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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BN] “왜 킬로당 100원 주고 파나요” 헌 옷도 돈이 됩니다

최근 들어 중고 패션 시장은 많은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시장에서 등한시됐다면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카테고리인데요. 업계 사람들에게 살짝 들어보면 패션 관련 업계 큰손들이 중고 의류를 다루는 서비스에 시드 투자를 하기도 했다고요.

이렇게 중고 의류 시장이 주목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우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때문입니다. 이제 중고 의류만 팔아 나스닥 상장까지 이른 스레드업(ThredUp)의 ‘2023 리세일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중고 패션 판매 시장은 2022년 1770억 달러(약 232조원)에서 2027년 3500억 달러(약 459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장하고 있는 중고 거래 시장 내 기존 패션 거래 비중도 적지 않습니다.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는 스스로 수식어를 패션 중고 거래앱으로 바꿨습니다. 번개장터의 올해 상반기 카테고리 누적 거래액 1조2450억원 중 패션이 52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죠. 올해 1월에는 패션 카테고리 누적 거래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고 하고요.

흔히 중고 거래하면 생각하는 ESG 관점보다는, 가격도 두드러지는 요인입니다. ESG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이렇게 말했는데요. “ESG는 막연하다. 그보다 실제적인 이득이 있어야 한다” 중고 패션 시장에서는 이게 가격이라고 볼 수 있죠. 중고 명품 시장이 부상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이 시장, 어떤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을까요. ‘옷장 정리할 때 물건만 내놓으라’는 스타트업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사업을 시작한 리클입니다.

리클 양수빈 대표는 첫 옷장 정리에서 “왜 의류 수거부터 판매까지 잘하는 곳이 없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의류 수거함에 넣으면 그냥 0원이 돼버리고요. 기껏 비싸게 산 옷이 아까워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 일일이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도 꽤나 귀찮습니다. 거래하기 위해 오가는 일도 번거롭고요. 의류 수거업체를 불러도 최소 20kg, kg당 100원을 부르니 사실상 거져 주는 셈이죠. 수지타산이 안 맞습니다.

리클이 초점을 둔 건 의류 수거부터 판매를 일괄 처리하며, 입금까지 3일(영업일 기준) 내로 주는 편리성입니다. 앱 내 수거신청에서 주소/수거일자/계좌 등록을 누르고 예약일이 확정되면 봉투가 옵니다. 여기에 옷장 정리에서 나온 물건을 담으면 끝이죠.

지난 9월 22일 남양주 리클 스토어에서 만난 리클 양수빈 대표

소비자 입장에서는 직접 팔기 위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는 동시에, 빠른 시일 내 입금해 오랜 기간 상품 거래에 신경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리클 앱 누적 이용자 수가 50만명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엘리베이터TV 전문 기업 포커스미디어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공동 주최하는 ‘아윌비빽(I Will Be 빽) 시즌 3’에서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스타트업으로 선정돼 엘리베이터TV광고를 진행, 수거 및 검수 물량이 5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거 돈이 되나요? 의류 수거부터 세탁, 판매까지 일일이 처리하는 일이 과연 쉽나요? 그래서 지난 9월 22일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에 위치한 리클 사무실에서 양수빈 대표를 만나 물어봤습니다. 이거, 어떻게 돌아가요?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또 창업계기는 어떤 건가요?

10년 동안 IT 서비스 기획자로 일했습니다. PM, PO로 커리어를 쌓아오다 리클을 창업했습니다.

창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인생 첫 옷장정리였습니다. 2021년 3월에 처음으로 옷장을 정리하는데, 옷이 너무 많이 나오더라고요. 이걸 수거함까지 다 가져가기도 귀찮았습니다.

또 매입 업체도 제게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습니다. 의류 수거 업체가 있다길래 전화했더니 20kg 넘는 것만 수거한다고, 그런데 kg당 100원이라고 하더라고요.그런데 옷을 보니 쇼핑 실패로 택 달린 새 옷들도 있고, 브랜드 옷들도 있는데 kg당 일괄 100원으로 파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습니다. 당근마켓에 거래하려고 하자니 언제 또 하나하나 사진을 찍고 거래 약속을 잡고 나가서 팔지 하는 생각에 피곤하더라고요.

문득 ‘문 앞에 두면 다 가져가서 처리해주는 업체가 없나?’하고 관련된 앱을 검색해봤는데 잘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왜 아직 비어있는 곳이 있을 수 있지, 하면서 시장 조사를 했는데 해외 중고 의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국내에서도 10년 동안 6배가 성장했다고 하고요.

의류 수거부터 시작해서 잘하는 스타트업이 안 보인다면 조만간 나타나겠다, 이걸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다음달인 4월에 퇴사하고 5월에 바로 서비스 웹사이트를 열었죠. 법인 설립은 11월에 했습니다.

 

지금까지 의류 수거부터 판매까지 잘하는 업체가 없었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또 있지 않을까요?

