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206억원 투자 유치한 해빗팩토리, 다음 스텝은?

경제 불황으로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슈어테크 기업 해빗팩토리가 투자 유치 소식을 알렸다. 해빗팩토리는 보험 비교 추천 앱 ‘시그널플래너’를 서비스하고 있다. 올해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법인을 설립, 현지에서 주택담보대출 전문은행 허가를 취득했다. 

해빗팩토리는 28일 206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재까지 누적 투자 유치금액은 344억원이다. 이번 투자에는 신규 투자사인 뮤렉스파트너스, 신한벤처투자,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위벤처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과 기존 투자사인 KB인베스트먼트,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지금처럼 투자사들의 자금이 말라붙은 시점에서 어떻게 해빗팩토리는 대규모 투자금액을 유치할 수 있었을까. 회사 측에 따르면, 투자사들은 해빗팩토리의 성장성과 지표에 주목했다고 한다. 프로세스 자동화를 통해 상담사 한 명당 응대할 수 있는 고객 수가 늘었고, 이는 곧 외형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내년에는 상담사 수를 지금보다 네배 늘려, 올해보다 두배 이상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회사는 지금까지 집중해왔던 상담 프로세스 강화에 나선다. 고객 상담 프로세스를 자동화해 한 상담사 당 응대할 수 있는 고객 수를 늘린다. 또 이러한 분석, 추천 기술을 미국의 주담대 서비스에 녹여낼 계획이다.  

실탄을 완벽하게 장전한 해빗팩토리는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까. 투자 유치금 사용 계획과 국내외 사업의 전략 등을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에게 직접 물어봤다. 

어려운 시기 투자 유치를 축하한다. 투자사들이 투자 배경에 대해 뭐라고 설명을 했는지? 회사의 어떤 점을 보고 투자를 했다고 하는가?

혹한기다보니 실제로 매출을 잘 만들고 있는지 관심을 보였다. 과거에는 기업의 잠재력, 성장 가능성만 가지고 투자가 이뤄졌던 것과는 대비된다. 작년에는 매출액이 100억원 정도 발생했고 올해는 160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 작년 대비 약 60% 성장했다. 오롯이 저희 힘으로 성장을 했고 앞으로 기대가 있다 보니 건강하게 성장했다고 봐준 것 같다. (투자사들로부터)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잘 해왔던 것을 유지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다른 회사들은 광고 등을 통해 사용자 숫자가 늘어난 반면, 저희는 고객 숫자가 (드라마틱하게) 늘진 않았다. 신규 유입 고객 수를 월 3만명 정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들어온 고객들이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서 2021년 100억원을 투자받고 (고객들의 만족도를) 최적화 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덕분에 손익분기점(BEP) 수준을 맞췄고 매출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확장했을 때 고객 전환율을 유지할 수 있겠다고 판단을 내렸다. 

저희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험 상담을 진행하다보니, 내부 시스템과 상담 인력이 충분해야 마케팅을 해서 사용자를 늘릴 수 있다. 고객들에게 최선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분석이 잘 되어야 하고, 그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이 하게 되면 사람마다 상담의 퀄리티에 차이가 생기게 되고 이런 부분에 시스템 제약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어떤 고객에게 어떤 상품을 추천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자동화했다. 또 정규직 상담사를 고용한 만큼 고객에게 더 비싼 상품을 팔 동인이 없어, 거래가 늘고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중요한건 두 가지다. 마이데이터와 신용정보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들이 보험에 어떻게 가입하고 있는지, 가입한 상품이 부족한지 혹은 과한지 사람이 판단하기 전에 AI가 판단하고 제안한다. 이때 상담사에게 스크립트가 제공되는데, 고객에게 쉽게 안내할 수 있도록 템플릿화가 되어 있다. 결국 상담사의 생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투자금은 어떻게 쓸 계획인지?

