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회복’서 ‘쇄신’으로…넥스트 카카오는 언제쯤?
내실 다지는 경영 기조 이어져
“느슨한 자율경영 기조 벗어날 것”
광고 업황 개선 영향으로 실적 성장세 전망
카카오표 차세대 AI, 올해 출시 준비 중이나 시점 미정
카카오의 숨 고르기가 올해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움직였다면, 올해는 ‘쇄신’이다. 사실상 경영 기조는 변함이 없다. 이 때문에 카카오 내외부에서 ‘그룹 이슈에 파묻혀 넥스트(다음) 비즈니스가 보이지 않는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온다. 외부 여론 개선도 주요 과제다. 이런 가운데 국가 대표 IT기업으로서 혁신을 지속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지난해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창업자)가 전면에 등장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서 올해도 ‘다시 기본에 집중한다’는 기조를 이어간다. 새 사령탑인 정신아 대표이사 내정자가 김 위원장과 CA(Corporate Alignment)협의체 공동 의장을 맡았다. CA협의체는 그룹의 독립기구로 카카오 그룹 내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조직이다.
CA협의체는 각 협약사의 핵심성과지표(KPI)와 투자를 검토하는 등 권한을 가지고 다수 위원회를 둘 예정이다. 13개 협약 계열사는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벤처스, 카카오브레인, 카카오스타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페이, 카카오픽코마, 카카오헬스케어 등이다.
김범수 CA협의체 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은 “인적 쇄신을 비롯해 거버넌스, 브랜드, 기업문화 등 영역에서의 쇄신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고, 정신아 CA협의체 의장 겸 대표 내정자는 “그동안의 느슨한 자율경영 기조를 벗어나 구심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광고 개선될 것’ 실적 성장세 유지
카카오는 2023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160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7% 감소한 1403억원을 달성했다. 본사(별도) 기준 작년 3분기 매출은 6556억원, 영업이익은 135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8% 12.9% 각각 늘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핵심 매출원인 광고 비즈니스에 대해 ‘올해부터 업황 개선 영향’을 예상했다.
“거시경제 영향을 받아서 둔화 양상이었다가 내년(2024년)부터 상황이 좋아질 전망이다. 뷰탭을 오픈채팅탭으로 바꾸면서 광고 인벤토리가 늘어났다. 친구탭은 CPT 상품을 판매중인데, 친구탭은 기존에 브릿지 탭에서 업데이트한 친구, 펑, 동네소식(3개구 시범) 등의 영역이 늘어나면서 체류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CPT 상품의 효과가 늘어날 것이다.”
“다음 포털 광고는 감소 중이나, 상승세로 반전할 것으로 기대하는 요인이 있다. 인벤토리는 늘어났는데 그에 비해 광고주 수가 적었으나 최근 롱테일 광고주가 늘어나 이를 자연스레 채울 것으로 생각한다. 광고 매출이 늘어날 기반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인벤토리의 증가뿐 아니라 톡채널을 개설한 사업자들이 늘고 있다. 이분들이 광고 말고도 마케팅, CRM 등의 도구를 쓰며 연관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진다. 마케팅 예산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진화 중이다.”
“카카오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핵심 키워드는 ‘로컬’, ‘(관심사 기반의) 비지인’, ‘마이크로 버티컬’이다. 이 세가지 키워드는 광고와 연관성이 높으므로 광고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사업서 휘청…카카오 ‘헬스케어-AI 2.0’ 대기 중
카카오는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뉴 이니셔티브(브레인, 엔터프라이즈, 헬스케어)’ 신사업을 구조 조정하면서 혁신 동력이 휘청거리는 아픔도 겪었다.
지난해 뉴 이니셔티브 연간 적자 규모를 3000억원으로 예상했다가, 중간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맸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1800억원에 달했다. 클라우드 중심 사업구조로 재편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인력 조정과 사업 이관은 올해 1분기까지 마무리한다.
먼저 나올 신사업 서비스는 헬스케어다. 오는 2월 1일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스마트폰을 활용한 혈당 관리 서비스인 ‘파스타’를 출시한다. 지난해 출시를 예정했다가 지연됐다. 작년 11월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서 인증을 완료했다. 출시 이후 미국, 일본, 중동 등 글로벌 진출을 추진한다. 기업대상(B2B) 영역에서는 한층 강화된 인공지능과 통계 기능을 탑재한 임상데이터 웨어하우스를 국내 다수의 상급종합병원에 구축할 예정이다.
“A형 당뇨병뿐만 아니라 B형 당뇨병 환자까지 합치면 570만명 규모다. 전당뇨에 1500만명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시장규모는 큰 상태며 고지혈증, 만성질환을 위한 플랫폼으로 진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서비스는 내부적 테스트하고 있고 출시할 준비는 다 된 것 같다. 의료기구 인증을 받는 것이 연내 이뤄질 것이다.”(홍은택 대표, 작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파스타 출시 지연과 예상 매출에 대해)
카카오브레인의 ‘코(ko)GPT 2.0’ AI 서비스는 출시 시점은 미정이다. 단순 기술 발표가 아니라 서비스와 연동한 상태로 외부에서 첫 선을 보이는 것을 준비 중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지난해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면서 서비스 연동을 알렸고, AI 검색 ‘큐(Cue):’ 발표와 동시에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바 있다.
1분기 중 자체 데이터센터 오픈
카카오는 1분기 중 첫 자체 데이터센터인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을 공식 오픈한다.
