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디지털 문구 시장, 우리가 다 먹겠다”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리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공대생을 위한 종이노트를 만들어 팔던 청년들이, 이제는 ‘디지털 문구’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누트컴퍼니가 만든 앱 ‘위버딩’은 태블릿용 노트 탬플릿에서 시작해 종이 문방구에서 팔았던 노트, 다이어리, 꾸미기 스티커 등 거의 모든 상품을 디지털로 전환해 공급한다. “앗, 내 그림이 돈이 될 수 있겠네?”를 확인한 2500여명의 크리에이터가 현재 위버딩에 입점했다.

누트컴퍼니는 지난 9월 글로벌 필기앱인 굿노트로부터 25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받았다. 노트필기에 최적화한 굿노트에 위버딩의 디지털 문구 콘텐츠를 공급키로 했다. 굿노트를 쓰는 세계 이용자 수가 215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위버딩이 글로벌로 진출하는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신동환 누트컴퍼니 대표를 최근 서울 마포 공덕동에 위치한 프론트원에서 만났다. 문방구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신동환 대표가 답했다.

신동환 누트컴퍼니 대표

위버딩을 한 마디로 정의해달라. 어떤 회사인가?

‘디지털 문구’를 다루는 가장 전문적인 플레이어다. 크리에이터가 위버딩에 입점해 판매도 하고, 이 안에서 잘 팔리는 것들은 굿노트와 같은 다른 서비스에 공급도 한다. B2C로 시작해 B2B로 확장했다. 굿노트에 투자받을 때 “왜 우리에게 투자하느냐”고 물었더니 “굿노트 같은 앱들이 만들어 놓은 이 생태계 위에서 콘텐츠를 가지고 뭔가를 열심히 하는 가장 전문적인 플랫폼이 위버딩 밖에 없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위버딩에 누적된 크리에이터 집단, 상품들, 그리고 우리 팀의 노하우를 가지고 어떤 형태의 사업이든지 시험해볼 수 있고, 이 시장에서 해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서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다.

처음부터 디지털 문구를 파는 스토어로 시작한 것은 아닌데

처음엔 정말로 ‘종이’ 노트를 만들어 팔았다. 공대생을 타깃한, 좀 특이한 공대생 노트였다. 공대생들이 필기할 때 필요한 요소들이 있는데, 그런 맞춤한 노트가 한국엔 없었다. 미국 아마존의 공대생 노트의 디자인을 한국형으로 바꾼 후 디자인권(새로운 디자인을 만든 자가 등록해 가지는 권리)도 받고, 인쇄소 가서 제작해서 학교 문구점에 판매도 했다. 2018년에 그렇게 공동창업자 셋이 재미삼이 시작한 사업이 2020년까지 이어졌고, 그러다 위버딩으로 넘어오게 됐다.

위버딩 앱 화면 갈무리

학생들의 필기 습관이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아이템도 바뀌었나?

정확하다. 우리 종이 노트 디자인이 공대생에 쓰기 편한 특색 있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 보니 “그 종이 디자인 그대로 태블릿 위에서 쓰고 싶으니 그 버전을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이용자들로부터 받았다. 그래서 종이 노트 상품을 팔던 웹사이트에 태블릿용 템플릿 상품을 넣어 팔다보니 콘텐츠가 늘어났고, 심지어 우리 것만 파는게 아니라 “내 것도 팔아달라”는 크리에이터들도 많이 입점을 하기 시작했다. 규모가 커지면서 이걸 우리 자체 서비스로 만들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고, 그걸 확장해 디지털 문구에 좀 더 특화한 서비스로 가져가게 된 게 위버딩 개발의 시작이었다.

예전에는 실물 다이어리를 예쁘게 쓰는 그런 수요가 있어서 이런 문화를 디지털로 옮겨온 회사가 분명 여러 곳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좀 전에 대답을 들으니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오히려 신기하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버딩처럼 “디지털 문구만 파는” 곳은 드물다. 해외에선 여러 카테고리, 그러니까 이미지나 실물도 파는 종합몰 안에서 디지털 문구라는 카테고리를 다루는 서비스들은 있다. 한국에서도 ‘아이디어스’나 ‘텐바이텐’과 같이 큰 규모의 서비스에선 디지털 문구 카테고리도 있고. 하지만 이런 플랫폼 중에서 우리처럼 디지털 문구에만 집중하는 곳은 드물다.

큰 종합몰에서 이미 디지털 문구를 다 파는데, 굳이 전문적인 스토어가 따로 필요한가?

내 생각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우리 상품 수가 제일 많다. 이용자들이 우리 사이트에서 쇼핑을 많이 하고, 그 여정이 길다. 오프라인에서 문구를 실물 쇼핑할 때도 대체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 아닌가.

