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오브레전드] ‘열혈강호 온라인’, 이런 착한 게임이? 롱런 이유 있었네

바이라인네트워크가 <게임오브레전드> 연재를 시작합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갓 나온 신작이 아닌 오래된 구작을 조명합니다. 급변하는 유행 속에서 적어도 10년간 서비스를 이어오며 인지도를 쌓은 게임과 그 관련 콘텐츠가 대상입니다. 레전드 게임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보는데요. 누구나 인정할 만한 스테디셀러의 발자취를 되짚고, 전설의 탄생 비화와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해온 성공 노하우를 담아냅니다. <편집자 주>

엠게임 열혈강호실 총괄 강영순 본부장 인터뷰
아이템 획득 확률 화끈하게 올렸더니…재차 전성기 맞아
10년전부터 청소년에 확률 뽑기 상품 팔지 않아
“어린 친구들이 과도하게 결제할 수 있어” 뚝심 정책 눈길
비무대 시스템 등 적용…만화 스토리 이후도 고민

열혈강호 온라인 초창기 대표 이미지

엠게임(대표 권이형)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기준 창사 이래 최대 매출(734억원)과 영업이익(300억원) 실적을 올렸다. 올해 분위기도 좋다. 상반기 누적 매출이 역대 최대치다. 중국 등지에서 인기인 ‘열혈강호 온라인’과 북미에서 재반등을 기록 중인 ‘나이트 온라인’ 덕분이다.

특히 ‘열혈강호 온라인’이 엠게임 최고 전성기의 1등 공신이다. 엠게임의 간판이자, 온라인게임 황금기 시절 한류를 이끈 주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내년 20주년을 앞뒀다.

지난달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엠게임을 찾아 열혈강호실 총괄인 강영순 본부장을 만났다. 그는 개발자 출신이다. 2002년 엠게임에 입사해 ‘드로이얀’ 개발을 맡았고, 타 기업에 잠시 몸담았다가 2007년 다시 입사해 지금까지 엠게임에 재직 중이다. 재입사 이후 열혈강호만 맡았다. 열혈강호 산증인이나 마찬가지인 인물이다.

열혈강호 온라인 홈페이지 갈무리

‘열혈강호 온라인’은 어떤 게임?

열혈강호 온라인은 동명의 만화 열혈강호를 기반으로 엠게임이 개발 서비스하는 코믹 무협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국내외 성공을 거둔 스테디셀러로 현재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미국, 베트남 등 전 세계 1억3000만명의 게이머가 즐기는 중이다.

엠게임은 2004년 11월 열혈강호 국내 공개서비스를 실시했다. MMORPG에 캐주얼 게임의 요소를 가미하고 코믹 무협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개척했다.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와 배경, 디자인 등 그래픽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해 기존의 게임을 즐기던 국내외 이용자들을 사로잡았다.

“열혈강호 만화가 인기 좋았죠. 라이선스를 가져와 게임을 만들었는데 독특한 콘셉트였으면 좋겠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MMORPG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만화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 5등신 캐릭터에 코믹 무협의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기존에 없었던 새 장르를 개척한 거죠.”

다음해(2005년) 4월 중국 진출했다. 4월 20일 중국 공개서비스를 앞두고 베이징에서 전야제가 열렸다. 당시만 해도 한류 게임 열풍이 대단해 중국 진출 시 전야 행사가 열리곤 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현지 유명 가수와 탤런트, 감독, 모델 100여명이 모였다. 전야제 취재에 나선 현지 미디어만 260여곳에 달했다. 그후 7월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중국 내 MMORPG 중 최초 부분유료화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열혈강호는 초창기 한류 게임의 장을 연 1세대 게임입니다. 수출했을 때 전야제가 열렸거든요. 한국에서 인기 게임이 나간다고 하니 방송국 매체가 다 와서 취재하곤 했습니다.”

