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 로앤컴퍼니, 변협 갈등 해소됐는데 왜 웃질 못하니

변협과 8년여 갈등 끝에 법률 플랫폼 인정받아
김본환 대표 “정말 어두운 터널 뚫고 나왔다”
여전히 조심스러워…묵직한 긴장감 속 간담회 진행
법무부 우려사항 적극 개선…변협 지적도 겸허히 수용
3~4년 내 유니콘 목표…일본 사례 보면 충분히 가능
국내 변호사 20% 회원 확보 시 눈덩이 효과 전망
”변호사-의뢰인 모두의 서비스로 성장”

4일 법률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의 강남사옥 기자간담회 현장엔 묵직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 9월 26일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징계위)가 로톡 이용 변호사 123명 전원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징계처분을 취소한 것과 관련해 회사 입장과 비전을 밝히는 자리다.

<관련기사: 리걸테크 큰 산 넘었지만…변협 ‘예의주시’ 동상이몽>

이날 로앤컴퍼니 경영진에게선 변협과 8년여 갈등을 종식하고, 민간 법률 플랫폼 존재를 인정받은 기쁨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발표와 질의 응답을 이어갔다. 경영진은 “법무부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주요 사항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개선하겠다”며 거듭 강조했다.

로앤컴퍼니가 변협과의 갈등에서 사실상 승리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사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쳤고, 강남사옥도 매물로 내놨다.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선 입장이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변협 갈등과 관련해 “정말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온 것 같다”고 표현하며, 향후 3~4년 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이 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옆 나라 일본의 벤고시(변호사)닷컴 사례를 들어 로앤컴퍼니도 충분히 유니콘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10월 4일 강남 로앤컴퍼니 사옥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로앤컴퍼니 경영진(좌측부터 엄보운 이사, 김본환 대표, 정재성 부대표, 안기순 이사)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법무부 권고사항 조속히 개선

로앤컴퍼니 간담회에선 엄보운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이사)가 상당 시간을 할애해 법무부 권고사항 개선을 설명했다. 정부가 민간 플랫폼에 깊숙이 개입하는 모양새이나, 회사 측은 공공성이 강한 영역이므로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주요 개선사항은 다음과 같다.

▲’광고비 구간이 넓다’는 지적에 대해 법무부와 협의해 현재 2750만원보다 대폭 축소 ▲’액티브 로이어스’, ‘플러스 로이어스’ 광고 명칭에 긍정 요소가 들어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명칭 변경 개선 ▲광고하는 변호사들이 비(非)광고 변호사 대비 너무 많이 노출된다는 지적에 대해 법무부와 협의해 광고 영역 축소 ▲로톡 가입시 050 번호 기본 설정 해제 ▲앱 경험 일관성 위해 외부로 나가는 링크 제한했으나, 법무부 허용 권고 받아들여 조속히 개선 ▲’법률고민 처음부터 로톡하자’ 문구 등이 변호사가 로톡과 이해관계가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으니, 법무부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문구 수정 ▲법률 소외계층 등 대상으로 상담 쿠폰 발행했으나, 정확한 법무부 의사 확인해서 발행 자제하되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적극 확대 등이다.

김 대표는 “법무부도 법률 플랫폼이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며,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실질적 보장에 기여하고 있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고 짚은 뒤, 법무부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일부 운영방식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법무부의 권고 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법률 플랫폼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털은 그대로 두고? “공정한 경쟁이어야”

로앤컴퍼니는 네이버 등 포털 업체를 여러 번 언급했다. 포털 사이트가 로톡의 직접적인 경쟁사라는 것이다. 특히 네이버 법률 키워드 광고액 상한선은 제한이 없는 반면, 로톡은 2750만원 상한선을 두고도 더 줄여야 하는 개선 조치와 관련해 비판 입장을 취했다. 현재 로톡 광고비 구간은 최대 2750만원으로 설정돼 있으나, 회사가 밝힌 실질 광고 최다액은 700만원 수준이다.

엄 이사는 현재 상황이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고 봤다. 포털에선 파워링크, 프리미엄 링크 등 광고 명칭을 활용하나, 로톡은 액티브와 플러스 로이어스(변호사) 명칭으로도 지적이 나온 까닭이다.

“참고로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사이트의 법률 키워드 광고 총액 상한선은 현재 무제한으로 저희와 같이 2750만원으로 제한돼 있는 건 제가 알기론 저희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너무 많다라고 보셨으니 저희가 이 적정 구간에 대해서는 감소시키려고 합니다. (광고하는 변호사 명칭 관련해) 활동적이거나 플러스라고 하는 긍정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명칭의 부분에 대해서 권고 의견을 주셨고, 저희가 이것을 수용해서 이 명칭을 바꾸고자 합니다. 참고로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의 광고 명칭은 잘 아시는 것처럼 파워링크, 프리미엄 링크, 스페셜 링크입니다. (중략) 법무부가 분명히 공정하게 게임의 룰을 세팅해 주실 것이라 믿고 있고, 가이드라인을 개정해서 업게 관련 룰을 정해주시겠다고 한 것을 신뢰합니다.”

“저희 경쟁 대상은 포털 사이트들입니다. 왜냐하면 변호사가 온라인상에 자신을 마케팅 수단으로 알리려고 할 때, 로톡의 대체 수단을 네이버나 다음, 구글로 보기 때문입니다. (변협 등이 우려하는 플랫폼 독과점에 대해) 그렇다면 로톡이 현재 광고비를 얻고 있는 볼륨과 네이버가 파워링크 하나로 버는 돈을 비교해 보자면 저희가 독과점이 되기에는 너무너무 먼 길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설령 유니콘이 된다 하더라도 네이버의 경쟁 제한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현재 법률 시장의 독과점 상태 등 주요 포털 사이트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주요한 경쟁자로 떠오르는 것이 전체 소비자 후생이나 전체의 경쟁률을 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근 시일내 유니콘까지 가는 여정에 그런 독과점 문제는 다른 플랫폼들에 비해 조금 덜 미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엄보운 이사)

변협 문제제기 되풀이된다면?

