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졌잘싸] ① 어떤 스타트업이 폐업을 고려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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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90%가 실패하는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성공하는 10%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쏠립니다. 나머지 90%를 조명하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누구나 망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창업이 있다면, 폐업이 있기 마련입니다. 폐업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전 단계이기도 합니다. 예비 창업자와 경영자, 투자자 그리고 폐업을 고민 중인 이들을 위해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스타트업,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덜 힘들게 폐업을 하고, 또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연재 순서>
① 어떤 스타트업이 폐업을 고려하나
나는 (지금은) 망한 스타트업의 창업 멤버였다. 2017년에, 지금으로 따지자면 문화상품 조각투자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팀의 시작에 합류했으나 시기가 좋지 않았다. 기술은 덜 올라왔고 우리는 경험이 부족했다. 그때를 떠올리면 열정은 크고 희망찬 순간도 있었으나, 고비고비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몰라 고통스러운 순간도 많았다.
세상에 나온 여러 보고서를 보면, 그 고통을 느끼는 건 우리 뿐만이 아니었다. 스타트업 투자 동향을 다루는 플랫폼 ‘더브이씨’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서는 “투자유치 이력이 있는 한국 국적의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중 2023년 1월 1일부터 12월 23일 현재까지 폐업한 기업의 수는 총 146개”라고 밝혔다. 모수는 더브이씨가 확보한 데이터 내에 있는 스타트업이다.
146개가 많은 숫자냐고 물으신다면, 더브이씨의 보고서 내용을 조금 더 소개한다. 같은 기간, 신규 설립된 한국 국적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중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기업의 수는 총 95개다. 지난해 투자 이력이 있는 신규 창업 기업보다 폐업한 회사가 더 많다. 더브이씨는 폐업 숫자가 많아지는 이유 중 하나를 투자 시장 냉각으로 꼽았는데, “투자시장이 냉각되기 이전인 2021년의 폐업 건수와 비교하면 (146개라는 폐업기업의 수는) 28.1% 증가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꼭 투자 때문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큰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방증하는 폐업과 관련한 보고는 또 있다. 지난해 10월,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양금희 신임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국내 창업기업의 5년 후 폐업률이 66.2%”라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뒤집어 말하면, 창업 후 5년 안에 살아 있는 기업의 수는 33.8%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생존하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그리고 더 많은 기업은, 폐업을 결정하지조차 못하고 ‘생존’을 목적으로 버티고 있다. 몸집을 줄이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라도 생존하려는 이들과, 더 이상은 안 되겠다 폐업을 결정하는 이들의 고민과 현실은 어쩌면 ‘한 끗 차이’다. 어떤 회사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지, 어떤 위협의 시그널이 있는지, 스타트업 행정관리·투자 전문 기업 미라파트너스/미라벤처스의 도움을 받아 정리해봤다. 이 이야기들이 생존의 기로에 선 스타트업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회생의 기회로 삼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매출보다 손실이 클 때
지난해 7월,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굉장히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잘나가는 것 같았던 샐러드 배송 스타트업 ‘프레시코드’의 파산이다. 이 회사가 문을 닫은 이유는 매출이 커지는 만큼 영업손실도 따라 커졌기 때문. 2016년 설립, 이듬해 1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2021년에는 무려 111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으나 그해 영업손실액은 49억원이었다. 자본총계는 -32억50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그러나 모든 회사가 자본잠식에 빠졌다고, 영업손실이 크다고 문을 닫을까? 그렇지는 않다.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 적자를 버티고 압도적 이용자 수 확보로 시장을 장악하는 곳도 있다. 쿠팡은 물론이고, 쿠팡 모델을 따른 플랫폼 중 여럿이 오랜 기간 영업손실을 버티고 흑자전환하는 곳들이 생기고 있다. 그런 곳들과 프레시코드처럼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다는 곳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결과적으로는 얼마나 실탄(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느냐다. 프레시코드가 문을 닫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적자도 적자지만, 회사를 이끌어나갈 자금 마련을 위한 후속투자의 불발이다. 이 회사가 정말로 적자를 감수하고 버티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만큼 규모의 경제가 나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냉정하게 판단했다.