타이트하게 쓰긴 할 것이다. 아무래도 상담사들이 상담하는데 캐파(CAPA)가 있으니 상담사 숫자를 늘릴 계획이다. 현재 상담사 수는 50명 정도로 내년 연말까지 200명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목표 매출액은 약 45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보험을 위주로 사업을 해왔다면, 현재 연금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고 소비, 대출 관리로 확장 준비하고 있다. 사실 연금 서비스는 보험보다 쉽지 않다. 보험은 사람들이 필요성을 많이 인지하는 반면, 연금은 관심도가 떨어진다. 당장 수익성을 담보하지 않더라도 사용자들이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 보험뿐만 아니라 소비와 관련해, 계획에 어떻게 도달하고 있는지 리포팅하고 소비습관을 바꿔주는 서비스를 지향한다. 

기업간기업(B2B)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전통 설계사들의 상담 프로세스가 디지털화가 되어 있지 않다. 이에 상담 프로세스를 서비스로서의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만들고 있다. 내년 1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대상은 보험대리점(GA)이 될 것이다. 

투자사들과의 협력 계획은 무엇인가?

투자사들 중에서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등과 자주 미팅을 가지고 있다. 기존 시스템을 AI 기반으로 바꾸거나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거나 저희가 어떻게 해왔는지 공유를 하고 있다. 실제 수요를 기반으로 어떤 상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기도 한다. 

특히 관심을 많이 보이는 것은 보장분석 시스템이다. 보험 분석과 관련해 최근 AI 상담사, 챗GPT 기반 상담사를 만들어서 내부 테스트 중이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 혁신적으로 서비스를 내볼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국내 인슈어테크 시장은 어떤 편인가?

인슈어테크를 포함해 핀테크 비즈니스가 성장해서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있는 것 같다. 핀테크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 혹한기가 지나면서 시장은 더욱 어려워졌다. 실제로 숫자를 보여주지 않으면 힘들다. 새롭게 투자를 받고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놓지 않으면 다음 스텝이 어려워져 어떻게든 수익성을 검증해야 하는 시기다. 

저희는 혹한기 전부터 지금까지 비슷한 방향성으로 가고 있다. 사용자 수보다 사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몇 명일 때 수익성이 있는 회사가 될 수 있을 지가 중요하다. 

투자금을 받고 나면 마케팅 비용이나 인건비로 쓴 것들이 자산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이를 연구개발을 통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표준화할 계획이다.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고?

아직 확정적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 현재 시그널플래너에서  보험사 상품을 중개하고 있는데, 특정 세대에게 맞는 상품을 만들어 중개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생각하고 있는 상품이 단기보험이 아닌 장기 보장성보험이다. 2030 여성 위주의 상품군을 만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결국 관건은 장기 보장성보험 상품을 디지털로 판매할 수 있느냐인데 지난 3년간 해왔던 것이 이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파트너가 있다면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 물론 이를 위해선 허가도 받아야 하고 시작하려면 2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아직 검토 중이다. 

미국 사업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최근 미국 사업 진행상황은 어떤지?

모기지 중개로 시작해서 약 400~500억원 가량의 누적 대출을 기록했고, 나아가 직접 렌더사의 역할을 하고 싶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텍사스주, 조지아주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전문은행을 허가 받았다. 내년 1~2월부터 직접 렌딩을 시작할 예정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택사스, 조지아가 미국 주택거래 시장에서 약 25%의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사업은 잘 될 것 같다. 한국에서 보험 비즈니스를 하면서 배웠던 레슨런드(Lesson Learned)가 많이 있다. 보험의 경우 계약을 하면 끝나는 구조고, 상품에 대한 설명이 어렵다. 반면, 모기지 상품은 상품 자체가 복잡하진 않다. 결국 모기지에선 고객들이 필요한 정보나 서류를 받게 하는 것이 핵심으로, 기간을 단축시키고 이자를 최소화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올해 회사의 실적을 전망한다면? 

작년에는 매출액이 약 100억원 정도였다면, 올해는 이보다 성장한 160억원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재무제표에는 매출채권(약 80억원) 때문에 130억원 정도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전년 대비 성장한 것은 생산성이 높아진 것이 크다. 내년에는 상담사 수를 늘리는 것을 고려해 매출액 4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경우 작년에는 –10억원 정도 기록 했었다면, 올해는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내년에는 흑자전환을 하는 것이 목표다. 

상장 계획이 있나?

2025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때 매출액 약 1000억원 가량을 만들어 2025년에서 2026년에는 상장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우선은 목표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을 충분히 달성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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