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BN] 월 거래 50억원, 술 주문 ‘데일리샷’은 어떻게 흥행했나
연말이다. 술의 계절이다. “술 한 병씩 가지고 모이자”는 송년회(또는 신년회) 모임에, ” 어디서 술을 사느냐”를 고민한다. 이왕이면 맛있는 술을, 가까운 곳에서 값싸게 사고 싶다. 술 사가서 아는 척 허세를 부리려면, 술에 대한 역사나 맛있게 마시는 법도 부록처럼 따라왔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어느정도 충족시켜 주겠다는 서비스가 ‘데일리샷’이다.
데일리샷은 2018년 3월에 문을 연 주류 판매 스타트업이다. 원래는 한달 5900원에 제휴된 펍이나 바에서 첫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게한 구독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망했다. 코로나 때문에. 두 명 넘게 모이면 안 되고, 9시면 집에 가야 하는 상황에서 데일리샷 파트너 주점들이 먼저 문을 닫았다. 주류 판매로 살길을 틀었다. 방식은 ‘스마트 오더’다.
소비자가 앱에서 주류를 사고 픽업 매장을 고르면 그리로 주류가 배송된다. 픽업이 가능한 매장은 현재 전국 2500여곳이 있다. 집으로 직접 배송해주면 제일 좋겠지만 그 방법은 법으로 막혀 있다. 그래도 원하는 술을 찾아 삼만리 하지 않아도 되니, 140만명의 애주가가 데일리샷 앱을 다운로드 받았다.
28일, 김민욱 데일리샷 대표와 나눈 인터뷰에서 어떻게 사람들의 주류 구매 패턴을 바꿀 생각을 했는지 물었다. 위스키 열풍이 일기 직전에, 위스키를 주종목 삼은 결정의 배경엔 무엇이 있었는지도 말이다. 인터뷰를 끝까지 읽은 독자들에게는 선물도 있다. 뭐냐면, 위스키 입문자와 중급자에게 김민욱 대표가 추천하는 술이다.
술을 주문하고 픽업하러 가다니. 처음에는 이게 될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이 아이템으로 창업할 생각을 했나?
(웃음) 처음부터 스마트오더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원래는 ‘웰컴 드링크’라는 구독 서비스로 시작했다. 한달에 얼마간의 돈을 내면 제휴된 펍이나 바에서 첫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서비스였다. 그런데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시작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3단계 조치가 시작되고 나서는 진짜로 석 달 만에 제휴 파트너(펍&바)의 3분의 1이 휴업이나 폐업을 했다.
9시만 되면 다 집에 가야 했던 기억이 난다
상황이 심각했고, 사업 모델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에 코로나 장기화로 주류 판매법이 일부 바뀌어서 주류를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시장의 상황을 조사해봤고, 위스키나 와인을 찾는 분들이 많은데 반해 그 술을 어디에서 사야 할지, 또는 어떤 술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걸 알았다. 술을 좋아하거나, 사려고 하는 분들이 꽤 많은 불편을 겪고 있더라.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집 근처에서 픽업해갈 수 있게 한다면, 서비스를 쓰려는 수요가 있을 거라고 봤다.
이 서비스가 ‘되겠다’ 싶었던 때는 언제였나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2021년 1월 1일이다. 매달 자정 넘어갈 때 ‘이달의 위스키’라는 오픈 행사를 하는데, 그때 나온 상품이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진 않았던 싱글몰트 위스키였다. ‘부나하벤 12년’ 이었는데, 그 하루 새벽에 100병 이상이 팔리는 걸 보고 이제 정말 비즈니스 모델이 되겠다 싶었다.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서 몇 달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데일리샷이 그래서 ‘온라인 주문 -> 집 근처 지정 매장에서 술 픽업’이라는 ‘스마트 오더’ 모델로 변했다. 이런 모델은 주변에서 사기 어려운 위스키와 같은 술 모델에 적합해 보인다. 그런데 요즘에 20대 사이에서 위스키 사진을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는 게 유행이지 않나? 덕도 봤을 것 같은데
그렇다. 데일리샷이 스마트 오더를 시작할 당시에는 와인이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와인 사업은 조금 더 경쟁이 있을 것 같았다. 위스키로 진입했는데 딱 1년 후에 젊은층으로부터 위스키가 인기를 얻었다. 운이 좋았다.
위스키를 해야 한다는 ‘감’이 딱 있었나?
현장을 많이 돌아다녔다. 웰컴 드링크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나를 비롯해 팀원들이 모두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식당의 주인 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때 들은 이야기들이 사업의 방향성을 잡는데 영향을 많이 줬다. 통상 데이터가 많이 쌓여 시장 트렌드가 집계 될 때 쯤은 해당 아이템의 인기가 높아진 후다. 시장 진입엔 늦을 수 있는데, 다행히 현장에서 그런 트렌드를 먼저 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현장을 많이 돌다니. 술을 좋아해야 가능할 것 같은데, 얼마나 드시나?
좋아한다. 이달 들어서는, 거의 매일 마셨다(웃음).
위스키에 대한 정보를 콘텐츠로 만들어서 앱에서 제공한다. 이런 콘텐츠 마케팅에 힘을 준 이유가 있나?
주류 판매점에 가보면 사람들이 병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찾아보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술의 맛이나 향, 가격대, 혹은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 이는 소스가 별로 없었다. 포털 등에서 위스키나 와인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제공한지도 얼마 안 됐다.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면 사람들이 더 안심하고 우리 서비스를 찾을 수 있지 않겠나.
‘주문 후 매장 픽업’이라는 것은 소비자 행동 변화를 요구한다. 이전에는 그렇게 구매해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설계는 어려웠을 것 같다
맞다. 처음에는 어려웠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할 때는 해외에서 비슷한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가 준비한 모델은 그 어느 나라를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감자탕 집에서 십몇만원짜리 위스키를 픽업해 간다는 게, 진짜 어색한 경험일 수 있지 않나? 처음에는 투자사들도 “너무 이상하다, 이 서비스는 안 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집중했던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느냐 보다, 결국에는 고객이 겪는 불편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단 것이었다. 프리미엄 주류를 좋아하는 이들은 내가 이 술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찾는 것 부터가 어렵다. 일일이 정보를 찾은 후, 그 주류가 있는 위스키샵까지 한 시간씩 운전해 가서 사온 경험이 있는데, 그와 비교하면 근처 식당에서 픽업하는 경험이 훨씬 더 편했던 거다. 그래서 고객 행동을 바꾸기 위한 설계를 했다기 보단, 조금 더 편하게 주류를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려 했고, 그게 잘 먹혔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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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