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 협업 활발했던 SW 기업들, 내년 키워드는 “AI와 글로벌”

2023년 IT 시장도 다사다난했다. 불황이 계속됐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졌다. 계속되는 불황 속에서 기업들은 그토록 하기 싫었던 말 “올해가 가장 힘들다”를 되뇌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는 점이다. 글로벌 진출의 물꼬가 트이는가 하면 생성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국내 주요 소프트웨어(SW)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했다. 새 고객사 확보에 계속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클라우드 비즈니스로 돌파구를 찾았다.

올해 주요 SW 기업들은 어떤 분야에 힘을 줬고 2024년 전략은 무엇일까. 앞으로는 시장의 높아진 AI 수요로 새 먹거리를 발굴하고 파트너십으로 활로를 찾는 데 방점이 찍힌다.

파트너 협업으로 성과…신제품 출시도 활발

국내 대표적인 SW기업 한글과컴퓨터는 글로벌 빅테크로의 도약을 꿈꾼다. 한컴오피스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회사는 올해 연합체 구성으로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놨다.

지난달 말 국내외 유수의 파트너사들과 연대하는 ‘한컴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했다. 얼라이언스 파트너사들과 해외 거점 사무소를 공동 구축하고 다양한 솔루션 기업을 찾아 수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42Maru)와 AI 기술 및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며 공공기관 문서 시장 공략 의지를 다졌다.

이에 앞서 성과도 있었다. 한컴은 오피스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대만의 케이단모바일(Kdan Mobile)사에 공급하며 9월 케이단 오피스를 출시를 지원했다. 한컴 관계자는 “과거엔 오피스 SW라는 단일 시장에서 해외 진출을 한정적으로 시도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자체 보유한 기술 모듈별로 타깃 시장이 확장되며 회사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생성AI를 접목한 ‘한컴독스 AI’의 클로즈베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3000여명이 참여한 베타테스트에서는 참여자 중 85%의 구매자가 정식 버전 구매 의사를 보일 정도로 호평받았다.

티맥스그룹은 올해 글로벌 진출 기반 마련을 성과로 꼽았다. 무엇보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의 협업이 회사가 말하는 주요 사업 성과다.

티맥스그룹 관계자는 “지난 5월 AWS 서밋 서울에서 완전관리형 서비스형데이터베이스 신제품 ‘티맥스 디바(DBAS)’를 예고했고, 11월 AWS 리인벤트 2023에서는 이와 함께 기업 서비스를 클라우드로 전환해주는 ‘티맥스 클라스(CLAS)’도 공개했다”고 전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WS 리인벤트 2023에서 티맥스그룹과 AWS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을 진행한 뒤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에 나선 모습. (사진=티맥스그룹)

디바스는 티맥스티베로가 AWS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제품이다. 티맥스그룹은 티맥스티베로뿐만 아니라 그룹사 차원에서 AWS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외연 확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밖에도 다수의 대기업과 활발하게 업무 협약을 맺으면서 시장 확대를 위한 밑거름을 마련했다는 전언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들은 기존 솔루션 기능 개선과 함께 신제품 발표로 새 먹거리 토대를 마련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영림원소프트랩은 지난 9월 컨퍼런스를 열고 기업문화 혁신 앱 ‘에버레스크(EverAsk)’를 공개하는가 하면 노코드 앱 플랫폼 ‘플렉스튜디오 2.0’도 선보였다.

플렉스튜디오 2.0은 개발자가 핵심 기능과 프론트엔드 영역의 기본적인 틀만 잡아 놓으면 AI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앱을 만들어 주는 제품으로 향후 신사업 측면에서도 기대를 모으는 솔루션이다. 이 밖에 통합 뷰 클라우드 서비스 ‘에버런(EverOnOne)’도 새로 선보였다.

기존 솔루션 고도화도 진행했다. 산업별 맞춤형 ERP인 ‘K-시스템 에이스(K-System ACE)’도 방산, 첨단, 우주항공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 패키지를 추가했다. 클라우드 ERP 제품인 ‘시스템에버(SystemEver)’를 비롯해 ‘에버타임(EverTime)’ ‘에버페이롤(EverPayroll)’의 기능 개선 작업도 마쳤다.

더존비즈온도 ‘ERP 10’ ‘아마란스(Amaranth 10)’ ‘위하고(WEHAGO)’ 등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 최대주주인 더존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며 장기적인 수익 개선의 토대를 마련했다. 내년 초 합병이 마무리되면 더존홀딩스에 지급해오던 로열티 등 각종 비용 절감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IT 성능관리 솔루션 기업 엑셈도 올해 성과가 좋았다. 100개 이상의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AI옵스(Ops) 솔루션 ‘싸이옵스(XAIOps)’는 지방은행과 대형 카드사를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금융권 시장 토대를 다졌다.

