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된다? 마케팅의 본질은 사람” 리인벤팅 방법론이란
‘퍼포먼스 마케팅 1세대’ 김필준 리인벤팅 대표 인터뷰
20년간 현장 체득한 마케팅 방법론, 기업 이식 나서
계속된 아웃소싱보다 마케팅 이해하는 역량 내재화 필요
기업 매출과 성장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케팅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관련한 기술 솔루션도 쏟아졌다. 여기저기 산재된 지표를 통합 비교 분석해 인사이트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기술 솔루션은 이제 선택 아닌 필수가 되고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전제가 있다. 의사 결정권자가 마케팅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 목표와 핵심성과지표(KPI), 우선순위 결정 등은 결국 사람의 손을 타야 한다.
최근 홀로서기에 나선 김필준 리인벤팅(REINVENTING) 창업자이자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 해외 마케팅을 거쳐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네이버, NHN, 직방(CMO·부사장), 트렌비(CMO)에 몸담았다. 지난 20년간 마케팅에 올인했던 인사다. 그는 데이터 기반으로 마케팅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처음 업계에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앞선 10년은 전통적인 제품 마케팅을 했다가, 다음 10년은 퍼포먼스 마케팅과 IT서비스 마케팅을 주로 했습니다. 그 두 가지를 경험했다는 게 장점이 되겠네요.(웃음) 중간에 모바일 서비스 마케팅을 겪으면서 굉장히 큰 변곡점이라 생각했죠. 2013년도에 ‘애니팡’이 엄청나게 흥행했을 때 기억하시나요. 그때 많은 회사들이 모바일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NHN에 마케팅 팀장으로 있을 때였죠. 모바일게임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아무도 해 본 사람이 없는 거예요. 대행사를 수소문해서 같이 진행했는데, PC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마케팅을 제안했습니다. (중략) 이벤트 프로모션 이후 유저가 늘지 않았고 직접 해야겠다 생각했죠. 그때 LTV(고객생애가치) 개념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하고 UAC(구글의 유니버설앱캠페인), MMP(모바일광고측정) 등도 최초 도입하고 해서 성공했던 게 (NHN이 퍼블리싱한) 트리노드의 ‘포코팡’입니다. 그때 단기간에 1000만을 모았고요. 퍼포먼스를 잘 세팅해 놓고 그 다음에 이종석을 활용한 TV광고인 매스 캠페인도 진행했죠. 포코팡이 국내 최초로 빅모델을 쓴 모바일 서비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후 매스 캠페인과 퍼포먼스를 결합한 형태가 대중화되고 이런 방법론을 가지고 직방에 합류했죠.”
김 대표는 2014년 11월에 합류한 직방에서 월간활성이용자(MAU)를 두 달여 만에 4~5배 끌어올렸다. 신규 이용자로는 200여만명을 확보했다. 그 당시 확보한 이용자 경쟁력으로 투자 유치가 이어지고 경쟁 플랫폼과 격차를 벌렸던 기억도 꺼내 놨다.
“직방이 원룸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했죠. 인식의 외연을 확장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는데, 소비자 조사를 열심히 해봤더니 아파트 정보에 피라미드 구조가 있는 거예요. 수십명의 부동산 전문가 집단이 있고 이 전문가의 콘텐츠를 받아서 확산하는 인플루언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고, 또 이걸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라든지 오프라인 세미나 등에서 활동하는 집단이 있더라고요. 이러한 고관여자 집단을 공략해야 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전문가 중 15명 정도를 직방 전문가 패널로 만들었죠. 이 분들이 칼럼도 쓰고, 직방TV라고 유튜브도 만들고 해서 구독자들도 늘었고요. 그때 부동산 전문 채널이 없을 때였죠. 그런 것들이 시너지가 나면서 직방의 아파트 서비스도 원룸 서비스 못지 않게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처럼 그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마케팅 업무는 기술 솔루션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의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이 부분을 김 대표가 파고 들었다. 기업 내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이자 파견직처럼 일하며 마케팅 방법론을 이식하겠다는 생소한 사업모델을 들고 나왔다.
“팀장이 바뀔 때마다 CMO가 바뀔 때마다 일하는 방식이 바뀝니다. KPI도 달라지죠. 사업부별로 맡겼다가 잘 안되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저한테 맡기고 싶다’라는 얘기까지 된 거죠. 그래서 대표에게 어떻게 일을 하셨냐고 물어보니 하나도 세팅이 안 돼 있었는데, 이걸 경영진들이 잘 모르시더라고요. 제가 그런 회사를 세 군데 정도를 만나고 이걸 사업화 해보자 생각을 한 거고요. 이런 것들을 내년엔 사스(SaaS, 서비스형소프트웨어)화 하려고도 합니다.”
