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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쓰러지면 ‘이것’부터…배달 안전 이끄는 우아한청년들

배달 중 오토바이가 미끄러져 쓰러졌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1. 오토바이를 세운다
  2. 오토바이 시동을 끈다
  3. 배달앱을 통해 주문자에게 연락한다.

정답은 2번입니다. 만약 시동을 끄지 않고 차체를 그대로 세운다면 오토바이가 달려나가 더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죠. 

그러나 이러한 간단한 답조차 알기 어려운 게 이륜차 운행 교육의 현실이라는 게 남기영 우아한청년들 배민라이더교육센터 이사의 설명입니다.

배달의민족 물류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은 자체 중앙물류센터 기지와 B마트·배민스토어 운영을 위해 필요한 도심형물류센터(MFC)로 미들마일 서비스를, 라이더 플랫폼 ‘배민커넥트’를 통해 소비자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배민커넥트에서 활동하는 라이더는 국내 배달 관련 라이더 플랫폼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만큼 책임감도 크겠죠. 우아한청년들은 지난 2021년 5월 일산에 오프라인 이륜차 안전 및 배달서비스 교육 기관 배민라이더스쿨(교육지원실)을 설립해 라이더에게 필요한 다양한 안전운전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남양주로 이전했고요. 

라이더 대상 안전운행교육을 배달 관련 업계에서 기관까지 설립해 제공하는 일은 사실상 전무합니다. 우아한청년들은 공식 이륜차 안전운전 교육센터로의 성장을 꿈꾸면서 배민라이더스쿨에서 무료로 안전 교육을 제공합니다. 매주 7회씩 각종 교육을 제공하는데요. 반면 다른 기업들은 일회성에 그치는 수준이죠.  

우아한청년들은 왜 이런 사업을 운영하고 있을까요? 이왕 받을 수 있다면 어떤 교육과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는지 알면 좋겠죠.

우아한청년들 배민라이더교육센터장 남기영 이사 (제공=우아한청년들)

서울 송파구 우아한청년들 본사에서 남기영 우아한청년들 배민라이더교육센터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남 이사는 “누구나 안전에 대해서는 꼭 해야 하는 게 라이더 안전 교육 및 지원”이라며 관련 업계가 라이더 안전에 나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남기영 이사는 삼성전자, 쿠팡 교육 업무를 거쳐 지난 2021년 12월에 우아한청년들에 합류했습니다. 

세계적인 이륜차 안전운행 교육과 건전한 배달문화 조성을 목적으로 배민라이더스쿨이 설립됐다는 게 남 이사의 설명입니다. 그는 “사업 운영에서 필수적인 라이더분들이 배달 생태계에서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게 하는 게 저희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파트너인 라이더분들과 함께 잘돼야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의 개념으로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교육에 비용이 상당히 필요하지만 일종의 사회적 기여를 하고자 진행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왜 라이더의 안전운행 교육이 필요할까요? 이미 라이더들은 오토바이를 몰고 있지 않나요? 이에 대해 남 이사는 제대로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답했습니다.

“사람들이 앞 뒤 브레이크를 어떻게 잡아야 되는지 몰라서, 위기의 순간이 오면 그저 브레이크를 꽉 잡습니다. 또 오토바이를 탈 때에도 전조등, 뒷브레이크, 엔진오일, 후미등 거울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점검이 필요한데 기본적인 정보도 모르거든요. ”

이유는 간단합니다. 흔히 배달용 오토바이로 쓰는 125cc 이하 오토바이는 자동차 면허만 취득해도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이야기죠. 또 2종 소형 원동기 면허는 수동으로 기어를 변속하지도 않고 1단으로만 시험을 보기 때문에 실제 운행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많고요. 면허를 따도 오토바이를 제대로 모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우아한청년들이 운영하는 배민라이더스쿨은 신호체계설비, 미끄러운 노면체험, 브레이크 연습코스, 저속밸런스 연습코스 등 기능코스, 이론교육장,라이더 휴게공간 등이 갖춰졌고요. 남 이사가 강조한 것 중 하나는 20년 이상 이륜차 강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로 강사진을 구성했다는 사실입니다.

또 이륜차 운행과 배달서비스 전반과 관련된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요.

현재 주 7회 제공하는 안전운행교육은 이론교육과 실습교육으로 구성, 회당 20~35명의 인원을 접수 받아 4시간 동안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작 전 운전 성향 자가 진단과 함께 문제를 풀어보고, 교육 후 이론, 실습 평가를 통해 교육 효과를 확인하죠. 이론 교육 시 사고 영상 시청과 경각심 고취, 기본 주행을 다룬다면, 실습 교육은 이륜차 브레이크 조작 숙달과 밸런스 유지 숙달, 교차로 대처 방안 교육 등을 진행합니다.