2005년은 중국 내 온라인게임의 태동기로 인프라가 좋지 않았다. 이용자 수도 현재와 비교해 현저히 적었다. 이 같은 난관에도 중국 서비스 6개월여 만에 총 가입자수 1200만명, 동시 접속자수 30만명을 돌파하며 한류 게임 전면에 섰다.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 최고 50만명의 동시 접속자수를 기록했고, 당시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던 ‘미르의전설2’와 쌍벽을 이루는 PC온라인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믹 따라해도 안 돼…한정 의상 인기

“독특한 콘셉트가 국내외 인기에 주효했던 거 같아요. 회사 구성원들도 코믹을 좋아하고 그런 형태의 게임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처음엔 작가님께 원화를 보여드리니 머리 꽁지의 각도까지도 신경을 쓰시고 조언을 받곤 했는데, 그 이후엔 저희가 알아서 했죠(웃음). 만화 스토리를 참조해서 장난스러운 느낌을 잘 살려서 만들었습니다.”

강 본부장은 ‘코믹’을 인기 요인 제1순위로 꼽았다. 중국에서 비슷한 류의 게임이 나오고, 캐릭터 모방 사례도 있었으나 특유의 코믹 요소를 잘 녹여낸 열혈강호의 인기에 흠집을 내진 못했다. 중국 현지에서도 정통이 아닌 코믹 무협으로 성공한 사례는 열혈강호가 거의 유일하다고 볼만하다.

“만화에서 멋있는 캐릭터가 입었던 옷에 유저들이 정말 관심이 많더라고요. 흑풍회, 천마신궁 등 한정으로 의상을 내면 정말 가보처럼 여기는 유저도 있었죠.(웃음)”

강영순 엠게임 게임사업본부/열혈강호실 총괄

모바일게임 홍수 속 열혈강호 PC가 살아난 이유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이죠. 4년 정도 전부터 열혈강호가 상향하고 있었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크게 퍼지면서 (재택 활성화로) 게임이 좀 더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중국 현지에서 열혈강호 공성전이 인기를 끌었다. 코믹 무협 MMORPG에서 일반적인 공성전은 콘셉트가 맞지 않아, 고심 끝에 호위 무사가 대장을 보호하는 방식의 콘텐츠를 냈더니 시장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아이템 정책에도 변화를 줬다. 재차 전성기를 맞은 주된 이유다. 아이템 획득(드롭) 확률을 화끈하게 올렸다.

“게임 내에서 획득할 수 있는 레어(희귀) 아이템은 제한적이잖아요. 그러다가 코로나19 시점에 드롭 확률을 좀 많이 올렸죠. 유저들이 게임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돌아봤습니다. 오히려 매출이 줄어들 수 있었지만, 모험을 한 거죠. 생각한 것보다 획득 확률을 더 높였습니다. 절묘하게 선을 잘 지켜서 정책을 바꾼 거 같아요. 그랬더니 유저들이 폭발적으로 유입이 됐고, 이 시점에서 떠날 때도 됐다고 봤는데 오히려 더 몰리더라고요. 아이템 획득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아졌다고 봅니다. 그때 매출이 많이 늘었죠. 모바일게임이 쏟아질 때 접근성에 밀리다 보니 뭘 해도 안 되고 참 힘든 때가 있었어요. 그 전과 비교하면 정책을 바꾼 이후 매해 매출이 2배씩 뛰었습니다. 중국 출장을 3년간 못 가다가 올해 3월에 갔는데, 저를 보는 눈빛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청소년에 유료 뽑기 안 팔아…이런 게임 있었나

이른바 착한 아이템 정책은 구성원 의견을 수용한 변화다. 물론 경영진이 최종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이나, 밑으로부터 의견이 올라오면 주로 수용했다는 게 강 본부장 설명이다. 이용자 입장에서 아이템 정책을 화끈하게 바꾼 사례를 얘기하다, 깜짝 놀랄 만한 서비스 정책도 듣게 됐다.

