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자동화 공장에서 생물체를 다룬다고? ‘바이오파운드리’

경제 뉴스에 ‘파운드리’라는 단어가 많이 나옵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공장을 가지고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회사를 말하는데요. 다시 말해 반도체가 만들어지는 시설, 공장을 뜻하죠. 요즘엔 파운드리와는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바이오 산업에도 이 말이 쓰입니다. 생명을 이루는 각 요소를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 새로운 생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기반시설을 말합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다음 이야기를 읽어주세요.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
우리가 바이오파운드리(Biofoundry)를 이야기 하려면 먼저, ‘합성생물학’이란 걸 알아야 합니다. 여러 관련 문헌에선 합성생물학을 “생명과학에 공학적인 기술개념을 도입하여 DNA, 단백질, 인공 세포 등 생명시스템을 설계·제작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합니다.

(지금부터 참고문헌에서 인용한 문장에는 이 기사의 맨 마지막 [참고문헌]의 개별 목록과 같은 번호를 달아 놓을게요.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으신 분은 참고해주세요) 

지금까지 유전체와 관련한 기술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게놈 프로젝트’였는데요.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해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③번 문헌에서는 유전체 기술의 발전과 데이터 축적이 과거의 유전체 해독(Read/학습)에서 합성 (write/창작)으로 생명과학의 패러다임 전환이 유발됐다고 말합니다. 즉 과거, 생명체의 유전자 지도를 읽는데 집중했던 생물학이 이제는 합성생물학으로 발전해 현재 “설계·제작을 통하여 단순한 인공적 생명체 제작이 가능한 단계까지” 나아갔다고도 언급하고 있고요.

앞서 문장에서 ‘생명시스템을 설계·제작’한다고 했죠. 무슨 말인지 모호한데, 번 문헌에서는 이를 “개별적인 부품을 조립해 자동차를 제조하듯, 합성생물학은 생명과학에 공학적 개념을 도입했다”고 설명하네요. 자동차에 비유하니 조금은 이해가 쉽습니다. 여러 부품을 합성해 새로운 생물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다시 의아하죠. ‘아니, 생명시스템에 어떤 부품이 들어간다는 말이야?’ 하고요.

역시 번 문헌에서 힌트가 나옵니다. “표준화된 바이오 부품을 이용한다”고요. “생명정보와 유전자 등 생물 구성 요소를 이용하여 존재하는 생명체를 모방 혹은 변형하거나,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디지털기술”이라고 합성생물학을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런 합성생물학은, 2000년대 초반 세상에 나온 이후로 빠르게 보급되진 못했습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서죠. 혹시라도 계산이 틀리면 전혀 생각지 못한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고요.  따라서 “속도나 규모, 불확실성이라는 한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이런 합성생물학에 “ 로봇·인공지능(AI) 등의 첨단 기술을 적용”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한계를 풀어내려고 하는 기반 시설을 말합니다. “첨단기술을 적용해 바이오 분야의 설계(Design), 제작(Build), 시험(Test), 학습(Learn) 전 과정을 자동화, 고속화하는 기반 시설”을 뜻하는 것이죠. 아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바이오파운드리 개념도입니다. 디자인과 설계 등의 계산에 걸리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줄어들면서 디자인 -> 제작 -> 설계를, 최적화한 결과를 찾을 때까지 빠르게 반복할 수 있죠.

바이오파운드리 개념도,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왜 바이오파운드리에 관심을 갖나요?
낯설게 들리지만, 사실 우리 주변엔 이미 바이오파운드리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존재합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모두들 백신 맞았잖아요? 바이오파운드리를 이용한 최근의 성공사례 중 대표적인 것이 mRNA 계열의 ‘모더나’ 백신입니다. 이전대로라면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항할 백신을 만들어내는데는 수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살아 있는 생명체를 활용해서 백신을 만들어야 하므로 예측성과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바이오파운드리를 활용하면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모더나는 상용화까지 단 11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죠. 최근 모더나코리아 측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모더나는 바이러스 mRNA 디자인에는 1~2시간, 백신 제조 품질까지 42일이 걸렸다”고 합니다.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가 활용되는 영역은 의료나 제약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화학이나 농업, 식품, 환경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안으로 이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죠.

