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망 사용료 논란의 본질을 이해해보자

다시 망 사용료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위치가 망 사용료를 이유로 한국에서 철수함으로써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망 사용료를 둘러싼 논란에는 불명확 점이 많다. 망 사용료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망 사용료 vs 인터넷 접속료

망 사용료라는 단어는 법적 또는 기술적 용어가 아니다. 국내 통신업계에서 주로 쓰는 표현으로, 데이터 전송을 위해 네트워크(망)를 이용했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용된다. 그러나 이는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망을 이용했다고 무조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인터넷의 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위 그림에서 맨 오른쪽의 ‘콘텐츠 업체(CP, Content Provider)’는 이용자에게 데이터를 전달하기 위해 ‘인터넷 서비스 업체(ISP, Internet Service Provider)’ B와 A의 망을 이용한다. 망을 이용했으니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보면, CP는 ISP B와 ISP A에 모두 돈을 내야 한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CP의 콘텐츠는 전세계 모든 네트워크를 통과할 수 있으니, 확대해석하면 CP는 전세계 모든 ISP에 돈을 내야 한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인터넷이 존재할 수 없다. 데이터는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네트워크를 타고 이용자에게 전송되기 때문이다.

현재 인터넷 세계에서 CP는 ISP B에만 돈을 낸다. ISP A는 이용자에게 돈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오픈넷 등 시민단체는 망 사용료라는 표현은 틀렸고, 인터넷 접속료가 옳다고 주장한다. CP가 ISP B에 비용을 지불하고 전세계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관점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CP는 국내 통신사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는 망 사용료 논란에서 접속료 개념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국내 이용자들이 넷플릭스나 유튜브(구글)를 이용하는 방법과 위 그림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다른 지는 아래에서 설명할 예정이다. 그런 점에서 망 사용료나 접속료 모두 각자의 주장과 입장이 반영된 용어라고 볼 수 있다.

피어링(peering)과 트랜짓(transit)

망 사용료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피어링과 트랜짓이라는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피어링은 두 네트워크가 직접 연결되는 것으로, 다른 네트워크로 데이터를 전송할 의무가 없다. 트랜짓은 다른 네트워크로의 데이터 전송 의무가 있는 연결을 의미한다.

피어링 : 제 3자에게 트래픽 전달 의무가 없는 양자 간(1:1)의 계약. 대체로 무정산
트랜짓 : 제 3자에게 트래픽 전달 의무(1:1:N)가 있는 계약. 작은 ISP가 큰 ISP에 비용 지불

다시 위 그림으로 이해해보자. CP와 ISP B와의 연결은 트랜짓이다. CP가 ISP B와 피어링 계약을 했다면 ISP B는 ISP A에 데이터를 전송할 의무가 없고 이 경우 이용자는 CP의 콘텐츠를 볼 수가 없다.

보통 규모가 비슷한 네트워크끼리는 피어링 계약을 하고, 규모가 작은 네트워크와 큰 네트워크는 트랜짓 계약을 한다. 피어링의 경우 대부분 상호 간에 정산을 하지 않고, 트랜짓은 작은 규모의 네트워크가 큰 규모의 네트워크에 비용을 지불한다.

망 사용료 논란의 본질은

원래 모든 인터넷 연결은 맨 위의 그림처럼 단순했다. CP가 하나의 ISP와 계약을 하면 전 세계 모든 이용자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전하고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트래픽이 늘어날수록 이용자의 경험이 나빠지고, 소규모 ISP의 트랜짓 비용이 너무 많이 늘어났다.

