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경영진 세대 교체 가능성까지…2년 10개월 만에 등장한 김범수의 발언

“김범수 나온 건 의미 있어”
아직 구체적인 방안 없다는 점, 계열사 배제는 아쉬워
인적쇄신 관련 “세대 교체” 이야기 나와

11일 카카오 판교 아지트는 이른 아침부터 오후까지 소란스러웠다. 아침 7시에 진행하는 비상경영회의와 다음의 뉴스검색 노출 기본값 제한 정책에 반대하는 인터넷신문협회의 항의시위, 오후 2시에 진행하는 사내간담회 브라이언톡까지 굵직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가장 주목 받은 행사는 브라이언톡이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영어 이름을 딴 이번 사내 간담회는 그가 2년 10개월 만에 직원들과의 대화에 나선 자리다. 브라이언톡에 참석한 카카오 직원들의 호응도 적지 않았다. 판교아지트에서는 오후 1시 30분부터 2시까지 브라이언톡에 참석하기 위해 계속해 이동하는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사내 간담회에 참여한 직원은 오프라인으로 400명, 온라인으로 1800여명이다. 1시간 반 가량 이어진 브라이언톡에서는 직원들이 사전에 제출한 질문 중 20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어졌다. 

이번 사내 간담회가 뜻 깊은 이유는 카카오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를 시작으로 악재가 이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올해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 조종을 했다는 의혹에 카카오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 기소됐을 뿐만 아니라 창업자, 카카오 홍은택 대표, 법인까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최근 의사결정 과정 미흡 등 방만 경영과 관련된 논란도 불거졌다. 해당 논란은 카카오 컨트롤타워 ‘CA협의체’ 김정호 경영지원 총괄을 맡은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이 회의 도중 욕설을 했다는 보도 이후, 김 이사장이 SNS에 욕설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카카오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 미흡하다고 주장하면서 나왔다. 

업계에서는 브라이언톡을 두고 긍정과 아쉬움이 엇갈렸다. 김 창업자가 직원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방식을 모두 버리고 대폭적인 체질 개선을 약속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 있다. 또 김 센터장이 현장에서 “젊은 경영진, 세대 교체”를 언급하면서 인적쇄신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아직 없는 점, 계열사를 배제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카카오 관계자는 “향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차차 이야기를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더이상 스타트업 아닌 대기업”

“더 이상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자산 규모로는 재계 서열 15위인 대기업입니다.”

현 상황에 대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통찰이다.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그의 말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김 창업자는 “회사 이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추진하는 변화로 ‘거버넌스 ·기업문화 개편’ ‘인적 쇄신’, ‘기술·핵심사업 집중’ 세 가지를 꼽았다.

그룹 거버넌스 개편과 기업 문화 재정의는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이 된 카카오에게 최우선적인 과제 중 하나다. 카카오가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며, “누군가에게는 위협이자 공포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는 김 창업자의 문제의식에서 비롯하기도 했다.

거버넌스 개편 경우, 투자와 스톡옵션,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어냈던 방식과 이별한다.

카카오는 지금까지 ‘실리콘밸리식’ 성장 전략을 고수해왔다. 계열사들에게 자율성을 주는 방식이다. 그는 “기술과 자본이 없어도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플랫폼 기업을 만들고자 했고, 이를 위해 열정과 비전을 가진 젊은 CEO 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마음껏 기업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실리콘밸리의 창업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 방식이 한국에서도 작동하길 바랐고 실제로도 카카오와 카카오 계열사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공을 만들어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대기업이 된 카카오의 지금과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게 김 창업자의 판단이다. 

또 영어 이름 사용, 수평 문화 등으로 대표된 카카오의 기업문화도 원점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김범수 위원장은 계속해 소규모 자리를 만들며 대화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자리가) 진행되면서 추가로 말이 나올 것 같다”고 부연했다.

확장 전략 리셋, 기술과 핵심 사업 중심 

카카오는 확장 중심 경영 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사업 범위와 계열사를 빠르게 늘려온 방식으로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사업’ 논란을 빚어온 카카오는 향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한다. 

