확하게 움직이도록 거리를 계산해주는 3D 카메라의 필요성을 현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클레를 창업한 이진한 대표는 생산성이나 효율성 만큼 “중장비가 많은 위험한 공장 환경에서 사람이 더 이상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기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생산성을 높여서 사람들이 윤택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 거죠.
클레는 어떤 기술을 갖고 있고, 또 어떤 비전을 목표 삼아 성장하고 있을까요? “이 세상의 모든 위험한 일을 로봇한테 떠넘기고 싶다”는 이진한 클레 대표와의 인터뷰입니다.

클레는 어떤 팀인가요?
저희는 위험한 노동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게 꿈인 3차원 머신비전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에요.
3D 머신비전으로 어떻게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나요?
3차원 머신비전이 공장에 본격적으로 도입이 되면요. 사람을 대신할 수 없었던 많은 작업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래서 위험한 공장 환경이나 노동 환경에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공장 환경이 실제로 위험한가요?
굉장히 위험해요. 큰 공장 작은 공장이 있지만 사실 모든 공장들에 위험한 장비들이라는 게 있고요. 특히 저희가 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자동차 공장 같은 경우에는 생산하는 제품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까 그걸 다루는 설비는 더 크고 무겁고 그렇거든요.
근데 이게 또 굉장히 빨리 움직여요. 그래서 안전을 굉장히 많이 챙기긴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실수로 큰 인명사고가 발생을 하고 있고요. (사고를) 완전히, 100% 막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전히 위험하다고 저희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3D 머신비전은 어떤 기술인가요?
공장에서 실제로 사람을 대신하려면 로봇이 사람 대신 물체를 조작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실제 거리 단위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있어왔던 2차원 머신비전들은 그 정보를 주지 못했었고요.
3차원 머신비전이 밀리미터(mm) 단위로 대상물의 위치나 거리의 크기에 대해서 알려주기 때문에 로봇이 사람 대신에 작업을 할 수가 있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든다면요?
물컵이 로봇 앞에 있다고 가정해보면요. 로봇이 자기가 팔을 뻗어서 물컵을 잡으려면 자기 기준으로 물컵이 어느 정도 거리에, 어떤 각도로 위치해 있는 지를 알 수가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2차원 머신비전으로는 그걸 알기가 굉장히 어려웠고요. 3차원 머신비전은 촬영 결과물 자체가 카메라를 기준으로 대상물체와의 거리를 바로 알려주는 것이 거든요. 그 거리를 로봇한테 알려줄 수 있어서 로봇이 팔을 뻗어서 물컵을 잡을 수 있게 되는 거죠.
사람의 안전 외에 로봇이 공장에 들어와서 좋아지는 것이 또 있을까요?
로봇은 지치지 않습니다. 로봇의 설정이 잘 돼 있다면 지치지 않고 24시간 내내 사람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반복 작업을 수행할 수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생산성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생각은요?
철학적인 믿음이 있는데요. 좀 거창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인류사를 보면 몇 번의 혁명이 있었어요. 농업혁명이 있었고 산업혁명이 있었고 또 정보화 지식혁명이 있었죠. 최근에는 AI혁명까지 있는데, 농업혁명 때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수렵 채집인들이 다 굶어 죽은 건 아닙니다. 결국 패러다임 전환에 순응을 해서 인류는 더 번성을 하게 됐고요.
지금 도래하고 있는 AI혁명,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로 당장 공장에서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분들의 일자리는 줄어들지 모르지만 저는 궁극적으로는 생산성이 향상 되고 그 높아진 생산성으로 인해서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지고 그걸 토대로 인류가 더 번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믿고 있어요.
클레의 경쟁력은 뭔가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하나의 팀에서 직접 다 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이 요구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굉장히 큰 시너지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만 개발하다 보면 하드웨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그럼 저희가 바로 하드웨어 튜닝을 하고요. 마찬가지로 하드웨어를 개발하다 보면 소프트웨어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는데, 곧바로 소프트웨어를 개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 주고받으면서 개발을 하다 보니까 속도도 빠르고요. 또 고객이 요구하는 높은 성능을, 그 이상으로 만족시킬 수가 있어요.
지금이 왜 3D 머신비전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일까요?
저희 주요 고객사 중 자동차 공장을 예로 들면, 최근에 패러다임 전환이 한 번 있었죠.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전환 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공장들이 당장 생산 설비를 늘리거나 변경해야 하는 수요가 발생을 했어요.
그런데 몇 년 전까지 코로나가 굉장히 큰 이슈였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공장(을 운영하거나 일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큰 고생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공장 가동을 멈추면 안 되는데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서 1~2주씩 셧다운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을 했거든요.
공장들은 안 그래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자동화율을 높이는 데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는 (자동화가) 관심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가 됐고요. 공장을 자동화하는 데 필수적인 부품이 바로 저희 3차원 머신비전 시스템입니다.
클레의 제품, 코픽(CoPick3D)에 대해 알려주세요
핵심 제품이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3차원 카메라인 ‘코픽(CoPick)3D’가 있고요. 이 코픽3D를 통해 얻은 대용량 고정밀 3차원 데이터를 프로세싱을 해서 고객이 요구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수행하도록 하는 3차원 머신비전 솔루션 소프트웨어, ‘파인로컬라이저(FineLocalizer)’가 있는데요.