국내의 경우 통신3사는 세계적으로 2등급(티어2) 규모다. 즉 해외 인터넷과 연결되기 위해 통신3사는 해외 1등급(티어1) 네트워크와 트랜짓으로 연결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서버가 해외 1등급 ISP에 연결돼 있으면, 국내 통신3사는 해외 1등급 ISP에 막대한 트랜짓 비용을 내야 하고, 이용자는 좋은 품질의 콘텐츠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생겼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캐시 서버다. 캐시 서버는 원래 서버의 데이터를 복제해서 이용자 가까이에 둔 서버를 말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대형 CP는 자체적인 캐시 서버를 구축하고 요청하는 ISP와 피어링으로 연결한다. 피어링으로 연결하는 이유는 캐시 서버의 데이터를 다른 네트워크로 전송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위 그림을 보자. ISP A는 CP의 캐시 서버와 피어링으로 연결돼 있다. 이용자가 CP에 데이터를 요청하면 CP의 원래 서버가 아니라 캐시 서버가 데이터를 제공한다. CP는 캐시 서버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 경험을 높일 수 있고, ISP A는 해외 ISP B와의 트랜짓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상호접속고시 변경이 가져온 효과

그러다가 2016년 국내 상호접속고시가 변경되면서 망 사용료 논란이 시작됐다. 상호접속고시는 망이 연결될 때의 원칙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하는 것이다.

원래의 상호접속고시는 같은 등급의 네트워크끼리는 정산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국내 통신3사(SKT&SKB, KT, LGU+)는 같은 등급이어서 서로 정산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6년 데이터를 보내는 측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상호접속고시가 바뀌었다. 정산 기준도 대역폭에서 트래픽 기준으로 바뀌었다. ISP 입장에서는 잘 나가는(?) CP를 고객으로 확보하면 돈을 많이 내야하는 환경이 됐다.

앞에서 설명했듯 위 그림에서 CP의 캐시서버와 ISP A의 연결은 피어링이기 때문에 원래 무정산이었다. 그런데 상호접속고시가 변경됨에 따라 데이터를 보내는 측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원칙이 됐다. CP는 ISP에 일방적으로 데이터를 보내는 입장이다. ISP A 로서는 CP에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고, 이것이 망 사용료 논란이 됐다.

글로벌 CP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에서는 모두 무정산 피어링을 하는데, 한국 ISP만 정산을 요구하니 못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고, 한국 ISP 입장에서는 상호접속고시가 변경됐으니 돈을 달라는 입장이다.

망 사용료 법제화 

망 사용료 논란이 벌어지는 곳이 우리나라만은 아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ISP는 망 사용료를 원한다. ISP 입김이 센 곳에서는 망 사용료에 대한 법제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유럽이다. 유럽은 망 사용료라는 표현 대신 ‘공정 분배(Fair Share)’라는 표현을 쓴다. 폭증하는 트래픽에 대한 인프라 운영비용을 CP도 분담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주장을 담은 용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티에리 브루통 유럽연합 집행위원 때문에 유럽에서 공정 분배가 법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가 프랑스 텔레콤 회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ISP 측 입장이 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그는 공정 분배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하지만 유럽도 공정 분배 법제화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공정 분배를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통신업계를 제외하고는 콘텐츠 업계, 학계, 시민단체, 규제당국 등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공정 분배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유럽 통신 규제 기관인 BEREC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BEREC는 “(공정 분배로) 인터넷 공급이 부족한 곳에 추가 자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이미 서비스가 잘 공급되는 지역의 ISP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평했다. 아울러 “소규모 ISP와 소규모 CP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조사 결과로 인해 공정 분배를 추진하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동력이 상실됐다. 위원회는 이 때문에 추후에 다시 공정 분배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 집행위원회의 임기가 내년에 끝난다는 점에서 유럽에서의 공정 분배 논의는 차기 집행위원회가 들어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도 비슷하다. 망 사용료 부과 법안이 여럿 제출됐지만 논의는 크게 진전되지 않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가 SK텔레콤 및 SK브로드밴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망 사용료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바 있어 당분간 논란이 커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만약 국내에서 다시 망 사용료 논란이 커진다면 타깃은 구글(유튜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구글은 넷플릭스와 달리 통신사를 상대로 협상 무기가 많다는 점에서 논란이 재점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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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가끔 생각합니다..
    그냥 더미 데이터라도 업로드를 많이 하면,
    망 접속료 이야기가 쏙 들어가지 않을까..
    일반 사용자들이 다운로드를 너무 많이 해서 그게 문제라면, 반대로 업로드를 많이 하고 그 데이터를 버리면, 문제가 다 사라지는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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