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쟁에서 네이버의 전진기지가 될 ‘각 세종’ 오픈

지난 해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가 중단됐을 때, 사실 네이버도 많이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 데이터센터에 네이버의 서버도 일부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 서비스들은 화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네이버 서비스는 춘천에 있는 자체 데이터센터인 ‘각’에서 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데이터센터는 보조적으로만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10년 전 국내 인터넷 회사 최초로 자체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처음에 네이버가 데이터센터를 직접 설립할 때만해도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네이버 서비스의 경쟁력은 검색품질이나 사용자 경험에 의한 것이지 IT인프라에 있는 건 아니었다. 수천억 원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지어 운영하는 것은 비본질적인 곳에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네이버의 자체 데이터센터 전략은 신의 한 수였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등으로부터 서비스를 지켜냈을 뿐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됐고, 엄청난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는 AI 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힘이 됐다.

그리고, 네이버는 지난 6일 충남 세종시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을 오픈했다. ‘각 세종’의 역할은 명확하다. 글로벌 기업과의 AI 전쟁에서 네이버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는 데이터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한 인프라의 준비도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처음 깨달은 회사”라며 “각 세종은 네이버뿐만 아니라 향후 대한민국의 모든 디지털 산업의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세종’의 관제센터 모습

각 세종, 네이버 AI·클라우드 사업의 전진기지

춘천에 있는 네이버의 데이터센터의 1차 목표는 네이버의 서비스를 잘 운영하는 것이었다. ‘각 춘천’ 입장에서는 네이버가 첫번째 고객인 셈이다.

반면 ‘각 세종’은 다른 기업이나 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용도가 1차 목표다. 특히 네이버가 최근 선보인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라우드X와 같은 기술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는 데에 ‘각 세종’이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가 ‘각 세종’에서 학습되고 있다”면서 “하이퍼클로바엑스에 맞춰 하이퍼 스케일의 데이터센터를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킬러 상품을 AI로 보고 있다. 단순히 남들과 비슷한 상품인 IaaS(인프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네이버만 갖고 있는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서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펼치면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각 세종 데이터센터가 이 전략의 기반이 된다.

김 대표는 “네이버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GPU를 제일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일 것”이라며 “단순히 GPU를 많이 보유한 것을 넘어 GPU를 클러스터 형태로 엮어 성능을 최적화시킨 슈퍼 컴퓨터 형태의 GPU 클러스터도 네이버가 경험이나 규모 면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이퍼클로바X가 출시되면서 네이버의 B2B 비즈니스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여기에 각 세종까지 오픈함으로써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비즈니스가 더욱 확장될 계기가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각 세종’에는 이미 미래가 도래했다

각 세종은 축구장 41개 크기인 29만4천㎡ 대지 위에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의 본관과 지하 3층, 지상 2층의 북관(서버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각 세종에서는 최대 60만 유닛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인 셈이다.

각 세종을 방문했을 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로봇과 자율주행 셔틀이다. 네이버랩스는 데이터센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로봇 ‘가로’와 ‘세로’를 개발했다. 세로는 랙에서 서버를 꺼내거나 넣는 역할을 하고, 가로는 자율주행기술로 서버를 옮기는 역할을 한다. 데이터센터 내에서 사람이 이동할 때는 자율주행 셔틀 ‘알트비(ALT-B)’를 타고 이동한다.

각 세종에서는 서버 자산관리를 자율주행 로봇이 맡아하고 있다. 세로(왼쪽)와 가로(오른쪽)

네이버는 자율주행과 로봇에 진심이다. 지난 해 성남시 정자동에 만든 제2사옥인 ‘1784’에서 이미 로봇과 인간이 함께 일하는 환경을 조성한 바 있다. 이 경험을 각 세종 데이터센터에도 이식한 것이다.

최수연 대표는 “각 세종은 더 많은 고사양의 서버를 관리해야 함은 물론, 현재 오픈한 크기에서 최대 6배 더 확장될 예정이기 때문에 로봇과 자율주행을 활용한 운영 효율화 역시 미래의 10년을 먼저 생각하고 대비했다”며 “1784가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한 오피스 공간이라면 각 세종은 미래 산업 현장의 새로운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어컨이 아니라 산들바람으로 서버 식힌다

서버가 집적된 데이터센터에는 엄청난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을 식히지 못하면 컴퓨터는 고장난다. 이 때문에 냉각 비용은 모든 데이터센터의 고민이다. 데이터센터를 ‘전기먹는 하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사용하는 전기의 절반 가까이가 냉각에 사용된다. 냉각 비용 절감이 모든 데이터센터의 중요한 미션인 이유다.

네이버는 자연에 부는 산들바람을 냉각에 이용하겠다는 접근을 해왔다. 외부의 공기를 건물 안으로 들여와서 정화한 다음에 냉각바람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에어컨 사용을 최소화하면 전기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네이버는 NAMU(Naver Air Membrane Unit)라는 이름의 냉각 공조시스템을 개발했다. 찬 물이 흐르는 벽에 산들바람을 통과시켜 시원하게 만든 후 컴퓨터에 쏘인다. ‘각 춘천’에 NAMU 1, 2 버전이 적용됐고, 이번 ‘각 세종’에 세번째 버전의 NAMU가 적용됐다.

‘각 세종’ 측에 따르면, 한여름의 한낮이 아니라면 에어컨을 켜지 않고 NAMU만으로 통해 충분히 서버실 냉각이 가능하다고 한다.

각 세종에 적용된 냉각 공조 시스템 NAMU3 내부 모습

아울러 서버실 컴퓨터가 배출하는 열기도 그냥 버리지 않고 온수, 바닥 난방, 내부 도로의 눈 녹임 등의 용도로 사용한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덕분에 ‘각 세종’은 국제 친환경 건물 인증 제도인 LEED에서 데이터센터로는 세계 최고 점수인 95점을 받아 LEED v4 플래티넘 획득에 도전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진, 정전, 화재 등과 같은 재난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서비스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비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원자력 발전소 수준의 내진 설계를 해 진도9.0, 규모 7.0 수준의 지진에도 안전하다는 평가다.

네이버클라우드 김유원 대표는 “최근 소버린AI, 소버린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국가와 산업의 고객들을 만나는데, 네이버의 AI 기술력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안정적인 운영 역량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면서 “’각 세종’은 다양한 산업으로 뻗어 나가는 AI·클라우드 비즈니스의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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