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버려진 굴 껍데기로 친환경 소재를 만든 스타트업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겨울철 별미인 굴은 알고 보면 지역경제를 책임지는 주역이다. 우리나라는 굴 생산국 2위로, 통영에서 매년 수출하는 수산물 가운데 굴이 68%를 차지한다. 맛도 좋고 돈도 벌어다주는 훌륭한 효자인 셈이다. 

문제는 굴 껍데기다. 매년 양식으로 생기는 굴 껍데기는 20만톤으로, 그 중 15만톤 이상이 바다에 버려진다. 굴 껍데기에는 석회질 등의 유기물이 함유되어 있어 바다 산성화, 사막화 등의 요인이 된다. 그렇다고 지역 경제를 먹여살리는 굴의 생산량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골칫덩어리 굴 껍데기가 플라스틱, 화장실 타일, 자동차 흡음재 등으로 변모하고 있다. 굴 껍데기에는 상당량의 탄산칼슘이 포함되어 있는데, 플라스틱에 들어간 기존 탄산칼슘을 대체할 수 있어 상품의 원료로 쓰인다. 

굴 껍데기를 소재로 만든 문피아 그린오션스 대표는 굴 껍데기 운반 작업을 하는 아버지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굴 산업에 접했다. 평소 친환경에 관심이 많던 그녀는 고향에서 버려지는 굴 껍데기를 보고 활용처를 고민, 실험한 끝에 소재화에 성공했다. 

물론 상용화를 위해 기업들의 친환경에 대한 인식 제고, 대량 생산, 기존 소재 대비 높은 단가 등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문 대표는 굴 껍데기 소재가 지금까지 없던 시장인 만큼 사업에 어려움이 많지만 친환경 기업이라는 점에서 응원을 받으면 힘이 생긴다고 말한다. 

지난 20일 문피아 그린오션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린오션스는 어떤 스타트업?

그린오션스는 굴 껍데기 기반의 친환경 소재를 제조한다. 지난 2021년 11월 출범해 경남 통영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친환경 소재 개발을 위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프리A 투자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그린오션스, 회사 이름부터 친환경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린오션스는 통영에서 발생하는 매년 약 20만톤의 굴 껍데기를 친환경 소재로 만든다. 

매년 15만톤 이상의 굴 껍데기가 바다에 버려진다고?

그렇다. 지금으로써는 굴 껍데기 활용 시장이 비료 시장 말고는 없다. 20만톤 중 2만~3만톤의 굴 껍데기가 비료에 쓰인다.

굴 껍데기는 자연적으로 썩는 것이 아닌가, 잘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없나? 

미국은 굴 껍데기를 일일이 세척하고 말려 연안침식이 이뤄지는 곳에 쌓아둔다. 그러면 수풀, 수초 등이 자라며 해양 환경이 조성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다에 버린다. 아무데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지정해 둔 곳에 버려야 하는데, (미국처럼 별도의 세척 작업을 거치진 않는다.) 문제는 굴 껍데기에 석회질이 있어 바다 산성화, 사막화 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통영 앞바다에 굴 껍데기가 쌓인 곳을 보면 물이 썩어있고 냄새도 심하다. 

굴을 좋아하나?

그렇지 않다. 해산물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의외다. 굴 껍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나 배경이 있나?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굴 껍데기를 운반하는 작업을 하셔서 굴 양식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접했다. 종종 아버지 일을 도와드리러 현장에 나가기도 했다. 그때마다 굴 껍데기 냄새가 심해서 이 사업을 할 것이란 생각을 못했다. 

대학생 때 실험 디자인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평소에도 친환경 디자인,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우리 지역(통영)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었다. 굴 양식은 통영 지역 경제에 중요한 사업이지만, 굴 껍데기는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여러 논문을 통해 굴 껍데기가 건축 소재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청년창업사관학교라는 프로그램에 들어가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굴 껍데기를 갈아 만든 탄산칼슘 소재의 ‘그린쉘’

그렇게 굴 껍데기 원료의 친환경 소재를 만들게 됐나?

