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박재욱, 루닛 백승욱이 말하는 “IPO 할때 말이야…”

“IPO 이후는 또 다른 세상이더라”

상장하고 나면 만고 땡일 것 같은데, IPO 이후에 더 머리가 아파졌다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컴업 2023’에서 공개됐다. 지난해 7월과 8월에 각각 상장한 루닛과 쏘카의 이야기다. 백승욱 루닛 의장과 박재욱 쏘카 대표는 “상장하는 것은 자금 조달의 측면에서 회사에 유리하지만 대표로서는 매우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장은 수많은 창업가들의 꿈이지만, 상장했다고 모든 문제가 절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 상장을 결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상장을 준비하면서 피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상장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그리고 상장을 해서 얻은 강점은 무엇인지를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가 두 창업자에게 물었다.

세 사람이 나눈 질의응답을 여기 요약(사실은 거의 그대로) 정리한다.

(왼쪽부터)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박재욱 쏘카 대표, 백승욱 루닛 의장. 쏘카는 카셰어링 플랫폼이고 루닛은 의료AI 솔루션으로 폐암과 유방암 사진을 판독한다.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이하 정현경) = 회사가 IPO 준비하던 때는 시장 상황이 좋아서 기업 가치가 떨어질 시기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점에 상장을 결정했나?

박재욱 쏘카 대표(이하 박재욱)= 지난해 상장할 때 기본적인 시장 상황 자체가 굉장히 좋지는 않았다. 상장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자본을 조달하고 상장 회사로 되어 있는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훨씬 더 유리한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했다. 시장 경기가 안 좋아질 거였고, 그런 상황이 장기화 될 거라고 봐서 상장 회사로 되어 자본 조달에 대한 창구를 최대한 많이 열어 두고 이를 통해서 회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저희는 차를 구매해서 한 차량의 생애주기에 따른 가치를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오랫동안 운영을 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얻은 후 매각 차익을 얻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구성이 되어 있다. 그런 비즈니스 모델 하에서 조금 더 좋은 신용등급을 가지고 낮은 조달금리로 많은 자본을 유입할 수 있도록 만든 회사의 경영 기조에 훨씬 맞닿아 있기 때문에,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특성을 고려했을 때 좀 어려운 환경이더라도 IPO를 활용하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 IPO를 강행하기로 결심했다.

백승욱 루닛 의장(이하 백승욱)= 비슷한 사정이었다. 루닛이 하는 의료 인공지능이란 분야도 업력은 오래됐으나 완전히 새로운 산업이므로 연구개발 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금도 많이 투자를 하고 있고, 그래서 우선 이사회에서 고민했던 것이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 그에 맞춰 R&D 투자를 줄이면서 생존 모드로 갈 것이냐, 아니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정공법으로 끌고 나갈거냐였다. 거기서 “지금은 투자할 때”라고 결론이 났고, 필요해진 투자 자금을 프라이빗으로 조달할지, 아니면 퍼블릭에서 유치할지 고민을 했다. 그 당시 시장상황이 안 좋다보니 회사의 밸류에이션에서 추가로 프라이빗 펀드레이징을 하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 그래서 상장 후에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프라이빗보다 낮은 가격이란 걸 감수하고 상장을 진행했다.

정현경= 스타트업은 스스로 산업을 만들어 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존의 분류 체계에 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피어그룹(상장 기업 가치 평가를 위해 선정하는 비슷한 사업을 하는 다른 기업) 설정은 어떻게 했나?

박재욱= 해외에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과 국내에서 하고 있는 곳을 적절히 믹스해서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IPO할 당시에는 피어그룹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해 보일 수 있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얼마만큼의 이익을 회사에서 만들어내는가”가 좌우한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이익과 전략을 어떻게 만들지, 그래서 올해와 내년, 내후년의 이익이 얼마만큼 상승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그림을 잘 보여주는 것 자체가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본질은 이익을 많이 창출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부분에 있다. 수익을 얼마나 잘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에 대한 전략과 미래를 잘 설명하는 것이 IPO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정현경= 자금조달 외에 상장의 장점을 몇가지 뽑아준다면?

백승욱= 루닛이 최근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런 펀드레이징 측면과 그 외의 점에도 많은 장점이 있다. 우선 직원 입장에서 소속감이 오르는 게 보인다. 물론, 직원들이 주식창을 많이 확인하는 게 보이기도 하지만(웃음), 자부심을 많이 느낀다.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 루닛의 고객사는 제약사와 병원, 의료기관이다. 의료기기를 한 번 구매하면 오래 쓰기 때문에 애프터서비스가 가능할만큼 이 회사기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지를 본다.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아무리 회사가 유명하고 알려져 있었도 불확실성을 깔고 보는 것 같다. 상장 후에 글로벌 컨퍼런스에 가보면 고객들이 루닛이 상장한 걸 알더라. 그간 어려웠던 것도 해소되는 경험을 했다.