“열혈강호에선 가챠(유료 확률 뽑기)를 18세 이상만 하게 했습니다. 전체 이용가 게임이긴 하나, 어린 친구들이 과도하게 결제할 수 있잖아요. 적절하게 즐기는 게 좋죠. 경제 활동을 하지도 않고 돈에 대한 개념이 정립이 안 됐을 때라, 18세 이상만 뽑게 했습니다. 이렇게 한 지 10년은 됐어요. 내부에서 의견이 나왔죠. 밑에서 의견이 올라온 걸 저도 검토했고, 설득력이 있다고 봤어요. 생각보다 매출엔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아요.”

강 본부장은 이 같은 유료화 정책이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풀었지만, 10년 이상 업계를 취재하면서 처음 들어보는 사례다. 보통 게임 기업이라면 청소년 성인 구분할 것 없이 확률 뽑기를 유도하는 콘텐츠 설계를 하기 마련이다. 특히 몇 년 전부터 마니아 취향의 미소녀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 유행하면서, 청소년들이 결제가 적지 않게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엠게임은 업계 일반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간판 게임의 청소년 유료 뽑기 매출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무려 10년 전부터 시행해왔다면 보여 주기식 정책도 아니다. 롱런의 이유를 파고드는 인터뷰 도중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다시 한번 장수 게임 반열에 오른 이유와 함께 중장기 서비스 계획도 물었다.

“롱런의 가장 큰 요소는 캐릭터의 독특함이 아닐까 합니다.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열혈강호 캐릭터만의 독특함이 있어요. 만화도 이제 후반부 스토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비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8월 말 적용)입니다. 진돌(진지 점령) 놀이라고 어릴 때 하던 놀이가 있어요. 비슷한 콘셉트로 해서 적용할 수 있게 독특한 규칙을 지금 찾고 있어요. 중장기적으로 보면 원작 스토리가 언제 마감될지 모르니, 그 이후엔 우리가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런 것도 지금 고민하고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서비스 노하우 들어보니

열혈강호는 세계 각지에 진출한 게임이다. 현재 중국 매출이 가장 크다. 현지 동시접속자 수도 50만명을 넘나든다. 2005년 출시 이후 전성기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략적인 매출 규모를 비교한다면, 중국이 10, 한국이 1 정도 수준이다. 태국과 대만에서도 잘 되는 편이다. 한국과 비슷한 규모다. 미국에서도 다시 인기다. PC온라인게임 시장이 작지만, 그럼에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태국에선 결혼식 이벤트를 좋아하더라고요. 연인들한테 선물하고, 게임 내에서 그런 이벤트를 합니다. 결혼식도 전통식, 서양식 그리고 캐주얼한 세 가지 콘셉트가 있더라고요. 유럽에선 열혈강호가 잘 안 됐어요. 그래서 철수를 했고요. 무협 게임이 잘 된 경우를 못 본거 같습니다. 미국에선 중국처럼 많이 성장했어요.”

미국 서비스 노하우를 묻자, ‘블랙컨슈머’ 얘기를 꺼냈다. 타국보다 유독 미국에서 아이템을 쓰고 환불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곤 한다.

“미국에선 환불 이슈가 좀 큽니다. 페이팔로 결제했다가 환불 요청을 하면, 우리에게도 반론의 기회가 주어지기는 하는데 페이팔이 유저들 손을 많이 들어주는 편입니다. 억울한 경우가 많은데요(웃음). 페이팔에 결제 관련 자료와 기록들을 보내는 작업들을 1~2년 계속했어요. 지금은 우리가 승소하는 비율이 조금 더 높아진 거 같네요.”

“중국은 환불 이슈가 아예 없다고 보면 됩니다. 현지 기업의 운영 정책이 강합니다. 그러나 클라이언트 변조가 많아요. 크랙(클라이언트 정책을 무력화하는 불법 프로그램)도 많고요. 공격속도를 올리는 등 허용되지 않은 툴들을 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서버단에서 철저하게 막아야 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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