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를 위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해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를 19일 공개했습니다. 복잡하네요. 32페이지에 달합니다. 사업자가 아이템 정보공개를 어떻게 따라야 할 지 세세하게 예시를 들어 설명한 덕분인데요. 문체부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 같은 해설서는 게이머 입장에선 머리 아픈 얘기입니다. 핵심만 간추려 회사들이 어떻게 확률형 아이템, 뽑기 아이템의 정보를 표시해야 적법한지 설명합니다. 해당 해설서 링크(클릭)도 첨부합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내용을 담은 게임법(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은 오는 3월 22일 시행됩니다. 법 시행 이후 사업자가 아이템 확률을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 확률을 표시할 시 정부는 시정을 권고하거나 명령할 수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할 수 있네요.
정보공개 대상은 ▲보물상자처럼 뚜껑(개봉)을 열어야 결과를 알 수 있는 ‘캡슐형 확률형 아이템’ ▲캐릭터 무기 등 장비 강화 시 우연적 요소(확률 테이블)에 따라 성패가 나뉘는 ‘강화형 확률형 아이템’ ▲아이템끼리 결합(합성)해 확률을 따져 더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합성형 확률형 아이템’입니다.
당초 게임업계가 여론에 떠 밀려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를 내세웠을 때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캡슐형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만 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정보 공개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일반적인 유료 확률형 아이템보다 기존 장비와 재료를 넣고 성공을 빌었던 장비 강화(인챈트)가 기업의 핵심 수익모델(BM)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국내 게임 시장 규모가 10조원을 넘나들고, 게이머가 구매한 확률형 아이템으로 매출 전반을 쌓아 올린 덕분임에도, 십수년간 사업자 편의 상 깜깜이로 운영돼 왔습니다. 이제 법으로 의무화해 만천하에 확률형 아이템 정보가 공개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부 예외가 있네요. 주로 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 또한 영리 목적이 아니라 교육, 전시회, 종교, 공익 활동 등을 용도로 제작 배급하는 게임물은 정보공개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연평균 매출액 1억원 이하인 중소 기업과 신사업이나 휴업 등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액을 산출할 수 없는 기업도 열외입니다. 사실 웬만한 게임 기업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대상입니다.
게이머 입장에선 환영할만한 변화입니다. 강화 과정에서 세세한 확률 구조가 공개되네요. 게이머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 보기엔 너무 복잡하게 보일 겁니다. 게임을 해봐야 이해할 수 있는 정보인데요. 설명이 길어지면 더 이해가 어려우니 간단하게 언급하겠습니다.
<예시>의 지팡이 능력치 100(3성)을 103(4성)으로 올리려면, 12%라는 확률 안에 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100번 시도하면 12번 성공할 확률이냐 그건 아닙니다. 매번 시도할 때마다 12%라는 확률이 적용됩니다. 그러니 대단히 운이 없다면 100번 1000번을 해도 88% 실패 구간에 들 수 있죠.
강화 실패 시 3성이 1성으로, 2성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요. 각각 65%, 30% 확률이네요. 대성공이라고 한 번에 3성에서 5성이 되는 쾌재를 노릴 수도 있습니다. 이건 4성으로 갈 12% 성공 확률에서 다시 10%를 재차 적용하는 구조입니다. 1.2% 확률 내 들면 대성공, 이른바 대박이네요.
강화 게이지 비율은 재료를 많이 넣을수록, 성공 확률이 올라가는 걸 말하는데요. 재료 5개를 넣으면 게이지 비율 100%를 채울 수 있죠.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적은 재료를 넣고 더 큰 성공을 바라기 마련인데요. 기업의 핵심 BM으로 작용합니다.
고위 아이템 강화 과정에선 대단히 얻기 어려운 재료도 필요하고, 돈을 써야 재료를 얻기 편한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단순 개봉하는 일반적인 캡슐형 아이템보다 ‘고래(고액 결제자의 통칭)’들이 즐기는 장비 강화가 더 많은 매출을 일구기도 합니다.
또 다른 주요 BM인 아이템 합성을 볼까요. S등급 아이템 3개를 합성시켜, SSS등급이 나올 확률은 10%네요. S등급이 나올 확률은 60%입니다. S등급 3개 아이템을 합성했더니 2개가 공중분해될 확률이 60%라는 얘기입니다. 아이템이 증발하면 또 다시 지난한 게임 플레이를 통해 아이템을 만들던지, 거래소에서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네요. 게임 내 거래소를 갖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기본적인 경제 순환 모델입니다.
아이템 제공 총 수량도 이제 알 수 있습니다. 수량 한정 이벤트 시 내가 원하는 아이템이 이미 나왔다면, 당연히 참가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전엔 이런 정보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회사가 먼저 공개하기 전까지는요. 이제 이런 정보도 공개되네요.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이 출현할 수 있겠지요. 이런 부분도 대비했네요. 문체부 설명을 담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의 특성이나 방식은 확정적이라기 보다는 사업자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BM)에 따라 새로운 특성이나 방식이 등장할 수 있고, 이러한 새로운 특성이나 방식의 경우에는 현행 법령에서 모두 포섭할 수 없음. 이에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의 특성이나 방식이 등장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게임물 이용자의 확률형 아이템 구매 또는 사용 여부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 ㉡게임물 이용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현저하게 그르칠 가능성이 있는 사항으로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고시를 통해 표시해야 하는 사항을 정할 수 있음.”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는 게이머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내면서 바뀐 변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해설대로 확률 표시가 되지 않는다면, 게임사에 직접 문의하거나 게임물관리위원회도 있고요. 게임이용자협회도 출범했으니 다양한 채널로 문제 제기가 가능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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