박재욱= 기본적으로 IPO한 회사의 자본 조달이 용이하므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 그걸 돌파해 나갈 수 있는 옵션이 많아진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백의장님 말씀처럼 직원의 사기진작,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신용도 이슈 등이 있다. 회사 입장에선 IPO를 하는 것이 굉장히 좋은 선택지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한다.

대신, 따라오는 반대 급부도 있다. 3개월만다 공시를 해야 하고, 컴플라이언스도 굉장히 강하게 옭죈다. 통제해야 하는 문제가 많아지므로 “회사는 좋고 대표는 불행한 것이 IPO 이후의 삶”이라는 것 같다.

정현경= 물어보고 싶은 포인트였다. 대표로서는 상장 전후가 어떻게 달라졌나

백승욱= 나는 대표가 아니므로 답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 서범석 루닛 대표가 감당하고 있고, 나는 그 분(이 매일 힘들어하는 것)을 매일 감상하면서 살고 있다(웃음). 대표이사가 쓰는 한정된 24시간에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느냐가 많이 달라졌다. 상장 이전엔 서범석 대표 스케줄이 거의 100% 개발이나 비즈니스 등과 같은 내부 이슈였다면, 일단 상장을 하고 나면 거의 상시 IR 모드가 된다고 보면 된다. 하루도 빠짐 없이 IR이 잡혀 있고, 관련해 출장도 많다. 그래서 내부 운영이 많이 어그러지다보니, (업무를) 적극 위임하게 되고 내부 운영의 실제적인 모습에 많이 변화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것 같다.

또 다른 변화로는, 회사에 생긴 좋은 소식을 기쁘게 말하지 못하지 일도 생긴다. 왜냐면 직원도 결국에는 외부에 있는 투자자들과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으므로, 내부에 메시지로라도 먼저 공유를 하면 컴플라이언스 위반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 상장을 하기 전에는 왜 회사의 인수합병 소식을 직원들이 기사로 보고 알게 하느냐, 의아해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왜 그런지 이해가 되더라.

정현경= 백의장님 입장에서 대표로서 루닛을 대할 때와 의장으로서 루닛을 대할 , 어떻게 차이가 있을까?

백승욱= 대표든 의장이든 공동창업자이므로 회사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있다. 타이틀에 맞춰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 기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표직을 내려 놓았을 때 제일 신경 쓴 게 새로 임명 된 서범석 대표가 잘 일할 수 있도록, 나는 뒤로 빠져서 풀서포트를 한 거였다.

상장에 가까워지면서는 이사회 재편에 신경 썼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아직 미국처럼 이사회 중심 경영 시스템은 아니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 각각의 상장사 이사회 구성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략을 짜고 셋팅하는데 집중했다. 루닛은 기존엔 사내 이사가 많았는데 다 정리하고 사외 이사를 키우는 식으로 전략을 짰다. 해외에서도 이사를 모시는 등 다양성을 채우려고 했다.

정현경= 상장 후의 애환은 박재욱 대표가 온몸으로 느낄 같다. 상장 후에 후회해 있나?

박재욱= 후회라는 거는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상장을 하고 난 다음엔 주가가 매일 움직이고 있고 그게 예측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니므로 처음엔 진짜 많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 다음에, 비상장일 때는 1년에 한 번 하던 공시를 3개월마다 해야 했다. 숫자로만 보면 4배가 늘어난 거다. 그만큼 주주와 소통도 해야 하는데 그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라 되게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적응 하고 시장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시간이 1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정현경= 박재욱 대표가 임직원에 14만주를 무상증여를 했단 뉴스를 봤다. 대표로서 엄청난 결정을 건데, 그걸 달갑게 보지 않는 주주들도 있었을 같다

박재욱= 직원들을 위해서 사재가 출연된 것이므로 그런 부분에 이슈가 있진 않다. 결국엔 우리가 그런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해 시장에 잘 설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일을 만드는 사람은 결국 회사에 있는 직원분들이고, 그 분들이 좀 더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그런 결정이 있었던 거다. 우리가 가진 생각을 얼마만큼 시장에 진솔하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비상장일 때와 달리 상장회사에선 우리가 하는 액션 하나하나에 시장이 의미부여를 하고 해석하려 하므로, 시장에서 판단하기 전에 회사 입장에서 이 일이 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맥락을 잘 전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단 걸 배우고 있다.