창업자나 회사 경영자가 가지는 희망회로와는 달리, 투자자는 조금 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프레시코드는 회사 경영에서 일어난 적자를 투자로 메워왔고,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물류망에 꾸준히 돈을 넣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프레시코드의 미래 성장성보다는 수익성을 보다 주요한 지표로 봤다. 미래에 과연 수익이 지속적으로 날 것이냐에 관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다 꼼꼼히 따져보는 것도 최근 투자자들이 집중해 보는 영역이다. 이는 지난 2022년 하반기 이후 생겨난 투자 흐름이기도 하다.
유망산업으로 분류되어 각광받았지만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한 회사들도 같은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예컨대 메타버스와 케이팝, 팬덤 문화는 각광받는 투자 카테고리였으나 큰 성과를 보인 기업은 드물다. 국가나 산업계에서 밀어주는 키워드로 투자 펀드가 결성되고, 그 펀드의 주목적에 맞춰 투자가 일어났지만 현실적으로 사업 성과를 못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뜨는 기술과 아이디어로 창업한 경영진들이 폐업을 고려할 때는 매출이 일어날 가능성도, 추가 투자가 일어날 기회도 잘 보이지 않을 때다. 김소원 미라파트너스 이사는 “예를 들어 메타버스처럼 한동안 인기 있었던 키워드로 상장한 회사도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인기 있는 기술로 창업했어도 현실적으로 사업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투자를 받기도 어렵다는 것”을 강조했다.
늘어나는 부채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여러 시그널 중 가장 주의해 봐야 할 사안 중 하나다. 물론, 부채도 자산이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부채가 늘어난다는 것은 수익 모델을 제대로 잡지 못했거나, 회사를 방만하게 운영했거나, 경영진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김해인 미라파트너스 이사(세무사)는 “회사의 대출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자금 흐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만한 회사 운영은 한동안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던 때 대체로 많았다. 비싼 사무실을 임대해 쓰거나 공장을 늘리는 등 무리한 확장이 이뤄진 회사들이 투자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김 이사는 “통장에 돈이 많이 있어도 아껴서 지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치밀하게 고민하면서 성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변에서 무리한 확장에 대한 우려를 말해도 회사가 잘 나갈 때는 경영진이 이 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주의깊게 들어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긴축이 회사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은 아니다. “돈이 없는 데 돈을 아낄 때는 다급한 상황에 떠밀려 현명하게 돈을 아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김 이사는 지적한다. 시급한 것을 처리하는 데에만 비용을 집행하고, 회사가 성장하는 데 드는 돈을 아끼는 경우에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자금이 집행 안 되기 시작하면 프로젝트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직원이 늘어나거나 줄어들 때
회사가 어려워져서 직원이 줄어드는 것은 이해가 간다. 월급을 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임직원 수를 줄이는 경우는 종종 볼 수 있는 경우다. 그런데 반대로, 갑작스레 직원이 늘어날 때도 위기의 시그널이 감지된다는 것은 의외의 지적이다.
“얼마전에 스무명을 갓 넘긴 스타트업 대표님과 통화를 하는데, 직원이 두 배나 늘었는데 프로세스가 갖춰지지 않다보니 각 직원이 무슨 일을 하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너무나 답답하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일이 많아질 것을 대비해 더 많은 사람을 뽑았지만,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할 경우에는 비용만 과다하게 들어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좋은 아이디어라도 무리한 속도를 내면 나쁜 아이디어가 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직원 수가 세 배가 된다고 해서 일의 속도가 세 배가 나오는 것은 아니므로 “속도중독을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을 새겨 듣자.
물론 직원이 갑자기 확 줄어들거나 늘어난다고 해서 그게 무조건적인 폐업의 시그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임직원 수를 줄이면서 쇄신의 기회로 삼는 경우도 있고, 정말로 회사가 성장하면서 사람이 필요해 빠르게 인재를 확보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을 위한 투자마저 하지 못할정도로 인원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고려해야 한다”거나 “무작정 사람을 뽑아 놓고 무슨 일을 시켜야 할지조차 감을 못 잡는 것은 경영의 문제를 나타낸다”는 조언에 대해서는 귀기울일 만 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