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버블’ 가라앉은 지금이 기회죠” 레드브릭의 뚝심

양영모 레드브릭 대표 인터뷰
‘메타버스 뜬다’ 의문 없어…업계 마케팅 남발로 역효과
‘창작자 생태계’ 중요…창작+교육 플랫폼 동시 운영
글로벌 네트워크도 확대…내년 손익분기 달성 목표

지난 몇 년간 메타버스(가상융합현실)가 인터넷의 뒤를 이을 차세대 플랫폼인양 주목받다가 최근 시장에선 ‘관심 밖’의 영역이 됐다. 대세에 올라타 마케팅 효과를 얻으려는 설익은 서비스가 넘쳐났고, 몇몇 플랫폼의 실패가 확인되면서 거품이 꺼진 상황이다. 이제 덩치도 갖추고 대외 인지도를 쌓은 서비스는 네이버제트의 ‘제페토’ 정도가 거론된다.

최근 메타버스 스타트업 레드브릭(REDBRICK)의 양영모 대표를 만났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도 손 놓은 메타버스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만의 플랫폼 접근은 어떨지 궁금했다.

“메타버스가 다시 뜨는 큰 방향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신 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급격하게 마케팅 요소로 작용하다 보니까 여기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가치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준비가 안 됐죠. 그런 부분이 안 좋게 작용을 한 거 같고요. 지금처럼 버블이 꺼지고, 가라앉을 때가 외부 간섭을 덜 받으면서 천천히 내실을 다지고 서비스 빌드하기에 제일 좋은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양 대표는 ‘창작자(크리에이터)’와 ‘창작 생태계’를 중요하게 봤다. 현재 사명과 동일한 메타버스 창작 플랫폼 ‘레드브릭’과 맞물려 돌아갈 ‘레드브릭 메이커스’도 운영 중이다. 두 플랫폼의 가능성과 비전을 인정받아 작년 7월 17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레드브릭 비주얼 코딩 기술 이미지

레드브릭 메이커스는 교육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체 기술을 녹여낸 사용자 코드 분석과 비주얼 코딩 기술(OOBC)을 지원한다. 이용자가 코딩을 몰라도 마우스 클릭만으로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돕는다. 콘텐츠엔 광고를 삽입해 수익화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췄다. 현재 플랫폼 창작자는 21만명을 돌파했고, 창작 콘텐츠 수는 60만개를 넘겼다.

“일반 마케팅보다는 특정 이벤트를 통해 해외 크리에이터를 많이 섭외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와 협업을 해서 현지 학생들이 레드브릭 플랫폼에서 창작을 하고, 우승팀을 선발해 지스타에 참여하는 등의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IPX(옛 라인프렌즈)와도 협업 중이고요. IPX 모바일 앱에서 저희 메타버스가 사용이 되고 있고요.”

“우수 창작자 확보는 너무 어렵죠. 국내 크리에이터 성향은 좀 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창작 성향이라면, 해외는 좀 더 즐기는 특성이 있더라고요. 빠르게 만들고 또 친구들과 즐기고 이런 게 많이 보입니다. 성향 차이이고 정답은 없겠지만, 플랫폼 확산 측면에선 해외 성향이 맞는 거 같습니다. 서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레드브릭이 지향하는 방향입니다.”

창작자와 수수료 분배 정책은 아직 미정이다. 콘텐츠 로딩시간에 광고를 노출하거나 화면 빈 공간에 배너를 붙이는 등의 수익모델(BM)도 구현한 상태이나, 수익 분배가 일어날 정도의 유의미한 트래픽이 올라오진 않았다고 보고 있다.

레드브릭 메이커스 오프라인 센터 (사진=레드브릭)

현재 양 대표는 메타버스와 맞물려 돌아갈 창작 교육에 방점을 두고 있다. 당장 메타버스에 전력 투구보다는 기반을 다질 창작자 양성에 힘준다. 내실을 다지는 시기로 본 것이다.

“레드브릭이 원래 교육 사업부터 시작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게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 하자, 그래서 코딩부터 시작을 했고요. 가설 점검을 한 거죠. 최근 젊은 친구들은 3D월드 창작이라든지 프로그래밍에 거부감이 없고요. 이미 네이티브화 돼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지난 해 메타버스 방향으로 투자하고 유저를 확보하려고 노력했다면, 작년 후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자본시장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 이익을 내고 자생하는 것부터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동시에 기술력에서 엣지를 가져가려는 게 회사의 전략입니다. 현재 사스(서비스형소프트웨어) 기반의 교육 플랫폼도 개발하고요. 오프라인 센터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화를 추진해 내년 상반기에 BEP(손익분기점)를 맞추는 게 목표입니다.”

“서비스 본질을 다지는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교육 사업에 많이 투자하면서 수익화도 하고, 그 와중에 특허도 많이 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비주얼 코딩을 미국에 특허 등록했고요. ‘오픈 메타버스 창작 시스템’이라고 어느 서비스에서도 실행이 가능하도록 플랫폼 간 연결 기술 특허를 국내 등록했습니다. 현재 미국 특허를 신청 중입니다.”

양 대표는 내년에 한 번 더 메타버스 시장에 기회가 오리라 내다봤다. 애플의 ‘비전 프로’ 등장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다.

“애플 비전 프로는 비싸죠. (디바이스 대중화보다는) UX(사용자경험)와 UI(사용자환경) 등 동작 방식에서 애플이 리딩하는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하드웨어가 불편한 점도 타파가 돼야 하지만, UX가 불편한 부분이 있거든요. 레드브릭은 웹 기반이기 때문에 VR(가상현실)이나 XR(융합현실) 전환이 빠릅니다. 콘텐츠를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매커니즘이 구현이 돼 있습니다.”

“로블록스 등 타 메타버스와 뭐가 가장 다르냐고 물어본다면, 모든 기술이 웹 기반으로 구성돼 설치가 필요 없고 모든 디바이스에서 실행이 가능한 점이 있고요. 쉽게 창작할 수 있고 유저에게 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말레이시아 교육부, 과학기술부 협업은 글로벌 확장의 매우 중요한 한 스텝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서구권을 포함해 많은 해외 팀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수익화까지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할 예정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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