축구경기장(7140제곱미터)보다 약 2.6배 넓은 대지에 들어선 대규모 데이터센터다. 하이퍼스케일(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규모다. 4000개의 랙(서버 보관 설비)과 최대 12만대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으며 저장 가능한 데이터량은 6EB(엑사바이트)에 달한다. 카카오 그룹의 주요 데이터센터로 사용할 예정이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24시간 무중단 운영을 위한 무정전 전력망을 갖추고 있으며 전력, 냉방, 통신 등 주요 인프라를 전부 이중화했다. 화재 지진 홍수 등 자연 재해 및 재난에 대비한 안전성 극대화 시스템을 갖췄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대규모 화재에 대비한 4단계 화재 대응 시스템을 비롯해 내진설계와 정전에 대비한 전력·냉방·통신의 이중화 등 홍수나 해일, 태풍, 지진 등의 자연 재해에 대비한 강력한 재난설계를 적용했다.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고효율 에너지 설비, 우수 중수 폐열 재활용 시스템 도입 및 자연 조건을 활용한 다양한 에너지 절감 기술도 적용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경쟁력 강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스토리 비즈니스 내실을 견고히 다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장을 이끈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하반기 론칭한 AI 브랜드 ‘헬릭스 푸시’ 서비스를 북미 타파스에 이식할 계획이다. 헬릭스 푸시는 개별 이용자들의 열람과 구매를 포함한 다양한 이용 행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시점에 고객들에게 맞춤형 작품을 추천해주는 기능이다.
K웹툰, 웹소설 IP 진출 가속화와 노블코믹스 등 국내에서 검증된 스토리 비즈니스 성공 방정식 이식을 바탕으로 북미를 비롯해 태국, 대만, 인니 등 글로벌 지역에서 카카오 공동체의 글로벌 진출을 주도하고 이를 통해 CP사와 작가들로 구성된 한국 IP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견인할 예정이다.
미디어 부문은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한층 고도화한다. 본사와 제작 자회사간 혹은 제작 자회사들간의 공동제작을 통한 시너지를 더욱 강화하고 밸류체인을 통한 IP 확장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글앤그림미디어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함께 제작한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는 카카오엔터 산하 글라인의 강은경 작가와 정동윤 감독, 어썸이엔티의 배우 박서준까지 뭉쳐 스튜디오 역량이 한데 모인 작품이다.
뮤직 부문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레이블 아티스트들의 해외 공연, 음반 발매, 현지 프로모션 등 글로벌 활동에 대한 전방위 지원을 통해 글로벌 팬덤을 한층 견고하게 구축한다. 데뷔 이래 첫 월드투어에 나서는 스타쉽의 ‘아이브(IVE)’는 미주, 유럽, 남미 등 19개국 27개 도시에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뮤직플랫폼 멜론은 작년 하반기 출시한 ‘믹스업(MIX UP)’과 같이 새로운 음악감상 경험을 제공하는 AI 기반 추천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 해나가는 한편 아티스트 신보 조명 ‘스포트라이트’, 신예 아티스트 육성 ‘하이라이징’, 인디음악 활성화 ‘트랙제로’ 등 팬과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3대 프로젝트를 통해 새해에도 국내 음악산업 생태계 강화에 앞장선다.
카카오게임즈, 상반기부터 바쁘다
카카오 핵심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는 상반기부터 바쁘게 움직인다. 신작 출시와 함께 다수 게임의 글로벌 진출을 예정했다.
먼저 낼 게임은 레드랩게임즈와 공동 서비스를 준비 중인 ‘롬(R.O.M)’이다. 덩치로는 블록버스터급은 아니지만, 이용자 간 경쟁을 부추기는 하드코어 수익모델(BM)을 감안하면 매출 확보를 위한 전략 타이틀로 볼 수 있다. 한국과 대만이 주요 서비스 지역이다. 카카오게임즈가 글로벌 마케팅과 서비스 플랫폼을 지원한다. 1분기 내 출시 예정이다.
로드컴플릿과 준비 중인 ‘가디스오더’는 상반기 글로벌 출시 예정이다. 콘솔 게임의 화끈한 손맛을 모바일로 구현해 지스타 공개 당시 호평 받아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그 외 글로벌 진출 타이틀로는 ▲오딘:발할라라이징(상반기 북미/유럽) ▲에버소울(상반기 글로벌) ▲아케에이지워(상반기 대만/일본)를 예정했다.
‘사회적 책임 강화’ ESG 경영 지속
카카오는 올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확장한다.
기후변화 대응차원에서는 저탄소 생활을 촉진할 수 있는 이용자 참여형 신규프로젝트 론칭 및 넷제로 이행을 위한 재생에너지 구매확대를 추진한다.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디지털 소통을 위한 각종 혜택도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동네 단골시장’은 전통시장을 대표하는 상인회와 시장 내 상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카카오톡 채널 개설을 돕고 이를 활용한 디지털마케팅과 온라인 소통 방법 등을 교육해 시장 내 디지털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는 현재까지 총 111개 시장의 디지털 교육을 마쳤으며, 1583개 시장 톡채널을 개설했고 24만2902명의 카카오톡 친구 수를 모집했다. 2024년에는 상시 신청제를 도입해 모집 접근성을 넓히고 더 많은 시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톡채널을 비롯한 카카오 비즈니스 도구를 연계해 지역 대학과 전통 시장 간의 협력 모델도 확대한다.
또한 디지털 접근성 강화를 위해 기존 서비스 접근성 가이드 제정과 내부 교육, 접근성이 부족한 서비스에 대한 상시 대응이 가능하도록 모니터링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