국내외에서 바이오파운드리에 대한 투자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컨대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일자리 창출 및 국가 안보 등을 위한 핵심 기술로 합성생물학을 명시했죠. 국내에서는 대기업 중에선 CJ제일제당이, 스타트업에서는 임파서블푸드 같은 곳에서 바이오파운드리를 합니다. CJ제일제당은 발효나 정제 기술을 갖고 있는 곳이잖아요? 최근 바이오파운드리 시설을 도입해서 균주개발과 생산공정을 자동화해 연구개발 과정을 효율화하고 바이오소재 개발 등 새로운 사업 분야 진출을 모색 중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합성생물학 이니셔티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부 연구진이 지난해 10월 제출한 ‘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및 활용기술개발사업’을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 최종 보고서(④)에 따르면, 각국에서는 합성생물학 육성 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의 합성생물학 육성을 위한 체계적 투자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8년 간 총 7434억원의 예산을 들여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를 구축, 운영하고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쓴다는 내용을 담았죠.

대규모 투자를 통해 무엇을 기대하느냐하면, 크게 세 가지입니다. △(과학적 기대효과) 합성생물학 및 바이오파운드리 핵심기술 선점을 통해 기술 주권 확보, 생명공학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및 기술 혁신 가속화 △(사회적 기대효과) 신종감염병 백신 생산 공급의 효율성 개선과 같은 포스트코로나 이슈, 탄소중립 사회 그린경제로의 전환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한 지속가능한 해결책 제시 가능 △(경제적 기대효과) 기존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스타트업 및 신산업 육성을 통해 기존 산업생태계의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관련 소재 부품 장비 기술을 국산화하여 해외의존도 완화 가능 등이죠.

정리하자면, 일단 기술 선진국들이 뛰어든 이 시장에서 우리나라도 리더십을 가져가야 하고, 또 신종감염병 등을 막기 위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하며, 향후 바이오를 통한 신사업 육성에서도 성장 동력이 되어줄 것을 기대한다는 이야깁니다.

또 최근에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합성생물학 육성으로 바이오제조 혁신역량 강화를 하겠다면서, 합성생물학 6대 분야 핵심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합성생물학 기술역량을 2020년 기준, 세계 최고(미국) 대비 75%에서 2030년까지 9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임무지향적 연구개발’을 본격 추진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 산·학·연 전문가들과 함께 합성생물학 6대 분야 17대 세부기술을 분류(위 사진 참고)하였으며,기술수준에 따라 기초·원천연구에서 응용·개발단계까지 전략적인 R&D를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세포개량 및 대사최적화 기술 등 우리의 강점 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고도화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공개했죠. 또, 합성생물학을 활용해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고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선도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요, 여기에는 ▴의료분야 혁신, ▴오염물질 분해·대체, ▴고부가 소재 생산 등 3개 분야에서 9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합니다.

풀어야 문제
우려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미국회계감사원(GAO)이 올 4월 발간한 합성생물학 관련 보고서에서는 이 새로운 기술이 풀어야 할 과제들이 정리되어 있기도 한데요.

우선 안전과 보안의 문제입니다. 만약 새로운 생물학적 무기나 화학 무기를 개발하는 것처럼 ‘악의적’인 목적으로 합성생물학이 사용된다면, 이는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죠. 게다가 합성생물학, 그리고 바이오파운드리에 사용하는 도구들은 해킹과 같은 사이버 위협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무기가 아니더라도 바이오 정보를 조작한다거나 마약이나 또는 다른 해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도 새 기술이 쓰일 수 있다는 건 생각하면 무서운 일이죠.

또, 일어나진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 때문에 우려되는 일도 있죠. 합성생물학으로 만들어지는 유기체가 나중에 다시 자연환경으로 방출될 경우 그것이 – 설령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검증된 바 없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유기체가 인간 생명 활동에 꼭 필요한 물이나 음식 시스템에 부정적인, 그것도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늘 존재하죠. 이런 우려들이 쌓이면 합성생물학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은 바이오파운드리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자료
①2023 바이오미래포럼 발표자료집
②합성생물학의 핵심 허브: 바이오파운드리(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 발간)
③합성생물학 기반 바이오파운드리 기술개발 현황 및 시사점 리포트(가톨릭대학교 생명공학과)
④바이오파운드리 구축 및 활용기술개발사업(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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