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료로 보는 OTT들의 생존 전략

잘 나가는 글로벌 OTT는 요금을 올리고, 뒤를 쫒고 싶어하는 국내 OTT는 장기 가입자를 늘리려 할인 정책을 편다. 수익성 개선이 최우선인 왓챠는 ‘개별 판매’에 힘을 준다. 요약하자면 그렇다.

가격 올리고 계정 공유 막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넷플릭스. 최근 3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가격 인상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 분기 구독자가 2억4715만명을 기록했는데, 전분기 대비 876만명이나 늘어난 숫자다. 코로나로 OTT 유입이 컸던 2020년 2분기 이후로 가장 큰 폭의 증가치였는데, 시장 기대치마저 크게 웃돈 성적이다. 기본적으로는 가족 외 계정 공유를 막은 것이 이용자 수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적 역시 매출과 순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8%, 20%씩 증가한 약 85억4200만달러(약 11조6000억원)와 16억77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이 늘어난 데는 광고 요금제의 확산이 영향을 미쳤다. 넷플릭스는 지난 분기, ‘광고 요금제’가 실적 개선의 최대 공헌자라 꼽았는데, “광고 요금제 멤버십이 전 분기 대비 70% 가까이 성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분위기 좋은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2년 만에 또 한번 가격인상을 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우선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대상이다. 넷플릭스의 발표 내용 중 미국의 변화만 보면, 기본 요금제의 가격이 9.99 달러에서 11.99달러로 2달러 오른다. 프리미엄의 경우 월 19.99달러에서 22.99달러로 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도 있는데, 광고 요금제다. 가격이 월 6.99달러로 그대로 유지된다.

요금을 올리되 광고 요금제만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한 이가 많아지는 것은 넷플릭스 수익에 직결된다(물론, 최근 영화 및 텔레비전 제작자 연합과 넷플릭스가 임금 인상에 동의한 것도 영향을 줬다). 그렇지 않고 값싼 광고 요금제를 선택하면? 넷플릭스 입장에선 오히려 더 고마운 일이다. 큰 돈을 지불하는 광고주를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어서다.

광고 요금제는 이용자가 광고를 보는 대신 더 싼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대형 광고주를 유치함으로써 수익을 늘릴 수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이용자가 광고를 본다는 것이 담보되어야 큰 돈을 쓸 터이므로, 넷플릭스는 값싼 광고 요금제를 이용하는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좋다.

궁금한 것은 한국 요금도 오를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번 인상안 적용 국가에서 한국은 빠졌지만, 계속 국내 요금제가 현행을 유지할 것이란 담보는 없다. 글로벌 OTT들은 한국의 사정만 별도로 봐주진 않기 때문이다.

최근 ‘무빙’의 인기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크게 오른 디즈니플러스(디즈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글로벌로 가격 인상과 가족 외 계정 공유 금지를 공지했는데, 한국 역시 정책 변화에 포함한다고 공개했다.

우선 요금제. 내달 1일부터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새 멤버십 유형과 구독료 정책을 적용한다. 현행 9900원이던 프리미엄 요금제의 가격이 1만3900원으로 책정됐다. 무려 4000원이나 올랐다. 동시 스트리밍을 2명으로 제한하고 화질이 풀HD까지만 지원되는 스탠다드 요금제의 가격은 9900원이다.

이렇게 가격이 오르는 것은 디즈니+가 곧 국내에서도 광고 요금제를 선보일 준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글로벌로도 가격을 올리면서 광고 요금제 선택을 장려하는 수순을 밟아왔다. 특히 한국에서는 디즈니+가 최근에야 인지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토종 OTT가 디즈니+보다 존재감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큰 폭의 가격 인상을 하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다. 신규 구독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광고 요금제가 머지 않아 국내 시장에 상륙한다는 신호탄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동시에 지난달 말, 국내에서도 가족 외 계정 공유를 금지한다는 약관 변경 이메일도 기존 가입자들에게 발송했다. 새 약관에는 계정을 공유하는 가입자를 단속할 수도 있다는 조항도 포함시켜 놓았다.  앞서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컴퍼니 최고경영자(CEO)가 “유료 구독자들이 친구 및 가족과 계정을 공유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발표한 후속 조치다.

