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미래 걸었다”는 SW 기업들, 엇갈린 실적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접목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존 사업 모델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과 더불어 AI 확산 흐름이 이 같은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일부 기업이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든 반면 성과가 나오지 않은 기업도 상당수다. AI 기술 기업을 표방하려면 제대로 된 수익 구조를 세우고 고도화 한 자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IT 업계에 따르면 2023년 연간 실적을 공시한 SW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새로운 AI 솔루션을 출시하기도 전에 호조세를 보인 곳이 있는가 하면, 장비와 인력 확충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대폭 악화한 곳도 있다.

한컴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711억원, 영업이익 34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2.0%와 38.5% 증가한 수치다. 회사는 지난해 ‘한컴 어시스턴트’ 출시 계획을 공개하며 AI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거대언어모델(LLM)을 연결해 동작하는 문서 생산성 향상 도구다. 올해 상반기 내로는 ‘한컴독스 AI’ 정식 버전을 출시할 방침이다.

오피스SW 기업 성격이 강했던 한컴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AI 기업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5년 이내 세계적 빅테크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한컴은 지난해 호실적의 이유로 “최근 2년간 공공분야와 기업군의 클라우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전환 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라며 “특히 성장성과 수익 창출을 모두 고려한 투자 집행과 기존 투자사의 수익성을 제고해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한컴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AI 접목을 통해 세계적인 빅테크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진=한컴)

더존비즈온의 성과도 눈에 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536억원. 영업이익 68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4분기만 봐도 매출 1032억원, 영업이익 229억원을 달성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0.9% 증가했다.

더존비즈온 측은 올해 또한 호실적을 기대한다. 그동안 준비해온 신규 AI 서비스 출시에 따른 매출 기여 효과가 본격화할 거라는 기대다. LLM을 활용해 기업 데이터에 특화한 통합 솔루션 ‘원(One) AI’를 비롯해 AI가 코드를 짜는 등 개발 공수를 줄이는 플랫폼 ‘GEN AI 듀스(DEWS)’ 등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특히 원 AI는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통해 환각을 줄이고 전사적자원관리(ERP), 협업툴 등 자사 솔루션에 물려 AI 경험을 강화한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또 ML옵스(MLOps)를 지원하는 ‘AXBI(가칭)’과 AI 챗봇 솔루션도 출시할 계획이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지난해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영업이익을 대폭 높였다”며 “시장 확대 속에서 고도화한 AI 기술을 통한 실적 확대를 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생성AI를 활용한 오피스SW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낸 폴라리스오피스도 웃음 지었다. 사상 최대 매출을 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6.1% 증가한 1079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2억원으로 277.1% 증가하는 등 급속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AI 오피스 플랫폼 ‘폴라리스오피스 AI’를 출시한 데 이어 클라우드 환경이 아닌 곳에서도 생성AI를 활용할 수 있는 ‘폴라리스오피스 온디바이스 AI‘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업스테이지와 공동 개발한 솔루션은 정부기관이나 금융권 등 폐쇄망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서 관리 등 보안 기업에서 AI 전문기업으로 변화를 꾀하는 파수는 성장통을 겪는 모습이다. 2022년 매출 441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426억원, 38억원의 잠정실적을 내며 전년보다 부진한 성과를 냈다. 이달 초 ‘엔터프라이즈 LLM’을 출시한 회사는 기존의 문서 보안 노하우를 통해 맞춤형 LLM 시장을 겨냥한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55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3.5%, 54.9% 줄었다. 영림원소프트랩 측은 올해 노코드 플랫폼인 ‘플렉스튜디오 2.0‘ 확산에 집중하는 한편 주력 사업인 ERP에 생성AI를 접목하는 작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스트소프트는 AI 휴먼 사업에 힘을 주고 있지만, 실적에는 십분 반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사진=이스트소프트)

매출은 최대치를 찍었지만 영업이익은 되레 뒷걸음질 친 기업도 다수다. 새로운 사업이 시장의 반응은 얻고 있지만, 장비나 인력 등 그에 따른 비용 증가가 수익성을 끌어내린 모습이다.

AI 전문기업을 표방하는 이스트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잠정 매출 92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9% 감소해 81억원의 손실을 냈다.

알툴즈 같은 SW와 아이웨어 가상피팅 플랫폼 라운즈(ROUNZ) 등의 사업이 선방했지만,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AI 사업은 기대보다 성장이 더디다. 회사는 AI와 게임 사업의 글로벌 진출, 기존 사업 역량 강화 등으로 광고비⋅지급수수료⋅인건비 등의 판관비가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줌인터넷 부분의 부진도 뼈아프다.

지난해 실적 발표 당시에는 2023년이 AI 휴먼 등 신사업 실적 달성의 원년이 될 거라고 전했다. 하지만 되레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AI가 성장동력이 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모습이다.

국내 프라이빗 LLM 기업들도 웃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부풀었지만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루시아(LUXIA)’를 출시한 솔트룩스는 2023년 306억원의 매출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반면 영업손실이 94억원으로 전년도 19억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회사 측은 자회사 플루닛과 미국법인의 생성AI 서비스 및 신사업 추진 비용 증가, 생성AI 어플라이언스 출시를 위한 하드웨어 등 장비 원가 증가 때문이라고 밝혔다.

단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2024년 매출의 절반 이상은 LLM 사업을 통해 확보가 예상된다”며 “투자한 연구개발 비용 회수를 가속화해 흑자전환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솔트룩스와 같은 달 자체 개발 LLM을 선보인 코난테크놀로지도 2023년 매출은 늘어났지만 적자폭이 커진 모습이다. 매출은 전년보다 58.7% 증가해 244억원대로 올라섰지만 영업손실은 110억원으로 전년도의 40억원보다 172%가량 늘어났다. 생성AI 관련 기술개발 비용과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장비 확보 비용 증가의 영향이다.

AI 기술 접목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시대에 편승하는 도전은 지양하라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애플이 AI 시장 흐름을 잘못 읽어 마이크로소프트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어주기도 했다. AI 기술(접목)은 IT 기업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될 것”이라면서도 “(거액의) 투자 대비 수익 규모가 아직 확실하지는 않은 만큼 신중한 사업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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