로앤컴퍼니는 법률 플랫폼으로 인정받는 만큼, 본격적인 리걸테크 서비스를 확대를 앞뒀다. 다만 변협의 또 다른 문제 제기가 여전한 불안 요소다. 김본환 대표는 그런 문제 제기에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보였다.

“변협 입장에서 충분히 문제 제기하실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진심으로 그렇게 지적해주신 내용들을 겸허히 수용할 생각입니다. 법무부에서도 우려되는 지점, 저희가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들도 모두 적시해 주셨습니다. 이 법률 서비스라고 하는 게 워낙 공공성이 강한 영역이다 보니까 다른 영역에 비해서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라는 충고의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법무부나 대한변호사협회, 로앤컴퍼니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이런 것들은 좀 고쳐야 되지 않겠나 저쪽 방향으로 가는 게 어떻겠느냐 라고 제안해 주시는 거는 정말 마음을 열고 경청할 생각이고요. 어떤 자리든 말씀 주시는 곳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변협 회관에 가서 저희가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적용하고자 합니다. 질문에 답이 됐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저희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찾아가겠다고 말씀드립니다.”(엄보운 이사)

일본 벤고시닷컴 홈페이지 구글번역 갈무리

일본 벤고시닷컴 기업가치 3.8조원…로톡도 된다

“벤고시닷컴과 로톡의 출시 1~8년차 주 KPI(핵심성과지표)들을 비교해보면 주요 지표에서 저희가 앞서고 있습니다. 벤고시닷컴은 3.7조까지 기업가치가 올라갔고요. 잘 아시다시피 일본의 1등 플랫폼과 저희 한국의 1등 기업 가치는 대략 3분의 1에서 2분의 1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저희도 당연히 유니콘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열심히 했었는데 이런 상황들이 발목을 잡아서 아쉬웠습니다. 이제 대부분 문제들이 풀렸기 때문에, 이제 기사회생해서 회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요. 일단 광고 플랫폼으로서는 법무부에서 최종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셨기 때문에 이제 반등해서 성공을 이루고, 그것과 함께 빅케이스(판례데이터 정보검색 서비스) 서비스의 고도화 그리고 미국 코카운슬(AI 도입한 미국의 법률 서비스)과 비슷한, 더 기술적으로 발전된 서비스를 만들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법 체계가 유사한 글로벌로 진출할 계획이 있습니다.”(김본환 대표)

“유니콘이 되기 위해 몇 명의 변호사가 필요하냐라고 하기보다는 벤고시닷컴 사례를 봤을 때 티핑 포인트는 우리나라 전체 변호사의 20%입니다. 20%가 회원이 되면 자발적으로 변호사가 알아서 스노우볼처럼 계속 증가할 것이라 생각하고요. 그렇게 되면 계속 변호사 수가 증가해 그 결과로 최종적으로 유니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김본환 대표)

“전 세계에 7000개가 넘는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법률 서비스 시장에서 IT(정보기술) 기업이 할 수 있는 로드맵의 옵션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이미 10개 이상의 유니콘이 탄생했고, 이웃나라 일본에선 벤고시닷컴이 이미 유니콘이 됐습니다. 그런데 일본 시장의 경우 한국보다 인구 대비 변호사 수도 적고 법률 서비스 규모도 한국보다 작습니다. 하지만 이미 리걸테크 유니콘이 탄생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규제가 풀리게 되면 해외의 다양한 리걸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로드맵 중에서 빠르게 도입해서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은 저희가 선두 기업으로서 잘 적용해서 로톡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의뢰인과 변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정재성 부대표)

변호사 생산성 높일 서비스 낸다

앞서 로앤컴퍼니는 100여명 직원을 최대 50%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변협과 갈등으로 사업 확장에 발목이 잡히면서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서비스 개발 등을 이끌 프로덕트 사업 부문만은 한자릿수 인재 채용에 나선다.

현재 로앤컴퍼니는 법률 분야에 특화한 언어(BERT) 모델을 자체 개발해 확보하고 있다. 오픈소스를 활용했다. 자체 모델과 빅테크들이 낸 대규모언어모델(LLM) 활용도 동시 추진한다. 의뢰인 질문을 요약하고 카테고리를 자동 분류하는 기능은 구현했다. 앞으로 GPT를 활용한 고도화된 기능도 선보일 예정이다.

“저희가 자체 구축한 LLM을 이용해서 법률 LLM을 구축하기 위한 여러 시도와 실험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의 업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그런 솔루션, 특히 서면 업무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중에 있고, 빠르면 내년 초에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코카운슬(CoCounsel)과 유사한 변호사 업무를 지원하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고 우선 말씀드리고요.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도 당연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선순위의 문제이고요. 희망퇴직으로 인해 리소스가 제한된 상황으로 개발에 상당히 제약이 있습니다. 빅케이스 업그레이드 버전 출시 계획이 있습니다. 이번 업그레이드는 AI를 본격적으로 적용했다 보다는 주로 저작권이 있는 정보들인 논문과 주석 등을 추가해서 단순 판례 검색 서비스에서 나아가서 종합 법률정보 서비스로 확대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출시할 계획이고요. 일반인 대상 AI 서비스는 우선 순위에 따라 내년 정도에는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정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안기순 법률AI연구소장)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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