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포인트 데모데이에 가봤다

앞으로 일어날 혁신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경쟁하면서 상호보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 말을 딥테크 전문 액셀러레이터(AC)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아톰과 비트의 경쟁’이라고 표현했다.

블루포인트가 최근 ‘아톰 vs 비트(Atom vs Bit)’를 주제로 데모데이를 열었다. 취지는 “AI와 로봇 등으로 폭넓게 설명되는 딥테크 가운데서도 어떤 시도가 일상과 산업의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물리적 혁신을 물질의 기본 입자인 원자 ‘아톰’, 디지털 혁신은 정보 처리의 최소 단위인 ‘비트’로 표현하고 대결 구도를 더해 보는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보겠단 의도를 담았다.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컴퓨터라는 물리 혁신 위에서 인터넷이 꽃피우고, 다시 컴퓨터를 손바닥 위로 옮긴 스마트폰 이후 디지털 앱 생태계가 활성화했다”며 “앞으로 일어날 혁신은 ‘아톰’과 ‘비트’가 경쟁하면서도 상호보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이런 혁신에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루포인트는 지난 2014년 설립 이후 지난달까지 총 310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번 데모데이에는 블루포인트가 3년 이내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참여했다. △우주(우나스텔라, 아이디씨티)를 비롯해 △양자(큐토프, 큐노바) △기후(포엘, 그리너리) △웰니스(트윈위즈, 써밋츠) △AI(유니컨, 소리를보는통로) △전기차(솔리텍, 스칼라데이터)로 나눠 각자의 사업을 발표했는데, 이중 우주와 양자를 다룬 스타트업 네 곳을 소개한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 섬유센터에서 열린 블루포인트 데모데이 현장.

우주 (space)

우나스텔라_ 사람과 물자를 우주로 보내는 핵심 플랫폼? 로켓이다. 그 로켓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품은 역시 엔진. 지금까지 로켓은 대부분 가스터빈과 펌프를 결합한 ‘터보펌프’ 엔진을 써왔다. 그러나 터포펌프는 개발 난이도가 높고 비용이 많이 들었으며 만드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 단점을 해결코자 나온 것은 ‘가압식’ 엔진. 하지만 가장 핵심인 무게를 해결치 못해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우나스텔라는 ‘전기펌프’를 만들어 로켓을 우주로 보낸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마치 전기차와 같이 배터리와 전기 모터로 우주로 가는 전기 모터 펌프를 들고 나온 것이다. 가능할까 묻는다면, 뉴질랜드의 로켓랩과 미국의 아스트라가 먼저 이 기술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사람’을 태운 유인선에 전기모터를 탑재하진 못했다. 우나스텔라는 장기적으로 최대 6명이 탈 수 있는 유인서에 탑재할 전기 모터 펌프를 개발하겠다는 비전을 가졌다.

지난해 2월 설립한 우나스텔라는 넉달 만에 전기 모터 펌프를 탑재한 엔진의 설계와 제작을 마치고, 그로부터 또 다시 넉달 만에 엔진을 시험할 수 있는 장비의 설계와 제작을 완료했다고 설명한다. 박재홍 우나스텔라 대표는 “우리의 최대 강점은 속도”라면서 “수많은 고통과 고민 끝에 설립일로부터 333일, 최초 투자 납입일로부터 297일만에 첫 연소시험을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위 사진은 외부로 부터 받은 기술 이전과 자체 기술을 망라해 우나스텔라가 만들어 낸 첫 발사체 ‘우나익스프레스 1호’다. 우나스텔라는 이 발사체를 오는 2024년에 우주로 보내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가장 먼저 위성을 쏘아올리는 발사체를 만들어 매출을 확보하고, 이 재원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태워 더 먼 우주로 보냈다가 귀한시키겠다는, ‘우주 관광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꿈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이디씨티_ “KTX는 어떻게 정확한 시간에 플랫폼에 딱 들어올 수 있을까?” “현재 차량이 어디에 있는건지 그 위치를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모두 인공위성으로부터 가져오는 정밀시간이 알려주는 정보 덕이다. 인공위성에 탑재된 고정밀 원자 시계가 약속된 시간에 그 정보를 지표면으로 보내주는 것.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의 궤도를 알고 있으므로, 지구 표면에서 인공위성으로부터 받는 신호를 통해 정확한 시간과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성으로부터 정보를 받는 GPS는 위성의 음영지역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교통정보나 실내 위치기반 서비스에 제약이 있다. 아이디씨티는 기존의 GPS 인공위성에 비해서 1000분의 1 가격인 100만원대에 이 문제를 해결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들어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말한다. 이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인공위성 플랫폼의 이름은 ‘uGPS’. 소프트웨어 정의 라디오(SDR, 무선 신호 발생을 소프트웨어로 조절) 기술과 정밀 시각동기화(동기화된 신호를 40ns 이하의 오차로 제어) 기술을 활용해 개발했다.