그렇다. 굴 껍데기를 갈아 만든 탄산칼슘 소재의 ‘그린쉘’이다. 

그린쉘을 설명하기 위해선 굴 껍데기 전처리 과정을 알아야 한다. 양식장에서 채취해 온 굴은 박신장으로 옮겨진다. 그곳에서 굴과 굴 껍데기 분리 작업이 이뤄진다. 작업자들이 분리한 굴 껍데기는 컨베이어 벨트에 따라 외부로 보내지고, 파쇄기에서 분쇄된다. 굴 껍데기에 유기물이 붙어있는 상태로 파쇄가 되기 때문에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없다. 세척 작업을 해야 원료를 만들 수 있다. 

전처리 과정에서 그린오션스만의 방법이나 노하우가 있나?

굴 껍데기를 세척, 파쇄, 건조하는 방법과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또 박신장에서 굴 껍데기가 매년 얼마나, 어떻게 나오는지 정확한 데이터나 자료가 없어서 이를 알기 위한 기술을 개발했다. 드론을 띄워 굴 껍데기 무덤 사진을 찍은 뒤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얼마나 쌓여있는지 데이터로 변환한다. 

플라스틱을 만들 때 탄산칼슘이 10% 정도 들어가는데, 이때 그린쉘이 기존 탄산칼슘을 대체할 수 있다.

그린쉘은 어디에 쓰이나?

그린쉘은 플라스틱 충진제, 자동차 흡음재, 인조가족 등의 소재로 쓰일 수 있다. 플라스틱을 만들 때 탄산칼슘이 10% 정도 들어가는데, 이때 그린쉘을 기존 탄산칼슘보다 높은 비율로 대체할 수 있다. 

그린쉘을 활용했을 때 이점은 무엇인지?

시멘트, 타일 등의 건축자재로 쓰일 경우 사람에게 유해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의 건축자재는 방출되는 유해물질이 많고 새집증후군 등의 문제를 유발한다. 그린쉘은 친환경 소재이다보니 이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유해물질을 흡수한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굴 껍데기만의 미감이 있어 작품 등에 쓰일 수 있다.

그린쉘로 만든 타일

그린쉘은 매년 얼마나 만드나?

1년에 2~3톤 정도 생산하고 있다. 지금은 연구실에서 생산을 하는데, 공장에서 만들면 제조 양을 4만톤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많은 양을 납품할 수 없어서 투자를 받아 공장을 인수하거나 세우려고 한다. 

굴 껍데기 소재 시장은 사실 없던 시장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가장 큰 것은 단가 문제다. 석회석 탄산칼슘에 비해 굴 껍데기 탄산칼슘의 가격이 비싸다. 아무래도 전처리 과정에서 유기물, 수분 등을 제거하는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존 석회석은 탄산칼슘을 40~70% 정도 가지고 있다면, 굴 껍데기는 94~97% 정도 보유하고 있는 고밀도 소재다. 

또 다른 어려움은 기존 공정에 그린쉘이 들어가기 위한 테스트, 연구개발 기간이 오래 걸린다. 연구개발이 다 됐다고 하더라도 납품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서 시행착오가 많다. 

투자는 얼마나 받았는지?

아직 투자를 받은 것은 없다. 따로 대출을 받거나 정부 사업을 하면서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프리A 단계의 투자유치를 준비 중이다. 

문피아 대표는 지난 2월 20일 강남 노보텔에서 열린 국제 수산부산물 포럼에 전시 부스를 마련하고 연사로 참여했다.

회사를 알리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을 것 같다

굴 산업이 보수적인 편이다. 종사자 대부분이 남성이고, 1차 산업으로 아직까지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극복하고 회사를 알리기 위해 관련 전시회, 정부지원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나가고 있다. 

올해는 투자유치, 공장 설립이 주요한 목표일 것 같다

그렇다. 공장 인수, 설립을 통해 그린쉘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업데이트

앞으로 그린오션스와 관련해 새로 나오는 뉴스나 관련 기사는 하단에 계속해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새로 궁금한 소식이 있다면 계속해 찾아주세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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