그렇다. 구경도 하고, 한 번씩 써보기도 하고

그게 되려면 기본적으로 좀 상품 수가 많아야 한다. 심지어 디지털은 실물보다 훨씬 빠르게 상품을 보고 지나친다. 실물은 보는데 몇 초라도 걸리는데, 디지털에선 스크롤을 쭉 내리면서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찾기 때문에 확보된 물량이 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종합몰에선) 그렇게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 서비스가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버딩은 초반에 공급자들을 많이 데려오려고 노력을 했고 그래서 물량이 많다.

두 번째는, 디지털문구는 웹이나 앱에서 다운로드를 받아 (별도의 노트앱에) 불러와서 쓰는 구조다. 그래서 이 여정이 편해야 한다. 사람들이 단 하나의 노트앱만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 편의를 위해서 그에 좀 더 특화한 UX와 앱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큰 플랫폼들에선 그에 특화되어 있긴 어렵다.

위버딩에서 디지털 문구를 사면 어디에 불러서 쓸 수 있나

생각보다 다양하다. 예를 들어 굿노트라는 앱이 있고, 또 노타빌리티라는 앱도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쓰는 앱으로는 코라노트가 있고, 그림 그리는 용도의 프로크리에이트라는 앱도 있다. 노션에서 쓰는 분도 있는데, 교수님들은 주로 원노트에서 쓰더라. 되게 다양하다.

한때 다이어리 꾸미기가 유행이었는데, 지금의 10대도 그런가?

10대의 경우엔 공부용도로 많이 쓴다. 내가 학생 때는 책상 위에 종이 노트와 교과서, 필통을 올려두고 공부했다. 그와 비슷하게 지금은 노트북에 전자책을 띄워두고, 태블릿에 굿노트와 위버딩을 띄워둔다. 이게 지금 고등학교 입학생의 풀세트다.

이용자를 나눠보면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하는 분들이 있고, 필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남자들이라고 필기를 A4 용지에 생으로 하진 않는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기능이 복잡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것만 들어간 템플릿이 있다. 반대로, 다이어리 꾸미길 좋아하고 필기량이 많은, 간호대나 미대의 학생들을 위해서는 작가의 캐릭터성이 많이 들어간 다이어리나 그 위에 붙일 수 있는 수많은 캐릭터의 스티커가 있다. 이 모든 수요를 아우른다.

디지털 콘텐츠라고 해서 백지를 쓰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 사실 초반에 의문이 있었다. 정말로 사람들이 이걸 사서 쓸까? 쓴다면 어디까지 지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미국과 유럽 사례를 참고했다. 아이패드가 보급된지 오래된 곳에서는 이런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생겼다. 디지털 콘텐츠를 사고파는 문화가 충분히 성숙해진 시장에서는 이런 디지털 플래너가 몇만원 단위에서 거래가 되더라. 그런데 지금은 한국에서 저희와 같은 플레이어가 생기고, 동남아에서도 개인 작가가 블로그를 통해 이런 콘텐츠를 판매한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주력하는 타깃층이 있나?

메인은 20대 여성이고, 그 다음이 30대 여성이다. 10대도 많지만 구매력은 30대가 훨씬 많다.

그들이 주로 무얼 사나?

다양하다. 업무용 다이어리도 있고. 회사에서 나눠주던 실물 다이어리가 있었지 않나? 요즘엔 회사에서 굿노트 버전으로 그 다이어리를 나눠주기도 한다. 퇴근하고 아이패드 보는 게 일상인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는 것 외에 좀 더 태블릿을 생산성있게 써보자는 욕구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스티커와 같은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팔겠다는 분들도 생길 수 있고. 여러 유즈케이스가 있다.

아니, 양지사에선 이런 걸 안 만들고 뭐하는 건가(웃음). 누트 컴퍼니가 돈을 버는 건 수수료 모델인가?

원래는 사이트 내에서 수수료 모델로 시작을 했는데, B2B 거래를 시작하고 나서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 생겼으니)  B2C에서 수익 모델을 바꾸는 실험을 내년 중에는 좀 해나갈 것 같다. 지금은 상품 구매를 할 때마다 결제를 해야 하는데, 우리에게 투자한 굿노트가 구독제를 하는 것처럼 그런 방안을 도입하는 걸 연구해 보고 있다. 아직 확정이 된 것은 없다.

B2B 사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카테고리가 다양한데 이중에는 한국에서 잘 팔릴 것 같은 상품이 있고, 해외에서 잘 팔릴 것 같은 상품이 있다. 우리 팀은 이걸 큐레이션을 하는데, 그중 해외에서 잘 팔릴 것 같은 일부를 현재 굿노트 앱에 공급하고 있다. 굿노트에서 판매해 나는 수익을 양사가 나누는 구조다. 또 하나는, 우리 사이트에는 크리에이터가 꾸준히 유입되고 상품이 올라오면서 쌓인 고객 데이터가 있다. 반대로, 우리 한계가 국내 위주였다는 것인데 굿노트라는, 전세계에서 다 쓰는 파트너를 맞이하면서 굿노트 안에 상품을 공급해 팔아 (글로벌 시장의) 판매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것도 B2B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갖게 된 강점이다.

