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중고거래에서 금융까지 페달 밟는 플랫폼…‘라이트브라더스’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바이라인네트워크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자전거 속살을 들여다보는 기업이 있다. 흡사 엑스레이와 같은 기계로 자전거를 진단한다고 한다. 자전거야 흠집나는 게 예삿일인데 이렇게 까지 해야할까 싶지만 다 이유가 있었다. 2017년 설립한 ‘라이트브라더스’는 자전거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한 IT 기업을 표방한다. 사람이 페달을 돌리는 자전거와 IT라… 얼핏 배치되는 개념 같지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됐다.

중고 자전거 거래 정보를 토대로 빅데이터를 쌓아 순환경제 생태계를 꾸리는 게 라이트브라더스의 목표다. 최근에는 탄소배출권 거래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자전거의 ‘잔존 가치’를 측정해 이를 활용한 금융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라이트브라더스의 세 가지 의미

정확한 자전거 가치 파악 : 비파괴 검사 기술을 통해 자전거 프레임의 파손 여부와 정도를 파악해 잔존 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
기존 거래 관행 타파 : 데이터로 중고 상품의 시세를 산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투명한 거래 방식을 뿌리내렸다.
순환경제 확장: 자전거 타는 문화를 널리 확산하고 탄소배출 감소에도 기여하며 건강한 미래 만들기에 기여한다.

라이트브라더스가 보유한 비파괴검사 도구. 사진 좌측의 공간에 자전거를 걸어 엑스레이와 같은 방식으로 프레임 내부를 촬영한다. (사진=라이트브라더스)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2018년. 자전거 커뮤니티와 동호인들 사이에는 “신기한 회사가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미 고가의 자전거 중고거래가 활발한 시점이었지만, 신기하다는 평을 받았던 건 이들의 사업 모델 때문이다. 이때까지 자전거 중고거래는 가게에서 대략의 눈대중으로 시세를 책정하거나 커뮤니티에 직접 판매글을 올려 직거래하는 게 당연한 순서였다.

라이트브라더스가 특별했던 건 여기에 기술을 붙였다는 점이다. ‘비파괴 검사’라는 개념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마치 엑스레이와 같은 기계로 자전거 프레임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거래가에 반영했다. 흠집을 비롯해 내부 크랙 등 총 61개 항목을 진단한다. 눈에 보이는 흠집은 전문가들이 일일이 들여다보고 눈에 띄도록 스티커를 붙인다.

이렇게 진단을 마친 자전거에는 ‘라브 인증’ 마크를 박는다. 기술과 전문가의 도움으로 검증한 믿을 수 있는 자전거라는 뜻이다. 눈대중으로 하던 시세 책정에 데이터를 녹였다. 비파괴 검사 기법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에서 특허를 받기도 했다.

용산 서빙고에 위치한 라이트브라더스 사옥에는 수백대의 자전거가 걸려있다. 자전거마다 붙은 QR코드를 스캔하면 이러한 진단 이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자전거가게 직원이나 자전거 주인의 화술에 의존하던 것을 이제는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를 연 것이다.

90일 케어서비스와 7일 안심환불제를 도입한 것도 주먹구구로 이뤄지던 자전거 중고거래 풍토에 새 바람을 불러왔다. 상태를 비파괴 검사로 명확히 확인한 상태이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자전거 중고거래 관행을 고도화한 정도다. 이들이 IT 기업을 표방하는 건 이러한 자전거 데이터를 통한 또 다른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있어서다. 이제까지 매입 신청이 들어왔던 약 5만건의 데이터, 9000대의 인증중고 판매 데이터, 라이트브라더스 플랫폼에서 중개한 약 400억원 규모의 개인 거래 데이터를 AI 모델에 학습시킨 잔존 가치 산정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렇게 자전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의 장점을 살려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했다. 2019년에는 일정 기간 빌려 탄 뒤 반납 또는 인수를 결정할 수 있는 리스 상품을 내놨다. 최근에는 중고 자전거 잔존 가치를 기반으로 한 장기렌탈 서비스를 론칭했다. 자전거로 일종의 금융 서비스 시장을 만든 셈이다.

파트너사 개념을 통해 신품 자전거 판매도 대신해주고 있는 라이트브라더스는 신품과 중고 자전거, 금융·보험을 모두 연결하는 자전거 캡티브(Captive) 마켓을 구축하려 한다. 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는 “금융 상품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가 잔존 가치 산정”이라며 “빠르면 10월 자전거 렌탈에 자차 보험을 접목한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니벨로를 타며 자전거의 매력에 빠졌던 김희수 대표의 경험처럼 라이딩의 재미를 알리고 사회 문제에도 기여하는 것도 라이트브라더스가 하고 있는 일이다.

탄소배출권 거래가 그것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줄어드는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라이트브라더스 회원들에게 포인트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스트라바(Strava) 등 자전거 주행 앱과 연동해 달린 거리 만큼 일정량의 포인트를 제공한다. ‘스윗스웻(SweetSweat) 포인트’라는 이름처럼 안장 위에서 흘린 땀을 달콤한 혜택으로 전환하고, 탄소배출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향후에는 이 포인트를 카드사 포인트와 연계하는 한편 기업 탄소배출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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