김 창업자가 경영쇄신위원장을 맡고 공동체 방향성을 결정하는 키를 잡은 이후, 카카오와 카카오 계열사는 상생과 책임 경영과 관련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냈다.

일례로 지난 11월부터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할 당시 위원장으로 지휘봉을 든 김 창업자는 “카카오는 이제 전 국민 플랫폼이자 국민 기업이기에, 각 공동체가 더 이상 스스로를 스타트업으로 인식해선 안된다. 오늘날 사회가 카카오에 요구하는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책임 경영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 경우, 가맹금을 최소화한 신규 가맹 상품을 연내 발표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창업자가 전면에 나선 이후 카카오 계열사가 ‘갑질’, ‘상생’과 같은 이슈에 굉장히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는 인공지능(AI)이 주목된다. 11일 김범수 창업자의 입장문 중에서는 ‘AI 시대’가 언급되기도 했다. 브라이언톡에서는 ‘카카오브레인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을 통한 AI 경쟁력’과 관련된 질의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카카오는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한 AI 서비스 준비에 한창이다. 제4차 비상경영회의에 참석한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는 바이라인네트워크와의 대화에서 “코지피티(KoGPT)를 포함한 몇 개 모델은 이미 학습이 거의 완료가 됐고 연내 발표하는 자리에 대해 검토 중이다”며 “글로벌 관련해서 발표하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카카오 관계자는 “기술, AI, 콘텐츠, 플랫폼 등 회사의 핵심 근간이 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하되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회사 핵심 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쇄신해나가겠다는 의지와 방향성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적 쇄신 가능성 활짝 열었다

이날 경영진의 세대 교체에 대한 가능성도 대두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한 악재들을 겪은 카카오에게 내외부에서 요구한 사안 중 하나는 “인적 쇄신”이다. 지금 사태를 만든 경영진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카카오노조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도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기존 경영진으로부터 발생했다”며 “진정한 쇄신은 그 과정부터 새로워야 한다”고 밝혔다. 인적쇄신에 대한 논의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 창업자는 이번 자리에서 “새로운 배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며 인적쇄신을 진행한다는 의사를 내비췄다. “내년에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한 카카오 직원은 “이날 자리에서 인적쇄신과 관련해 ‘젊은 경영진’, ‘세대 교체’ 등 표현이 쓰였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인적쇄신 관련 주목할 만한 점은 이날 브라이언톡에서 채택된 질문 중 하나가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에 대한 질의였다는 사실이다. 해당 소식을 전한 카카오 직원은 “김범수 창업자가 (김정호 총괄에 대해) ‘회사의 제일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달라고 모셨는데 해당 사건이 생겨 일단 윤리위원회와 외부의 조사를 거치고 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없는 논의, 제대로 된 논의인가 

이날 브라이언톡이 아쉬움을 남긴 건 계열사 없는 본사 중심의 논의였다는 점이다. 카카오 계열사 직원은 브라이언톡에 참석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카카오’가 붙은 일부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내 게시판에 브라이언톡 자료가 배포돼 전 계열사 직원이 논의사항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현 시점에서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적지 않다. ‘2023년 상반기 카카오 기업집단 설명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공정거래법에 따른 카카오 소속 국내회사 수는 126개다.

카카오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모든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에서 계열사를 배제한 논의는 반쪽짜리 논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초 기준 핵심 사업을 중점으로 하는 계열사는 상당수를 차지한다. 콘텐츠(69개), AI·헬스케어 등 미래 성장동력(13개), 디지털 전환(24개) 등 카카오 핵심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분류된 계열사는 총 106개다.

브라이언톡에서 배제된 계열사 직원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뉘었으나, 대개 부정적이었다. 판교에 근무 중인 한 카카오 계열사 직원은 “계열사라고 해서 이번 사태의 영향을 안 받는 게 아니다”며 “계열사에게도 이번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계열사 직원은 “한다고는 아무런 공지가 안 됐는데, 끝나자마자 몇 개 계열사에는 바로 게시판에 공지로 올려서 (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측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시공간상 여러 제약으로 카카오 판교 아지트와 제주 오피스에 있는 본사 크루들을 상대로 온오프라인 설명을 진행했다”며 “오늘 나왔던 주요 발표는 정리해 주요 계열사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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