예상하는 시장 규모는 어떻게 되나?

추정이 어렵기 때문에 태블릿 시장을 보고 (나름대로) 집계하고 있다. 태블릿 이용자가 약 10억명 정도 있는데, 이들이 종이시장에서 지출하던 금액을 서서히 태블릿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본다. 태블릿 보급과 굿노트와 같은 앱, 위버딩 같은 콘텐츠를 쓰는 문화는, 그간 우리 팀이 인터뷰한 40개 국가에서 대부분 유사하게 존재한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쓰는 문화’는 다 존재한다?

다 존재하고, 다 아이패드를 쓰고, 다 굿노트와 같은 앱을 쓴다. 그래서 이 위에서 뭔가를 팔기 시작하는 크레이터들이 동남아시아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고, 미국이랑 유럽에는 원래 많았다. 그렇게 우리도 시장을 추정해가고 있다.

작가 수가 2500명 정도 된다. 꽤 많은데 어떻게 확보했나

진짜 다양한데, 300명까지는 작가 번호가 있었다. 전화, 메일, 직접 만나기 등 오만가지 방법을 쓰면서 크리에이터를 찾아다녔다. 300명이 넘어가면서 700명까지는 광고를 활용했다. 주로 인스타나 메타(페이스북) 광고를 했고, 1000명부터 광고를 껐다. 왜냐하면, 광고로 들어오는 숫자보다 리퍼럴 마케팅(추천인 제도)으로 들어오거나, 다른 작가의 포스팅을 보고 들어온 분들이 많아졌다. 이후에 1500명이 되면서부터는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광고를 다시 시작했는데, 해외 작가의 수요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태국에서 반응이 엄청나게 와서, 태국에서만 광고에 집중해봤다. 그때 300~400명 정도의 작가가 합류했다. 이후부터는 쭉 자연유입이 되고 있는 상태다. 여러 수요가 있는데, 돈을 벌겠다는 분도 계시고 디자인 포트플리오를 만들어보려는 분도 있다. 심지어는 미대 입시에 활용하기 위한 자기소개로 포트폴리오로 쓰려고 만드는 고등학생 작가님도 있다.

디지털 콘텐츠로 꾸미는 시장이 낯설지 않은 것 같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허들을 낮춘 것 같고, 웹소설이나 웹툰이 디지털 콘텐츠에 돈을 쓰는 걸 익숙하게 했다

맞다. 실제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콘텐츠를 그려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또 콘텐츠를 만들어서 위버딩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이모티콘이나 해외 사이트, 탬플릿 사이트 등에 입점해 캐릭터를 팔 수 있고, 101이나 유튜브에 콘텐츠 만드는 강의를 만들어 올릴 수도 있다. N잡이나 긱이코노미 개념으로 ‘플랫폼으로 돈 버는 방법’이 홍보가 됐고, 그걸 보면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던 잠재적 수요가 위버딩으로 유입이 됐던 것 같다. 그런 분위기에 수혜를 입었다고 본다.

덧붙여, 내부적으로 했던 얘기인데 “디지털 콘텐츠를 돈 주고 구매한다”는 양심적인 문화랑 관점이 좀 성숙해지려면,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전체적으로 올라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 크리에이터들과 인터뷰 할 때 일본은 작가님들이 복제 걱정을 아예 안 한다고 하더라. (콘텐츠를 돈 주고 사서 보는) 문화가 충분히 성숙해서 복제가 가능한데도 복제를 안 하는 수준이라는 거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기술적으로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나?

초기에는 만개가 넘는 상품을 안정적으로 서비스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지금은 저희 상품이 1만7000여개고, 그동안 판 상품의 수만 21만개 정도 된다. 여기에 달린 구매평도 1만개가 넘기 때문에, 이를 잘 섞으면 조금 더 정교한 문방구를 만들 수 있다. “이 집단은 이런 키워드의 귀여운 동물을 좋앙하고, 또 이 집단은 일러스트 위주 스티커를 좋아한다”는 등의 그룹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래서 AI 추천 서비스를 기술적으로 고도화하고 있고, 내년 초에 위버딩에 반영할 예정이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지금까지는 개인 IP를 중심으로 콘텐츠가 판매되어 왔는데, 앞으로는 (유력) IP를 가진 회사들과 퍼블리싱 사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팀 내부에 그런 역량이 생겼다. 앱 내의 크리에이트한 기능성을 고도화할 생각이고, 새로운 추천 서비스를 도입한다.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게 UI나 UX 개편을 준비 중이다. 해외 시장에서 위버딩 앱을 더 현지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러 면에서, 내년 초 신학기 시즌에 깜짝 놀랄만큼 위버딩이 변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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