저희 코픽3D는 마치 사람처럼 눈 두 개가 달린 것처럼 보여요. 하나는 카메라니까 눈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다른 하나는 카메라가 아니고 프로젝터입니다. 패턴을 조사하는 프로젝터고요. 프로젝터를 통해서 패턴을 조사하면 이 패턴이 대상물에 맺히는 장면을 반대쪽에 있는 카메라로 촬영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패턴을 한 장만 쌓아서 촬영을 하는 게 아니예요. 짧은 시간 동안에 (프로젝터로) 여러 장의 패턴을 빠바방 쏘고, 그걸 싱크를 맞춰서 카메라로 빠바방 받은 다음에 그 누적된 패턴들을 해석 하면 3차원 형상이 나오는 거거든요. 그런 식으로 3차원을 측정하는 제품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멕시코에도 제품이 나가고 있다고요?
작년 말부터 올해 2분기까지 작업을 했는데요. 멕시코에 위치한 공장에 설치하고 운영하고 안정화 작업까지 마쳤습니다. 처음에 멕시코에 제품을 공급한다고 했을 때, 저 뿐만이 아니라 저희 팀원들이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영화 같은 데서 접하는 멕시코가 굉장히 안전한 환경은 아니잖아요.
처음에 가기 전에 우리끼리 모여가지고 “단체로 방탄 조끼를 맞춰야 되는 거 아니냐” “갈 때 사설 경호원을 고용을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고민을 많이 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막상 방탄 조끼도, 경호원도 없이 갔는데 가보니까 괜찮더라고요. 역시 사람 사는 데는 크게 다르지 않구나 생각했죠(웃음).
또 다른 나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 있나요?
일단 제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저희 고객사의 해외 공장 위주로 수출을 하고 있지만 해외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직접 영업을 할 계획이고요.
자동차 제조공장(OEM) 중에서 현대차나 기아도 굉장히 글로벌하고 굉장히 큰 기업이지만 또 다른 글로벌 메이커들이 있거든요. 그 메이커들의 문을 열심히 두드리고 영업을 해서 해외 공장에 진출을 할 계획이고요.
해외 시장에서 저희가 굉장히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성능적인 면도 그렇지만, 가격적인 면에서 국내 고객사를 충족시켰으면 해외 고객사는 200%, 300% 충족을 시킬 수가 있습니다. 빠르면 올해 하반기, 아니면 내년에 본격적으로 영업 활동을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자동차 공장 외에도 3D 머신비전 기술을 쓸 수 있는 영역이 많을 것 같아요
쓸 데는 정말 많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카메라 있잖아요. 카메라가 처음 등장한 게 1820년대예요. 한 200년 동안 2차원 영상으로 세상을 잘 담아온 거죠.
그런데 앞으로는 저는 이게 다 3차원으로 바뀐다고 믿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당장 수요가 있으니까 3차원 카메라가 공장에 많이 들어가고 있지만 스마트폰에도 3차원 카메라가 탑재가 될 수가 있고요. 이런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할 때도 3차원으로 촬영을 하는 날이 머지않아 온다고 믿고 있어요.
저희가 그런 데 다 확장을 할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사람을 구하는 게 먼저이기 때문에 공장에 집중을 할 계획이고요. 그런데 공장도 종류가 굉장히 많거든요. 큰 공장도 많지만 작은 공장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약간 의미 있는 이벤트를 구상을 하고 있는데요.
중소형 물류 거점들이 있어요. 쉽게 말하면 택배 영업소 있잖아요? 택배 영업소도 할 일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배달해야 될 작은 그 상자들을 다 분류를 해서 나눠서 실어서 고객분들한테 배달을 해야 되는데, 거기에서 분류하고 적재하는 작업도 굉장히 큰 일입니다.
거기에 저희가 어떤 비용을 받는 게 아니라 순전히 투자로, 저희도 뭔가 시장의 니즈를 파악을 하고 거기에 타깃한 어떤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 군데 섭외를 해가지고 저희의 완전 투자로 자동화를 하는 설비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런 식으로 중소형 공장까지 확대를 하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투자도 굉장히 빨리 받았는데요. 비결은요?
저는 어떻게 보면 기술자 출신이죠. 학사, 석사, 박사를 했고요. 학계에 갈 수도 있는 선택지가 있었는데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서 팀을 만들었고 투자자분들의 문을 두드렸는데요. 그럴 때 저는 어떻게 어필을 했냐면, “기술만 갖고 있어서는 안 된다.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려면 굉장히 많은 요소가 필요한데 기술을 하나 갖고 있다고 여기에 매몰돼서 이것만 가지고서 해서는 안 된다”라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야기 했고요. “저는 기술을 갖고 있지만 다른 것들도 많이 중요하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저희가 개발 발전을 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린 게 좀 어필이 되지 않았나 더 생각을 하고요.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은 어떻게 빨리 캐치할 수 있나요?
너무도 당연한 얘기인데 직접 현장에 가봐야죠. 가서 고객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저희도 공장에 가서 정말 다양한 분들의 목소리를 들었거든요. 설비를 기획하는 담당자분, 이 설비를 도입을 했을 때 그걸 유지보수 할 담당자 뿐만이 아니라 현재 직접 작업을 하고 계시는 작업자분까지요. 이분들을 인터뷰까지는 아니지만 쓱 가서 계속 여쭤보는 거예요. “이거 뭐 어떻게 되는 거예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 거예요? 뭐가 불편하세요? 뭐가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계속 물어보고, 그 공장을 저는 계속 눈에 담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세계화가 저희한테 주어진 굉장히 큰 숙제입니다. 저희는 진짜 자신 있게 “이제 수출 기업이에요”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수준으로 해외 고객들을 유치하는 영업활동을 전개할 계획이고요. 동시에 현재는 대형 공장들에 집중돼 있는 저희 제품군을 중소형 공장들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확장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영상제작_ 바이라인네트워크 <임현묵 PD> <최미경 PD>
인터뷰/정리_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