그는 마케팅의 본질을 재차 강조했다. 다양한 마케팅 채널과 기술 솔루션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그보다 앞서 마케팅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마케팅의 본질에 닿아야 한다는 지론을 설파했다.
“기업들이 마케팅 방법론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수단이 본질을 대체해 버리기도 하더라고요. 성공하는 노하우를 회사의 자산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걸 자산화해야지 이 본질을 모르고 다 아웃소싱을 해버리면 계속 실패해도 왜 실패하는지 모르는 상태가 되는 거죠. 제가 이 사업을 하고 솔루션화 사스화하려는 이유가 이러한 방법론을 쉽게 마이그레이션할 수 있게 도와드리고 컨설팅하려는 것도 있고요. 지표들을 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되면 그게 또 시작이거든요. A/B 테스트도 하고요. 사람들은 두 가지만 하는 줄 아는데, 제가 하는 A/B 테스트는 100건 정도를 진행합니다. 그 안에서 인사이트를 발굴하고 배제할 건 하면서 계속 설계를 달리하며 라운드를 돌리는 거죠. 이게 10번만 돌아도 지표가 엄청나게 개선이 돼 있습니다. 이런 실험 설계 없이 아무런 인사이트화하지 않고 진행하면 한 번을 잘될 수 있어도 다음에 안 되면 또 헤매게 됩니다. 그래서 실험 설계 구조를 잘 만들어질 수 있게 하는 게 제 방법론 중 하나입니다.”
김 대표에게 지난 20년간 마케팅에 종사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축약해서 알려달라 요청했다. 그가 내놓은 메시지는 이렇다.
“과거의 마케팅은 실패확률을 줄이는 마케팅이고 새로운 마케팅은 성공확률을 높이는 마케팅이다.”
“(Spray and Pray)과거에는 흥행산업과 같이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가격을 정하고 유통채널을 확보한 후에, 많은 비용을 들여서 광고를 제작하고 매체 노출량을 높여서 인지도와 구매의향을 높이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과도한 마케팅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Staging Approach)이제는 상품/서비스 전략도 Product Market Fit을 맞춘 후에 매체 유입을 스케일업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고, 광고 메시지나 소재 부분도 퍼포먼스 마케팅을 통해서 얼마든지 성과테스트를 하여 적절한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매체도 매일 AB 테스트를 통해서 성과 최적화를 진행한다. 브랜드 마케팅, 컨텐츠 마케팅의 성과도 측정한다.”
“마케팅은 마케팅으로 매출을 증대시키는 수단이다. 매체환경, 소비자, 경쟁환경, 기술 등이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마케팅도 변해야 한다. 마케팅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최적화된 방법론을 끊임없이 개발해야한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절대로 아웃소싱할 수 없으며 기업이 필수적으로 내재화해야하는 자산이다.”
‘스프레이 앤 프레이(Spray and Pray)’는 말 그대로 ‘뿌리고 기도한다’는 전략이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과한 마케팅 투자가 이뤄지고, 그 다음 성공하길 기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한 투자를 막기 위해 ‘단계별 접근(Staging Approach)’이 필요하다. A/B 테스트도 그러한 최적화 과정 중 하나다.
김 대표에게 내년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전통적 마케팅 접근인 ‘마인드 셰어(Mind Share, 구매 고려 시 최우선 브랜드가 되는 전략)’와 단계별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되, 수년간 급속도로 디지털 전환이 진행돼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퍼포먼스 마케팅을 재차 짚었다.
“많은 기업에서 퍼포먼스마케팅과 브랜드마케팅을 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이 퍼포먼스 기반의 마케팅으로 통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의 역할과 퍼포먼스의 역할이 재정의 돼야 합니다. 그러나 인식의 싸움, 마인드 셰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마인드 셰어와 퍼포먼스 셰어가 적절하게 밸런스를 맞출 때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퍼포먼스 기반의 마케팅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입니다. 전통적인 마케팅이 중세 기사단이라면, 새로운 마케팅은 머스킷 소총을 든 전열보병입니다. 전통적인 마케팅만 고집한다면 마케팅 전쟁에서 이길 확률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