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메신저의 개인대화는 누구의 것인가
최근 ‘개통령’이라고 불리는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가 직원들의 메신저 대화를 무단으로 열람한 사실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직원들이 사용한 메신저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업무용 메신저입니다.
보듬컴퍼니는 네이버웍스라는 협업툴을 이용했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운영하는 업무 협업 소프트웨어입니다. 메신저, 영상통화, 이메일, 캘린더, 저장공간, 오피스 등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네이버웍스의 유료 플랜을 이용할 경우 관리자는 직원에 대한 ‘감사’ 기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의 이용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어떤 파일을 올리고 내렸는지를 비롯해서 게시판에 어떤 글을 썼는지, 어디에서 접속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논란의 대상은 메신저입니다. 관리자는 직원들이 메신저를 통해 나눈 대화 로그를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직원들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강 대표는 이 기능을 이용해 직원들의 메시지 대화를 볼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아무리 관리자라고 해도 직원의 개인 대화를 보는 것이 합당한가’라는 주장과 ‘업무용 메신저에서는 업무에 대한 대화만 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자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립니다.
대체로 법조계에서는 ‘불가피한 사유’와 ‘동의’를 전제 하에 메시지를 열람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법무법인 판심 문유진 변호사는 “관리자라고 하더라도 임의로 대화내역을 열람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나, 불가피하고 합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불가피한 사유란 직원이 내부정보를 유출하려고 했거나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퇴사한 경우 등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변호사는 “업무용 메신저라고 해도 사적 대화는 개인정보보호의 대상이기 때문에 ‘동의’가 있어야 대화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불똥은 네이버웍스까지 튀었습니다. 메시지 대화 내용을 볼 수 있는 기능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IT 전문가는 “보통의 이메일 솔루션도 직원의 이메일을 함부로 볼 수 없도록 돼 있는데 더 은밀한 대화인 메시지를 볼 수 있도록 한 건 문제가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네이버클라우드 측은 “관리자가 반드시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기능은 모든 협업 툴이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협업툴의 경우 조금씩 정책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슬랙 측은 “관리자도 직원 개인의 메시지를 볼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슬랙을 운영하는 세일즈포스닷컴코리아 한 관계자는 “슬랙에서는 무료 플랜을 포함한 모든 플랜을 사용하고 있는 관리자가 사적 메시지를 열람 및 내보내기 할 수 없다”면서 “사적 대화 내보내기는 개인정보보호 및 기타 법률에 따라 제한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직원의 기밀 탈취나 소송 등의 이슈가 벌어졌을 때 별도로 요청을 했을 때만 데이터가 제공된다고 합니다.
국내 협업 툴 플로우를 운영하는 마드라스체크 이학준 대표는 “저희도 고객들로부터 직원의 메시지를 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서 법적 검토를 해본 적이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직원의 동의를 얻으면 가능하다는 해석을 받았다”면서 “이후 정식으로 공문을 통해 신청하는 고객에 한해서 관련 기능을 열어드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협업툴 잔디를 운영하는 토스랩 관계자는 “잔디에서 사적 대화는 관리자도 볼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개인정보와 관련된 주요 기능의 방향을 사기업이 정하는 것은 항상 논란이 따릅니다. 이 기회에 법적으로 명확한 방침이 세워져야 할 듯 합니다.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