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네트워크 안정성 잡는 주니퍼네트웍스

한국을 흔들었던 정부24 마비 사태. 지금은 뉴스의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모습이지만 여진은 남아있다. L4스위치에서 라우터로 바뀐 원인 분석 결과에 대한 질타와 함께, 정확히 라우터가 어떻게 고장났는지 투명한 답이 나오지 않아서다. 라우터 제조사가 고장 원인을 찾지 못하는 데다 후속 조치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은 100%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접목했다면 어땠을까. 올해는 AI가 거의 만능 기술처럼 여겨질 정도로 열풍을 일으켰던 상황. 사람의 눈과 손보다 빠르다는 AI였다면 구세주가 됐을까. 업계에서도 다양한 시선이 나오는 가운데 또 다른 방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주니퍼네트웍스는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고객행사 ‘AI in Action’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와 연계한 기자간담회에서는 이번 정부24 마비 사태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라우터는 시스코(CISCO)의 제품이다. 주니퍼네트웍스는 시스코의 오랜 경쟁사다.

이날 주니퍼네트웍스는 AI 기술을 활용한 네트워크 구축의 장점을 소개했다. 주니퍼네트웍스는 수년 전부터 AI를 경쟁력으로 삼아왔다. 2019년 미스트(Mist)라는 AI 기반 무선 네트워크 회사를 인수하고 이를 활용해 AI 서비스를 강화했다.

네트워크 어시스턴트 ‘마비스(Marvis)’는 그 결과물이다. AI가 네트워크 트래픽이나 이상 상황을 분석해 알려주는 엔진 성격이다. 매초마다 장비의 상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클라우드에 올려 후속 조치를 실행해준다. 예를 들어 파워가 약해 채널이 끊어졌다면 자동으로 채널 변환을 수행하거나, 트래픽이 특정 채널에 몰렸을 경우 다른 채널로 분산하거나 해당 채널의 트래픽 수용량을 늘리는 식이다.

김현준 한국주니퍼네트웍스 이사는 “각종 이벤트를 수집해 최종적으로 어디를 가리키는지(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알고리즘을 통해 (후속조치)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한국주니퍼네트웍스는 이번 정부24 사태에 자사가 언급되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다. 장애야 1%의 실수만 있어도 일어날 수 있고, 주니퍼네트웍스가 경쟁사에 비해 완벽하다는 이미지로 비춰지는 걸 경계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수혜를 볼 후보군으로 꼽히는 게 주니퍼네트웍스다. 시스코코리아는 현재 정부24 사태와 관련한 질의에 “내부 규정에 따라 고객의 문제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아직도 사태와 관련한 구체적인 원인과 후속조치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주니퍼네트웍스가 반사이익을 얻을 거란 시선이 나온다.

키리티 콤펠라 주니퍼네트웍스 수석부사장은 자사의 AI 기술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고객행사에서는 이와 관련한 고객사들의 질의가 여럿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 간담회 질의응답에서도 이 같은 궁금증은 여전했다. 한국 시장 공략에 사태가 어떻게 작용할 것이며 주니퍼네트웍스였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우선 한국주니퍼네트웍스는 자사 솔루션을 소개하는 자리일 뿐 “(주니퍼네트웍스를 썼다고) 정부24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AI 기술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동하는 만큼 정부 시스템의 클라우드 적용이 더딘 상황에서는 실제 적용에 넘어야 할 산이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회사가 준비하는 새로운 솔루션 개발이 완료되면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에 적용할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주니퍼네트웍스는 네트워크 장비 운영체제(OS)를 업데이트하거나 라우터 업그레이드 등 장비 환경이 변화했을 때의 영향을 AI 분석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레이어 간의 연결을 확인할 수 있는 종속성 그래프를 통해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소한 더 빨리 장애를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키리티 콤펠라(Kireeti Kompella) 주니퍼네트웍스 엔지니어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수석부사장은 “구체적인 날짜는 말하기 힘들지만 2024년 말이나 2025년초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니퍼네트웍스는 AI에 진심인 기업이다. AI 열풍 이전인 2019년 인수로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마비스를 내놨고, 성과로도 확인됐다. 무선리소스관리(RRM)에서도 AI로 효율을 높였는데 미국 메사추세츠 대학의 경우 주니퍼네트웍스의 AI 기능을 활용해 기숙사 업무를 고도화했다.

예두 시다링아파(Yedu Siddalingappa) 아시아태평양 지역 AI 엔터프라이즈 테크놀로지 리드는 “메사추세츠 대학에서 네트워크에 대한 불만이 99% 감소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주니퍼네트웍스는 AI가 네트워크의 ‘안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채기병 한국주니퍼네트웍스 지사장은 “생산성과 효율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제는 안정성 관리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적극적으로 고객의 취약점을 먼저 파악하고 베테랑으로 구성된 조직을 통해 기술 지원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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