아이디씨티는 이 플랫폼을 지하 터널과 같은 GPS 음영지역에 부착, 디지털 트윈이나 자율주행과 같은 미래 기술에 필요한 실내측위 문제를 풀겠다고 말한다. 남산 1호터널에서 50km/h 속도로 주행하는 차량의 GPS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고, 잠실 환승센터에서도 기존에는 600초가 걸리던 버스 도착시간 정보 오차가 14초로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고 이 회사 류지훈 대표가 강조했다. 그는 “이런 테트스를 기준으로 부산 사상에서 해운대를 연결하는 대심도 고속도로에 75억원 규모 제품을 공급하는데 성공했다”면서 “현재 누구나 배송받아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양자 (quantum)

큐토프_ 동위원소(화학적으로는 동일하나, 질량은 미세하게 다른 원소를 말함)는 일반인에게는 대체로 낯선 개념이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쓰이는데, 바이오 분야에서는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소재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는 제조 공정의 생산 수율을 높이는데 쓰인다. 양자 컴퓨터의 핵심 부품이기도 하다.

지금은 이 동위원소를 주로 증류법을 이용해 생산하는데, 동위원소마다 미세하게 끓는 점의 차이를 이용해 분리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동위원소를 끓였다가 식혔다가를 반복하는 등의 행동을 반복해야 해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고, 또 분리되는 양도 적어 효율성이 떨어져 지금 필요한 만큼의 소재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큐토프는 이 문제를 ‘레이저 기술’을 써서 해결해낸다는 아이디어를 가졌다. 레이저로 타깃하는 동위원소를 정확하게 찾아 분리하는 기술 ‘알시스(ALSIS)’를 개발했는데, 이 회사 측에 따르면 기존의 증류법에 비해 설비 비용은 3분의 1(50억원)으로 줄이고 분리계수는 500배를 늘리는 성과를 보였다. 플랫폼 기술이므로, 하나의 설비에서 여러 종류의 동위원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도 이 회사가 말하는 알시스의 강점이다.

올해 큐토프는 레이저 기술을 활용, ‘산소-18’ 제품을 출시했는데, 이는 암을 진단하는 PET CT의 진단 약품으로 사용된다. 큐토프는 현재 PET CT 진단 약품을 만드는 듀켐바이오와 산소-18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아울러 내년에는 탄소소재 제품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진단하는 약품으로 사용된다. 변주섭 큐토프 팀장은 “중국의 한 기업과 연간 200억원 규모의 공급을 논의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큐노바_ “환경 문제를 해결할 신소재 산업과 난치병 의약품 개발에 근본적인 혁신을 도입할 것.” 큐노바는 양자컴퓨팅을 활용해 신소재와 신약을 발굴하는 플랫폼이다. 양자 컴퓨팅 응용 분야 핵심 기술인 양자 모사와 양자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가졌다.

특히 신약 발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AI 기술이 신약 발굴에 드는 시간을 대폭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왔으나, 태생적인 특성 상 기존 특허를 회피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떠올랐다. AI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신약을 찾으려면 더욱 많은 디자인을 생성하고 빠르게 평가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 하다. 큐노바는 거대 전자 구조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양자시뮬레이션 플랫폼인 ‘펄사(Pulsar)’와 분자조각 신약 디자인 양자소프트웨어 플랫폼인 ‘밀키웨이(Milkyway)’를 만들어 이 문제를 풀어내고 있다.

신약 외에도 양자컴퓨터가 해결할 수 있는 분야는 많다. 양자 컴퓨터가 매우 작은 에너지로 연산을 하기 때문에 계산 결과에 에러가 존재할 수 있고, 슈퍼컴퓨터에 비해 당장은 완벽한 성능을 내진 못할지라도 특정한 문제에서는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소재 신약 외에도 화학 계열이나 물류, 첨단기술 산업, 핀테크 등에서의 가능성이 높다. 이준구 큐노바 대포는 “이 분야 산업들은 각각  수백조원의 규모를 가지는 방대한 시장으로 양자SW 솔루션은 조단위 부가가치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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