사실 의류 수거 및 판매는 몇십 년 동안 존재한 시장입니다. 기존 이 시장이 발전하지 못하고 점 조직으로 파편화됐죠. 오프라인에서 영세한 소상공인 위주로 굴러갔고요.

이 업계 대부분이 무게로 매입한 뒤, 해외로 수출해 몇 백원의 마진을 내는 데에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 규모가 꽤 크거든요.

의류 폐기물만 보면요, 4년 전 전국에서 하루에 200~300톤이 버려졌다면, 지금은 일 1000톤이 버려집니다. 이 폐기 물량을 다루는 단일 업체도 없고요.

정보 비대칭도 심합니다. 영세 소상공인과 개인 사업자 위주이다보니 의류를 수출하는 무역업체들만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 공개된 데이터가 국내에서 중국으로 가는 수출 데이터 뿐이었죠. 하나 더하자면 이 폐기물이 환경오염의 심각한 요인이기도 해 이 사업에서 선순환을 일으키면 긍정적인 효과를 부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리클은 수거부터 판매까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서울과 인천 지역 경우 운송업체와 계약을 맺어서 탑차와 기사님에게 월 인건비를 지급, 의류를 직접 수거하고 있습니다. 수거하는 건 보세가 아닌 성인 의류, 모자, 신발, 가방으로 20개가 넘으면 되고요. 기사님들이 리클 앱으로 수거를 신청한 분들에게 봉투를 보내드리고, 다시 회수하죠. 경기도, 부산, 대구, 대전은 택배로 수거합니다. 현재 하루 들어오는 양이 10톤(t) 정도 입니다.

앞으로는 직접 수거를 계속 늘릴 계획입니다. 내년까지는 전국 광역시에 직접 수거를 다 나갈 계획이고요. 여러 관리적인 측면을 고려해보면 월 단위 인건비만 나가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을 안 이용할 이유가 없죠.

리클 남양주 센터로 전달된 중고의류들

이후 남양주와 김포에서 의류 검수 작업을 합니다. 남양주에서 13명, 김포에서 6명이 일하고 있죠.

1차 검수에서는 검수팀이 들어온 옷을 확인하며, 오염이나 훼손이 된 상품을 분류합니다. 보통 기준은 오염이나 훼손 부위, 개수에 따라서고요. 아태가 좋지 않은 건 B2B 수출이나 내수 도소매 사입 채널로 분류합니다. 후자는 보통 동네에 있는 구제 옷가게, 빈티지 의류샵을 뜻합니다. 또 카테고리별로도 분류하는데요. 옷 외에도 가방이나 신발 이죠.

1차 검수가 이뤄지는 리클 남양주 센터. 플러스매입은 별도의 공간에서 진행한다

2차 검수에서는 플러스 매입 유무를 결정합니다. 저희 매입 방식은 무게 매입과 플러스 매입으로 나뉘는 데요. 무게 매입은 말 그대로 kg당 값을 매기는 거고, 플러스 매입하는 경우는 B2C용으로 판매하는 의류입니다. 한 벌당 별도로 매입 금액을 산정해 무게 매입과 합산해 입금하죠. 꼼꼼하게 확인해 가장 좋은 상태, 상품성이 있는 옷들은 저희 판매채널인 리클스토어로 가져옵니다.

내부적으로 매입 상품 중 30%까지 B2C로 판매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리클스토어는 초기이다보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전체 물량의 2%만을 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20개인가요?

옷장을 정리하는 입장에서 20kg이라고 하면 가늠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사용자가 인지하기 쉽게 하려면 개수로 정의를 내려야 할 것 같았고요.

또 처음에는 10개로 했는데, 이건 너무 적더라고요. 1~3kg인데 인건비도 나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성인 의류만 20개로 바꿨는데, 지금은 기준을 완화해 신발만 20개, 가방만 20개도 좋고 섞어서 20개도 받고 있습니다. 다만 평균을 보면 건당 20kg 정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20개 이상 보내시는 거죠.

양이 늘어날수록, 검수 인력도 늘어날 것 같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 어떤 시도를 하고 있나요?

오퍼레이션 비용을 줄여가기 위해 IT 시스템으로 자동화를 많이 했습니다. 의류 수거 배차부터 시작해 의류 관제, CS, 정산, 데이터 등 전 과정에서 자동화 개발이 거의 완료된 상황입니다. 수거 배차는 지역별 담당 지역, 일 할당 물량 등을 조정하고 있고요.

또 검수 경우, 이전에는 물량이 늘면,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각 프로세스 공정별로 사람들을 계속 채용해가는 구조였습니다. 옷 사진을 일일이 사람이 찍고, 입고된 상품 무게를 다 수기로 입력했어요. 하루 8시간 2명이 몇 백건씩 수기로 입력하는 일만 계속해도 물량 소화가 안되죠. 원래 당일 검수였는데 2일로 늘어난 이유도 양이 크게 늘어나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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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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