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창업했더라도 연대는 중요하다”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창업하고 1년이 지나서 생존 기념 파티를 열었을 때, 창업자들이 고심해 플랜카드에 적은 문구는 ‘살아남은 자’였다. 당시에 사람들이 얼마가지 못할 것이라고 뒤에서 수근거렸던 것, 다 안다. 그리고, 여기. 요즘처럼 투자가 얼어붙은 시절에도 살아남은 창업자들이 모여서 작은 파티를 열었다. 10일 서울 역삼동 마루180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7주년 포럼이다.
(대문 사진=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코스포 감사), 김태호 하이브 COO(전 풀러스 공동창업자), 박재욱 쏘카 대표(코스포 현 의장), 안성우 직방 대표(코스포 전 의장),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공동창업자), 최성진 코스포 대표)
“아직도 기억이 난다. 2021년도 8월에 그 말도 안 되는 규정(로톡을 변호사법 위반 서비스로 보고, 이용 변호사에 징계를 한다는 내용)이 발효되면서 천몇백명의 회원이 탈퇴했을 때, 탈퇴 이메일이 하루에 1000개가 넘게 날아 왔다. 눈물 밖에 안 났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노력해 가입시킨 변호사들로부터 1000통이 넘는 탈퇴 메일을 받게 되니 그때는 아…이거는 진짜 회사 일을 그만해야 되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의 회고다. 로앤컴퍼니는 온라인 법률 플랫폼 ‘로톡’을 운영한다. 로톡은 창업 이후로 부침을 정말 많이 겪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로톡을 ‘불법 플랫폼’으로 낙점, 계속해 고발과 고소를 해왔기 때문이다. 7주년 행사 토크쇼의 사회를 맡은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는 로톡을 일컬어 “임사체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 죽음의 문턱에서 로톡은 살아 돌아왔다. 법무부가 지난달 변협의 징계를 취소하는 결정을 했다. 변협의 견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므로 갈등의 불씨가 모두 사그라든 것은 아니나, 법무부 결정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
정재성 부대표는 그 아찔한 과정에서 다른 스타트업과의 연대가 힘이 됐다고 말했다. 당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국회토론회와 같은 장소에서 “로톡의 갈등 대상은 변호사가 아닌 변호사협회”라는 말로 로톡을 지지했고, 앞서 택시 업계와 갈등으로 주요 서비스를 접어야 했던 타다의 박재욱 전 대표(현 쏘카 대표이자 코스포 의장)는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결정이 과거의 잘못(타다의 사례)을 반복하지 않는 결정이었으면 좋겠다”고 공개 발언해 로톡에 힘을 실어 줬다. 정 부대표는 “한 기업이 내는 목소리에는 귀기울이지 않을 수 있지만, 스타트업이 모인 단체에서 내는 목소리는 큰 힘을 가졌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생일 파티는 스타트업의 ‘연대가 가진 힘’을 공유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2017년 50개 회원사로 문을 연 코스포는 현재 총 2160개 스타트업이 모인 국내 대표적인 스타트업 이익단체로 자리잡았다.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를 미션으로 삼고, ‘스타트업에 불합리한 규제 개선’ ‘스타트업 친화적인 정책 제언’ ‘스타트업 창업가 교육과 교류, 인재양성’ 등을 과제로 풀어왔다. 그 과정에서 코스포는 하나의 스타트업이 홀로 해결하기 어려운 싸움의 지지대로 나서 여론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규제 때문에 어려운 스타트업이 많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으나 일할에서 일할 오푼 정도만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이 하는 일이 바로 세상을 혁신하는 일이므로 왜 우리 사회가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지를 끊임 없이 교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의 말은 스타트업의 연대가 사회적으로 힘을 받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이 결국 사회 전체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야 스타트업이 사회적 갈등 국면에서 여론을 설득할 힘을 얻는다. 이는, 앞서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를 공동창업했던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풀러스는 결국 택시기사님들을 설득하지 못해 사업을 접는 아픔을 겪었다.
김태호 COO는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목표만 가진다면 불법적으로 돈을 버는 이들과 어떤 차이가 있겠는가”라면서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이 세상에 어떠한 이로운 영향을 미치는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상을 어떻게 이롭게 바꿀 것인가가 스타트업을 정의하는 상당히 중요한 정체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이 홀로 잘 먹고 잘 살자는 목표를 가질 것이 아니라, 사회를 조금이라도 이롭게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생각하고 움직여야 성공의 토대도 닦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것이 결국에는 스타트업과 사회의 연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