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테크 큰 산 넘었지만…변협 ‘예의주시’ 동상이몽

법무부 징계위, 로톡 이용 변호사 123명 변협 징계 취소 결정
로톡 운영사 “공정과 상식에 부합, 스타트업에 도움되는 역사적 순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리걸테크 IT기술과 결합해 새 시대로 도약”
800여명 변호사 모임서도 ‘당연한 판단’ 환영 입장
100% 로톡 손 든 거 아냐…’절충안’ 내놨다 의견도
형량예측 서비스 중단 사례…광고규정 위반 판단
AI 기술 도입 등으로 서비스 확장 시 변협 계속된 반발 예상
변협 ‘나의 변호사’ 자체 플랫폼 정부가 지원해달라…이율배반 지적도

법무부가 지난 26일 변호사징계위원회(징계위)를 개최해 로톡 가입 변호사 123명 전원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징계 결정을 취소했다. 법무부 징계위는 로톡이 변호사와 소비자가 ‘연결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뿐,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징계 대상 변호사의 혐의도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판단 근거로는 ▲광고비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로톡 가입 변호사 전원을 노출하는 점 ▲광고비를 지급해 검색 화면에 우선 노출되는 경우에도 그 노출 순서가 무작위(랜덤)로 이뤄지는 점 ▲소비자가 로톡에서 노출되는 변호사 정보를 직접 확인한 후 선택할 수 있는 점 ▲변호사와 소비자의 상담 과정에서 로톡이 수수료를 취하지 아니하는 점 ▲변호사 목록 상단에 ‘광고’ 표시가 된 점 등을 들었다.

로톡 홈페이지 자료 화면

로톡을 운영 중인 로앤컴퍼니는 법무부 징계위 판단에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결정”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 징계위의 전향적인 결정으로 대한민국 리걸테크는 비로소 제대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됐습니다. 부당한 규제에 맞서 혁신의 길을 걷는 스타트업에도 큰 울림이 될 역사적 순간입니다. 변호사가 플랫폼을 활용해 스스로를 알려 법률소비자를 만나고, 법률소비자는 플랫폼을 통해 편하게 변호사를 선택하고 상담을 예약하는, 지극히 당연해야만 했던 일이, 이제 드디어 자유로워진 것입니다.”(로앤컴퍼니 입장문 갈무리)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도 환영 입장문을 냈다. 로톡 이용 변호사들이 징계의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의뢰인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뜻 깊은 결정으로 봤다.

“법무부의 결정으로 법률서비스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우리 리걸테크 스타트업 앞에 마침내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아울러 기존 산업 및 기득권 세력과 갈등을 겪고 있는 많은 스타트업에게도 지금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후되었던 법률시장은 이제 IT 첨단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시대로 도약해 나갈 것입니다.”(코스포 입장문 갈무리)

‘광고 규정 개악과 부당한 회원 징계에 반대하는 변호사 모임’에서도 입장을 냈다. 징계위의 당연한 판단을 환영한다는 것이 골자다.

“우리 ‘변호사 모임’은 변협의 2021년 광고규정 개악을 저지하고, 부당한 회원 징계에 반대하기 위한 뜻을 모아 800여 명의 회원을 모집하고, 경찰, 검찰, 헌법재판소,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및 정부, 국회 등에 적극적으로 회원들의 의견을 표명하였습니다. 2022년 5월 26일 헌법재판소의 당연한 위헌 결정으로 우리 변호사 모임의 첫 번째 설립 목적인 변협의 광고규정 개악이 저지되었고, 2023년 9월 26일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의 당연한 징계 전부 취소 결정으로 두 번째 설립 목적인 부당한 회원 징계도 저지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변호사 모임’은 설립의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여 오늘부로 해산합니다. 그러나 만일 앞으로 다시 회원을 보호해야 할 변호사협회가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망각하고, 기본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저급한 아전인수 내로남불 논리를 내세워, 협회의 주인인 회원들을 향해 권한을 남용한다면, 주저 없이 숭고한 저항의 깃발 아래 다시 뭉쳐 싸울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변협은 법무부 징계위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법조를 자본에 종속시키려는 사업체들에 의해 법률시장이 장악될 경우, 법률시장의 공공성과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하여 대한변협과 회원 변호사들이 그간 해온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며, 이들의 무분별한 영업에 경종을 울린다.​ (중략) 대한변협은 앞으로도 법률플랫폼을 포함하여 전체 법률시장의 공정한 수임질서 확립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임을 천명한다.”(변협 입장문 갈무리)

변협 징계 대상에 올랐던 변호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절충안’이라고 봤다. 징계위가 100% 로톡의 손을 든 게 아니라는 것이다.

법무부 징계위는 로톡이 도중에 서비스를 중단한 형량예측에 대해 변협 광고규정에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승소율이나 석방률 등이 소비자를 오도하게 만들거나 업무수행결과에 대해 부당한 기대를 가지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형량예측 서비스를 이용한 변호사 3명은 불문경고를 결정했다.

“법무부 징계위 발표 내용을 보면, 법률 플랫폼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변협 징계가 모두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는 절충안을 냈다. 징계위는 문제될 소지가 있긴 하나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결정(로톡 무혐의)을 감안하고 또 변호사들이 (변협 광고규정 위반을 인지하는 등) 고의가 있던 게 아니라는 점을 봤다. 형량예측은 없다가 중간에 도입된 서비스로 이 부분은 잘못이라고 봤다.”

“변협 징계로 영업활동에 제한은 없었다. 그러나 변협에서 위반이니 징계한다 로톡을 탈퇴하라는 메일을 계속 보내서 심리적인 압박은 있었다. 로펌 중 작은 규모이거나 처음 시작하는 개인사무소에선 로톡으로 고객과 연결될 수 있으니 좋은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앞에서 로앤컴퍼니 김본환 대표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위헌 결정에 대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자료 사진.

법무부 징계위 결정으로 리걸테크(법률기술) 업계가 큰 난관은 넘었으나, 문제는 변협이 민간 법률 플랫폼과 계속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국내 리걸테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거나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플랫폼 기능 고도화와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로톡 서비스는 변호사와 고객 간 단순 연결 정도에 그친다. 형량예측 서비스는 중지했다. 향후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등 서비스 고도화나 광고 기반의 수익모델에 변화를 줄 때, 변협의 꼬투리 잡기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률 플랫폼에 AI 기술 도입과 관련해) 현재 로톡의 시스템 구조로는 엄청나게 수익을 올리고 하기가 어려울 수 있을 거 같다. 로톡 입장에서도 돈을 벌려면 변호사나 고객에게 도움이 될만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추가해야 하는데, 변협에서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트집을 잡고 하리라 본다.”

변협은 징계위 결정에 대한 입장문에서 자체 운영 중인 ‘나의 변호사’ 플랫폼과 관련해 “정부기관 및 국회에 대하여 공공 플랫폼 ‘나의 변호사’에 대한 지원책 마련 및 제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며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 나의 변호사는 사실상 로톡과 같은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변협 징계에 올랐던 변호사는 난감한 입장을 취했다.

“협회가 나의 변호사 홍보를 엄청나게 한다. 협회 이름으로 홍보하는데, (정부나 국회에) 지원해달라 하면 민간 업체들을 죽이는 역할해달라 이건데, 개인적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자기들(변협)이 만들면 적법하니까 열심히 써라 또 대놓고 홍보도 하고 아무래도 모양새가 이상하긴 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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