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농업을 바꾼다”…록야가 심는 혁신의 씨앗

록야 “농업, 가장 오래된 산업이자 영원히 존재할 산업”
데이터 기반 가격 예측으로 농산물 밸류체인 ‘윈윈’

갑자기 길어진 장마나 예상하지 못한 가뭄. 처음 들어보는 역병이 돌고 애써 기른 아이들이 갑자기 썩어나간다. 또 너무 잘 자란 탓에 제값을 받지 못할 때도 있다.

농부들이 겪는 한숨 섞인 일상이다. 록야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고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식탁까지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씨앗 선정부터 재배의 터전이 되는 밭, 수확 과정, 유통 절차 등 농산물이 우리 입에 들어오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농업의  디지털 전환에 힘을 보탠다.

권민수 록야 대표는 <바이라인네트워크>가 1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주최한 ‘2024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농업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고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분야”라며 “세상이 없어지기 전까지는 계속 존재할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농업은 식생활이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분야다. 농산물이란 자고로 안전하고 신선해야 한다. 또 아무리 맛이 좋아도 가격이 너무 비싸서야 팔리지 않을 테다.

그래서 집중한 게 ‘데이터’다. 2011년 창업한 록야는 2017년 데이터 분석 자회사 ‘팜에어(Farmair)’를 세웠다. 이어 내놓은 농산물 데이터 플랫폼 ‘테란(Terran)’은 농산물을 둘러싼 변수 데이터를 인공지능(AI)로 분석해 평균 가격을 예측해 내는 솔루션이다.

마치 주식 AI 어드바이저처럼 각종 변수를 계산해 향후 가격 동향을 내놓는다. 하늘에 맡기던(?) 예전보다 훨씬 정확하게 농산물 가격을 산출할 수 있어 농가와 유통사의 연결을 돕고, 소비자는 더 합리적인 가격에 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

예측 가격을 토대로 농산물을 계약 재배함으로써 농가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토대가 된다. 어느 정도 가격선이 나왔기 때문에 농민들은 새 작물을 심을지, 얼마나 심을지, 비료는 얼마나 준비하고 언제 팔아야 할지 계산이 선다.

대형 마트나 이커머스 기업 등 농산물을 매입해 판매하는 유통사에게도 수익 산출의 기초가 된다. 마치 주식 선물처럼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계약을 하거나 경매에 나서는 등 올바른 시장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아날로그 산업인 농업에도 일종의 ‘디지털 전환’ 바람을 불어넣은 셈이다.

권민수 대표는 또 “커머스 기업들이 가장 돈을 많이 쓰는 분야는 마케팅”이라고 전했다. 가격이 저렴해도 이를 고객에게 알려야 하는 탓에 수천억의 돈이 들어간다는 것.

권 대표는 사회적 이슈 해결을 마케팅 비용 절감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과거 코로나19로 화훼 농가가 어려움을 겪을 때 컬리가 꽃 새벽배송을 도입하며 언론에 보도됐고, 자연스레 서비스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록야는 최근 새로운 서비스를 내놨다. 장바구니 물가라는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그것도 소비자들의 편에 선 서비스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팜에어 카트(Cart)’를 베타로 선보였다. 테란이 농산물 가격 예측으로 농가와 판매자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팜에어 카트는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생각했다.

같은 감자라도 마트나 쇼핑몰마다 가격이 제각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비싼 물가에 선택의 어려움까지 겪는다는 게 권 대표의 말이다.

팜에어 카트는 이점에 착안했다. 대형 마트 6곳의 농산물 가격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실시간으로 최저가 품목을 바로바로 볼 수 있고 해당 마트 쇼핑몰로의 링크도 제공한다. 향후에는 각 마트 판매 시스템과 연계해 앱 안에서 결제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권 대표는 “신선식품 사업의 핵심은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농산물과 관련한 다양한 시도가 더 많아지면서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 또한 더 많이 구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