데이터베이스 성능 관리(DBPM) 솔루션 맥스게이지(MaxGauge)를 비롯해 엔드투엔드 거래추적 솔루션 인터맥스(Intermax), 클라우드모아(CloudMoA)를 연동 구축하는 번들링·크로스셀링 판매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지난해 출시했던 빅데이터 운영관리 솔루션 ‘이빅스(EBIGs)’ 또한 대형 공사와 지역 산학협동단지, 대기업 계열 제조사, 통신사와 물류사 등이 채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엑셈의 서비스·솔루션 맵(자료=엑셈)

내년 테마는 AI…글로벌 진출도 본격화

2024년 주요 SW 기업들의 시선은 세계로 향한다. 다수의 기업 또는 1위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이들의 무기다. AI도 새 먹거리다.

더존비즈온은 AW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기대를 건다. 토대로 기업용 솔루션 분야의 강점과 AWS의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경험을 결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세계 SaaS 전환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게 목표다.

회사는 2024년 슬로건으로 ‘AX, Beyond DX’를 제시했다. 디지털 전환(DX)을 넘어 인공지능 전환(AX,) 시대로 향하는 새로운 기업 비전을 통해 AX 선도기업의 입지를 굳힌다는 목표다.

더존비즈온이 AWS 리인벤트 2023에서 ‘글로벌 고성장가능기업’ 27곳에 선정된 가운데, 프리미엄 프로그램에 초대된 더존비즈온 이강수 사장(사진 왼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더존비즈온)

매출채권팩토링을 중심으로 하는 테크핀 사업도 본격화한다. 매출채권 팩토링은 금융기관이 기업 신용도를 바탕으로 매출채권을 현금화해 기업자금 운용을 돕는 서비스다. 더존비즈온이 가진 ERP 데이터를 발판삼아 테크핀 사업에 속도를 붙인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신사업도 준비 중이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일본을 글로벌 진출의 베이스캠프로 삼는다. 지난달 설립 30주년 행사를 일본 오사카에서 진행한 것도 그 일환이다. 연 매출 3000억원 이상의 대형 파트너사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한 영림원소프트랩은 매년 100개 이상의 현지 고객사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국내에서는 플렉스튜디오 2.0 앱스토어를 공개하고 지난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에버런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시스템에버 또한 업그레이드해 AI 기반 ERP의 인지도를 높이는 게 회사의 복안이다.

지난달 13일 일본 오사카에서 3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 영림원소프트랩. 본격적인 일본 진출과 함께 ERP 제품에 생성AI 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2024년 회사의 목표다. (사진=영림원소프트랩)

엑셈은 올해 정부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를 겪으며 내년 더욱 중요해질 IT 모니터링 시장에서 기회를 엿본다. 싸이옵스를 통해 내년 공공 데이터센터를 중점 공략한다. 이를 위해 10월 GS인증도 획득했다. 빅데이터 부문은 올해 윈백 성공 사례들을 디딤돌 삼아 대기업, 공사 등 여러 고객사 공급을 앞뒀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도 사전 협의가 활발하다.

특히 상반기에는 ‘엑셈원(exemONE)’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엑셈원은 서버, 데이터베이스, 애플리케이션 등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 시스템 내 모든 요소를 통합 모니터링하는 제품이다.

한컴은 AI에 힘껏 주력한다. AI를 활용한 지능형 문서 작성 도구인 ‘한컴 어시스턴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자연어로 명령하면 거대언어모델(LLM)을 거쳐 내용을 이해하고 의도를 분석해 문서 자동 생성을 돕는 솔루션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지능형자동화(IA)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한컴의 AI 기술과 SDK 기술들을 결합한 문서 기반 질의응답 시스템 ‘도큐먼트 QA(가칭)’ 개발도 추진 중이다. 한컴 관계자는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문서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해 자연어로 답변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이고 환각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연수 한컴 대표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 나선 모습. 한컴 어시스턴트 출시와 더불어 AI를 접목한 솔루션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한다.(사진=한컴)

김연수 한컴 대표는 “내년은 한컴의 AI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IA 시장에서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고객의 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여나가 5년 이내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AWS와의 협업에 토대 마련에 고무된 티맥스그룹은 2024년부터 해외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계열사들의 기술력을 한데 모으는 슈퍼앱 출시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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