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뭔가요] 탄소배출 권리를 사고 판다고요?

지구가 더워지는 것을 막으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세계 모든 정부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고요, 기업들도 탄소 감축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탄소배출권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탄소배출권은 말 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입니다. 기업은 모든 활동에서 각각의 단계마다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제품을 만들려고 공장을 돌릴 때는 물론이고요,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전기를 쓴다거나 혹은 기업 차량을 운영할 때도 모두 직·간접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죠.

그런데 기업마다 탄소를 배출하는 양에 제한을 두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기업은 그 기준보다 탄소를 적게 배출할 수도 있고, 또 다른 기업은 그 기준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할 수도 있을 겁니다. 기업마다 탄소 배출의 양이 다르니까, 탄소를 많이 배출한 기업은 탄소를 적게 배출한 기업으로부터 ‘탄소를 배출할 권리’를 사올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이게 바로 탄소배출권과 탄소배출권 거래의 논리인 거죠.

지구 온난화, 얼마나 심각하죠?
지구 온난화로 폭염, 폭설, 태풍,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높은 화석연료 비중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도 최근 30년 사이에 평균 온도가 1.4℃ 상승하며 온난화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에 의무를 부여하는 ‘교토의정서’ 채택(1997년)에 이어,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파리협정’을 2015년 채택했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2016년 11월 4일 협정이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2016년 11월 3일 파리협정을 비준했다.(출처= 정책브리핑)

출처=정책브리핑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시키기 위한 대표적인 규제가 바로 이 탄소배출권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4년 12월에 23개 업종 52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했습니다. 그리고 이 배출권이 거래가 가능해진 것은 그로부터 한 달 후인 2015년 1월이죠. 현재는 ‘제3차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2021년~2025년)’이 시행 중이고요. 이에  따르면, 이 기간 배출권거래제 적용 업체들의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은 연평균 6억970만톤입니다. 적용 대상 역시 69개 업종, 685개 업체로 늘었고요. 환경부는 올 1월, 제4차 할당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계약을 시작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탄소배출권 제도가 온실가스에 꼭 긍정적 영향을 미쳤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비판도 있죠. 지난해 10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배출권 거래제가 사실상 산업계의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며 “배출권 유상할당량을 전격 늘려 산업계에도 전환 시그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장 의원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환경부는 3차 배출계획을 발표하면서, 1·2차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중간 점검을 실시했는데요. 장 의원이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등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받아 밝힌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부문은 약 8500억(3800만톤)의 배출권을 판매한 반면 발전사 등 전환 부문은 약 2.09조(9000만톤)의 배출권을 구매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즉,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계가 오히려 배출권을 팔아 이득을 얻었다는 뜻이죠. 장 의원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인 포스코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무상할당량이 배출량보다 많았던 적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산업계에 ‘배출권 무상 할당량’을 과도하게 줬기 때문이라고 장 의원은 주장합니다. 그가 배출권 유상할당량을 전격 늘려 산업계에도 전환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2월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간한 ‘저탄소경제 전환 전략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도 산업계의 감축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요. “2030년 국가감축목표(NDC) 상향 시 발표된 산업⋅건물⋅수송 부문의 감축계획은 각 부문의 감축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더 적극적인 감축계획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언급됐습니다.

■ 탄소중립

이왕 알아본 거,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을 정책 삼았던 때가 언제인지도 알아볼까요. 지난 2020년 10월 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처음 밝혔고, 11월에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계적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발언했죠. 같은 달 G20 정상회의가 있었는데요. 요때, 주제가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복원력 있는 미래’였습니다.

출처=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당시 문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은 산업과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담대한 도전이며,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한 과제”라면서 “한국은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제2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개최하여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발표했고, 15일 국무회의에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안이 확정됐죠(출처= 정책 브리핑).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도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탄소감축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 ‘2050 탄소중립 계획’이란 걸 만들었다는 겁니다. 현재는 이 일을 맡아 할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가 운영 중이죠.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계획안을 살펴보면서 오늘의 <그게 뭔가요>는 마무리 짓겠습니다.

탄소중립·경제성장·삶의 질 향상 동시 달성을 목표로, △경제구조 저탄소화, △저탄소 산업생태계 조성, △탄소중립사회로의 공정전환의 3대 정책방향과 △탄소중립 제도기반 강화라는 3+1의 전략을 추진한다.

①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 (에너지 전환 가속화) 에너지 주공급원을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적극 전환. 송배전망 확충, 지역생산·지역소비의 분산형 에너지시스템 확산
– (고탄소 산업구조 혁신)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업종 기술개발 지원, 고탄소 중소기업 대상 맞춤형 공정개선 지원 등
– (미래모빌리티로 전환) 친환경차 가격·충전·수요 혁신을 통해 수소·전기차 생산, 보급 확대, 전국 2천만 세대 전기차 충전기 보급, 도시·거점별 수소 충전소 구축
– (도시·국토 저탄소화) 신규 건축물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 국토 계획 수립 시 생태자원 활용한 탄소흡수기능 강화

② 신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 (신유망 산업 육성) 차세대전지 관련 핵심기술 확보, 그린수소 적극활성화하여 2050년 수소에너지 전체의 80% 이상을 그린수소로 전환, 이산화탄소포집(CCUS)기술 등 혁신기술 개발
– (혁신 생태계 저변 구축) 친환경·저탄소·에너지산업 분야 유망기술 보유기업 발굴·지원, 그린 예비유니콘으로 적극 육성, 탄소중립 규제자유특구 확대
– (순환경제 활성화) 지속가능한 생산·소비 체계 구축, 산업별 재생자원 이용 목표율 강화, 친환경 제품 정보제공 확대

③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 (취약 산업·계층 보호) 내연기관차 완성차 및 부품업체 등 축소산업에 대한 R&D, M&A 등을 통해 대체·유망분야로 사업전환 적극 지원, 맞춤형 재취업 지원
– (지역중심의 탄소중립 실현) 지역 중심 탄소중립 실행 지원, 지역별 맞춤형 전략 이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 정비
– 탄소중립 사회에 대한 국민인식 제고

④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
– (재정) ‘기후대응기금(가칭)’ 신규조성, 세제·부담금·배출권거래제 등 탄소가격 체계 재구축, 탄소인지예산제도 도입 검토
– (녹색금융) 정책금융기관의 녹색분야 자금지원 비중 확대,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기업지원, 기업의 환경관련 공시의무 단계적 확대 등 금융시장 인프라 정비
– (R&D) CCUS, 에너지효율 극대화, 태양전지 등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 집중 지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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