또 반기마다 교육 주제가 달라지는데요. 상반기에는 도로교통법, 신호 체계, 기본 조작 능력을 교육하는 ‘안전운전 기본과정’을, 하반기에는 특수 상황 등에 대해 교육하는 ‘안전운전 향상과정’을 운영합니다.

교육과정은 주로 나는 사고를 기반으로 합니다. 도로교통공단에서 경찰청 자료와 함께 발표되는 사고들을 줄이기 위한 교육을 중점으로 한다는 설명인데요. 예를 들어 라이더스쿨 내 빗길을 구현해 미끄러질 때에는 어떻게 넘어져야 안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죠.

“교차로에서의 사고가 중대형 사고가 굉장히 많습니다. 왜 많이 나는지 질문해보면 대부분 다 압니다. 신호 위반, 혹은 빨간불로 바뀌었는데 가다가 나는 사고, 혹은 바뀔 때 무리하게 진입해서 꼬리 물기하다가 나는 사고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사고를 줄이기 위해 올해 구호로 ‘하나 둘’ 입니다. 뭐냐 하면 신호가 바뀌어도 바로 가지 않고 하나 둘 간다, 그리고 좌우를 살핀다. 

하반기부터는 라이더끼리 사고 케이스 스터디를 하기도 합니다. 스터디는 오토바이 관련 사고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방안을 생각하고 말하는 시간이라네요.

현재 교육 인원은 약 1만명을 넘어서는 수준인데요. 설립연도인 2021년에는 2400명, 지난해에는 5400명을, 올해에는 8000명을 목표로 합니다. 남 이사는 교육 후 프로그램에 대한 좋은 피드백이 왔을 때 보람차다는 소감도 밝혔습니다. 상반기 평균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6이라고 하네요.

배달과 관련된 가이드 자료도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남 이사는 초보자들을 위한 가이드 교육 자료에 대해 “배달하면서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을 a부터 z까지 나열하고 상황별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안내한다”며 배민커넥트 앱 이용법, 오픽업 등에 대한 대처, 고객센터 문의 방법과 해결 가능 방안 등을 설명한다고 말했습니다. 도로교통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진행하는 별점 감경 교육, CPR교육, 이륜차 보험, 세법 교육 등도 제공하고 있고요.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배민커넥트 전용 상담창구에서 대응 방안을 안내하고 있으며, 안전교육 지침서에서도 스트레스 대처 방안을 서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아한청년들에서 교육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배민커넥트 배-네핏 혜택 페이지 내 전용 주유 패스, 전기이륜차 구매 할인, 자전거 일 렌탈 확인, 전용 요금제, 세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요. 남 이사는 유상운송보험에 대해 보험공제조합에 참여해 보험비가 현재보다 훨씬 낮은 기준으로 책정된 조합 보험상품 혜택이 라이더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직까지도 업계에서는 이륜차 안전교육과 관련된 기관 수는 현저히 적습니다. 남 이사는 레저용 오토바이를 타는 분들을 교육하는 사설 기관은 있지만 공식기관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륜차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설립된 교육기관은 배민라이더스쿨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는데요.

또 배민라이더스쿨이 공식으로 인증 받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상반기에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배달 이륜차 전문가 자격 인증’을 획득해 자격증을 발행할 수 있게 됐죠.

이에 더해 하반기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추계 학술대회에 나가 안전운행에 교육이 기여하는 효과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유관 공공기관과의 협업도 계속하고 있는데요. 우선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도로교통공단과 ‘도로를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로는 보행자, 사륜차 운전자, 이륜차 운전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함께 안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고요. 여기에 더해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산업인력공단, 교통문화단과 함께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교육, 언제쯤 효과가 있을까요. 남 이사는 라이더 안전교육을 “콩나물 시루에 물을 붓는다”고 표현했습니다.

“콩이 든 콩나물 시루에 물을 넣으면 밑으로 다 빠지죠. 이게 언제 콩나물 되지, 하고 덮어두면 물만 계속 빠지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콩나물들이 자라잖아요. 저희는 교육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수도 없는 인풋을 넣고 있지만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죠. 하지만 이런 것들이 쌓이고 그 효과가 이 분들의 행동 변화로 나타날 것이고요. ”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업계 전반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게 그의 바람입니다. 남 이사는 업계 전반이 안전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러 회사들이 여력이 안된다고 하지만, 의지만 가지면 할 수 있습니다.

우아한청년들의 안전교육에 대해 많은 인정이 따라와 긍정적인 사례를 만들고 안전 교육을 잘했을 때 인정 받는 사회분위기라면 모두 안전교육에 대해 힘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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