한편, 무빙을 두고 디즈니+ 내부에서도 “그간 선보인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김소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대표는 지난 달 진행한 디즈니+ 오픈하우스 행사에서 “<무빙>은 한국에서 디즈니+ 로컬 콘텐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앞으로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더 많은 기회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이다, 바짝 할인하는 웨이브와 티빙

국내 업체들의 경우엔 광고 요금제 도입, 그리고 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글로벌 OTT가 계정 공유를 막고 요금을 올리는 동안 자신들은 연간 이용료를 낮춰 오히려 장기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모습이다.

티빙은 아예 특정 콘텐츠를 새로 공개한 기간 동안 연간이용권을 최대 31% 할인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웨이브는 첫 달 100원 무료를 이어가고 있고 연간 이용권을 16% 할인해 판다. 계정 공유를 하면 안 그래도 싼 장기 이용료가 더 싸다는 마케팅도 이뤄진다. 글로벌 OTT들은 모두 가격을 올리는데 왜 국내 OTT는 반대의 행보를 보일까?

뒤쫒는 자의 슬픔이다. 국내 OTT라고 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적자이며 수익성 개선의 압박도 있다. 그러나 OTT 사업을 접을 것이 아니라면 우선은 구독자 확보가 먼저다. 압도적 일등 사업자가 계정 공유를 막고 가격을 올리는 움직임을 보이면 이와 반대의 정책을 펴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물론 이들 역시 가격 인상이나 광고 요금제 도입을 생각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특히 잠깐 들어와 한달 보고 구독을 끊는 단기 이용보다는, 장기 이용자 유치로 방향을 잡고 있다. 매달 콘텐츠 라인업에 따라 가입자 수에 증감이 생기는데, 연간 이용권을 끊는 장기 이용자가 많아지면 그런 낙폭을 줄일 수 있어서다.

웨이브 관계자는 “예전에는 OTT 체험 확대를 위해 한달 무료 프로모션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경험자가 많아졌다”면서 “이제는 소비자한테 할인 혜택을주면서 ‘어디가지 마시고 계속 여기서 콘텐츠를 즐기라’는 메시지로 장기 가입자에 할인 혜택을 주면서 묶어두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왓챠

왓챠는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다. 앞서 인수협상을 벌이던 대상인 LG유플러스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상태인데, 인수를 빌미로 요구한 자료를 LG유플러스의 자체 OTT를 구축하는데 활용했을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왓챠 측 관계자는 “투자를 유치할 당시 LG유플러스 측은 본인들이 직접 OTT 사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으나 결과적으론 자사 OTT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개인화 기술이나 추천 기술 등을 계속 도입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왓챠 측은 그간 개인화 된 추천 기술을 회사의 경쟁력으로 강조해왔다.

LG유플러스의 투자인수 철회 이후 왓챠는 수익성 개선을 통한 흑자전환을 노리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투자 유치 자체를 접은 것은 아니지만, 우선적인 체질 개선이 선행되어야 자신들의 선택지 역시 넓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익성 개선은 기존 투자자들이 요구해온 방향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왓챠가 최근 집중하는 것 중 하나는 콘텐츠의 개별 판매다. 월 구독료를 내면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콘텐츠 외에, 개별적으로 돈을 내고 봐야 하는 콘텐츠의 판매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OTT 시장이 계속 성장해오면서 시장이 커지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현실적으로 판단했다. 구독 모델로만은 성장에 한계가 있으니 대다수 OTT에서 지원하지 않는 콘텐츠를 왓챠에서 개별 판매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이야기다.

물론, 콘텐츠 개별 판매는 IPTV 등에서 많이 쓰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왓챠 측은 “IPTV에서는 최근 극장에서 내려온 영화 위주로 판매하고 있지만, 왓챠 가입자들은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또,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을 통해서 왓챠 구독권이나 영화의 개별판매 상품권을 판매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한편 광고 요금제와 관련해서 왓챠 측은 “검토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도입할 구체적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며, 걔별 구매 콘텐츠를 좀 더 확대하고 카카오 선물하기 등을 통해 새로운 판매처를 넓히는 방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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