정현경= 루닛은 글로벌로 기회가 많은 회사인데 상장을 한국에서 했나? 나스닥에서 하지 않은 것이 아쉽진 않나?

백승욱= 나스닥을 고민해본 적은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나스닥 상장을 하기엔 추가적으로 감당해야 할 오버헤드들이 많이 있단 걸 알게 됐다. 그걸 감내하기보단 일단은 코스닥 상장을 먼저 하고 나중에 이전하는 건 그때 생각하기로 했다. 알단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코스닥이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했다.

정현경= 사실 대한민국이 스타트업을 하기에 그렇게 녹록한 환경은 아니지 않나. IPO를 할 때 제도적이나 규제 때문에 답답하거나 아쉬웠던 순간이 있었을 것 같은데

백승욱= 기술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패스웨이가 여럿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기존 투자사가 상장 공모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런 규제가 한국에만 있더라. 프리IPO 때 들어온 미국 투자사가 말해서 알았다. 기존 투자자가 들어오게 되면 가격 방어 역할도 해줄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웠다.

박재욱= 제도적 아쉬움보다 투자자의 종류가 달라진 것 때문에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고 들었다. 기존 비상장 기업일 때는 벤처캐피탈을 주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상장하는 단계에선 보통 자산공사나 헤지펀드를 만나 같은 얘기를 반복해야 한다. 기존에 스타트업이 알던 VC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투자자를 선택해야 하는 과정이 있으므로 이분들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 그런 어려움을 인지하고 상장을 준비하는 것이 조금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백승욱= 마음 단단하게 먹어야 한다(웃음). 상상을 초월한다.

정현경= 언제 IPO 하는 것이 최적인지, 조언의 말씀을 해달라

백승욱= IPO도 하나의 펀딩이라고 생각하라고 말을 하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 본질적으로 우리가달라지는 건 없다. 남이 언제 했으니까 우리도 한다기보단 중심을 잘 잡고 프라이빗에서 펀딩하는 게 나은지 퍼블릭에서 하는 게 더 나은지, 자기 회사에 맞게 검토해 보는 게 정답 같다. 우리가 사장할 때는 나스닥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는데 그후에 보니 한국기업도 나스닥 상장이 가능하더라. 더 많은 도전이 있길 바란다.

박재욱= IPO라는 과정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보다는 ‘왜’가 중요하다. 우리 회사가 왜 상장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창업자가 이야기 할 수 있을 때가 최적의 타이밍이다.

정현경= 반대로, 이런 상황에선 IPO하지 말라는 조언을 한다면?

박재욱= IPO 자체가 목적인 IPO는 최악이다. 투자자가 엑시트 해야 하니까, 창업자가 돈을 벌어야하니까 라는 방식의 IPO는 최악의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주에게도, 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나의 목적으로서만 IPO에 도전할 때 그 과정에서 무너져 내리는 회사도 많더라.

백승욱= 같은 생각이다. 비상장일 때는 지속가능성에 신경을 안 써도 된다. M&A를 통해 엑시트 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상장사가 되는 것은 무조건 지속가능성을 깔고 주주들과 함께 가는 거다. 앞으로 몇십년을 가겠다는 단단한 생각 없이 IPO를 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 모두에 못할 짓이다.

정현경= 창업을 다시 생각이 있나

 박재욱= 재주가 이것 밖에 없다(웃음). 만으로 13년 째 이 일을 하다보니 재주가 이것 밖에 없게 됐다. 시장에 있는 문제를 풀어내는 데 가장 큰 흥미를 느끼고,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소셜임팩트가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인 것 같다. 다른 커리어에 대한 기회가 있더라도 창업이 다른 하나의 옵션으로 있다고 하면 창업을 선택하지 않을까.

백승욱= 창업은 목적이라기보단 수단이다. 창업한 것도 암이라는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었다. 그와 비슷한 재미있는 문제가 있고, 그것이 창업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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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백승욱 루닛 의장(이하 백승욱)= 비슷한 사정이었다. 루닛이 하는 의료 인공지능이란 분야도 업력은 오래됐으나 완전히 새로운 산업이므로 연구개발 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금도 많이 투자를 하고 있고, 그래서 우선 이사회에서 고민했던 것이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 그에 맞춰 R&D 투자를 줄이면서 생존 모드로 갈 것이냐, 아니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함녀서 정공법으로 끌고 나갈거냐였다.

    위 내용에서 `함녀서` 라는 부분이 오타 같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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