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오후두시랩 “탄소발자국 계산, 모두가 쉽게 쓰도록 하겠다”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나중에 회사를 엑시트하면, 우리끼리 태평양에 배 띄워놓고 플라스틱 수거하자고 그랬었다”

지난 16일 오후 2시, 햇볕 쨍쨍하던 날에 분당 백현동 카페거리에 위치한 오후두시랩 라운지에서 만난 설수경 대표(=사진)가 웃으며 말했다. 오후두시랩은 탄소중립 SaaS 플랫폼 ‘그린플로’를 만드는 회사다. 기업이나 개인이 쉽게 자신의 탄소 발자국을 계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다.

설 대표는 NHN 블록체인 자회사 대표와 GS홈쇼핑 미래사업본부 블록체인랩장을 거친 IT 전문가다. 함께 창업한 오광명 대표를 비롯해 회사에 합류한 이들과는 한번씩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설 대표는 “경력과 기술이 충분한 사람들이 모였으니, 뭐든 빠르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머리를 맞댔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플라스틱에 꽂힌 것은, 코로나 기간 동안 매일 회의를 하면서 시켜먹은 배달음식 탓이 크다. 일상에서 배출하는 플라스틱에 죄책감이 생겼다. “환경문제가 왜 생기는지,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지구 온도가 올라가는게 무슨 의미인지 리서치하기 시작한 것”이 그린플로라는 서비스를 만든 계기가 됐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데이터를 관점으로 문제를 보면 해결할 방법도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탄소중립 플랫폼이라니. 물론 처음엔 많은 이들이 “왜 돈 못 버는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하느냐”고 조언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일이 “돈이 될 수 있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생겼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선언과 규제가 잇따라 시행되고 있어서다. 설 대표는 탄소중립에 대해 기업의 태도도 바뀌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처음엔 ESG(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 경영)를 기업의 홍보(PR)팀이나 사회공헌팀 위주로 담당했다면, 지금은 재무팀이 이를 담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ESG가 기업의 경영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탄소 발자국 계산 플랫폼을 제2의 ERP(전사적 자원관리)라고 하더라” 설수경 대표의 이야기다. ERP와 같은 솔루션의 특징은, 해당 플랫폼에 익숙해진 고객이 웬만해선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들보다 일찍 시작한 만큼, 고객을 빠르게 확보하는 게 올해 목표라 밝힌 설수경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아래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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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량 측정에서 보고, 저감 방안 제시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AI 기반 탄소중립 SaaS 플랫폼. 클릭 몇 번으로 탄소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자동화를 특징으로 한다. 짧게는 몇 분 안에 기업이 내뿜는탄소배출수치를 한 눈에 확인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간단한 질의응답 방식의 설문 문항에 연료, 전기, 난방 등 이용 현황을 입력하면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알린다. 쉬운 사용성, 저렴한 가격을 특징으로 소상공인과 개인이 쉽게 탄소 관리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로 한다.

탄소 발자국 계산 플랫폼이 왜 필요한가?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미국의 SEC 기후 공시 의무화를 중심으로 환경과 관련한 지속 가능성 지수를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잇달아 생기고 있다. 동시에 우리 정부도 ‘탄소 발자국’을 국내에서 제도화해 수출입 과정에서 기업의 탄소국경세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 한다. 이런 부분은 기업이 자진해서 (탄소배출과 관련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영역인데, 이 부분에서 우리가 오염되지 않은 데이터를 확보, 서비스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기업이 얼마만큼 에너지를 쓰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탄소배출 관리 가이드라인을 보면,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 발생량을 3단계(SCOPE 1, 2, 3)로 나눈다. 1단계는 기업이 확동하면서 직접 발생시키는 탄소의 양이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 공정상에서 나오는 유독 가스 같은 것이 포함되고, 제조업이 아닌 기업에서도 회사 소유의 법인 차량이 돌아다니면서 발생시키는 가스 같은 것이 여기에 들어간다.

2단계는 간접 배출이다. 냉난방처럼, 우리가 쓰는 에너지 때문에 간접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를 포함한다. 마지막 3단계는 기업 활동 전반에 걸친 기타 탄소발생량이다. 물건을 하나 써도, 그 물건의 원재료부터 운송, 보관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량 등을 모두 계산해야 한다. 기업 내 전방위적 공급망 차원의 정보를 다루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정확한 산출이 힘든 분야다.

A4 용지를 하나 사더라도 그 용지가 만들어져서 나한테 올 때까지 전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한다. 이런 걸 계산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워 보인다

꼼꼼히 잡다 보면 정말 한도 끝도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안에서 계산하자는 가이드라인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다.

그 까다로운 계산을 오후두시랩은 어떻게 해결하려 하나?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실제 환경 부하를 계산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비용 기반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는데, 첫번째 방식은 하나하나 모두 걸러내면서 계산해야 하므로 사이클이 3년 정도 걸린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두 번째 방식은 그보다 효율적이다. 요즘 미국 회사들이 다 비용 기반으로 계산을 하는 추세인데, 오후두시랩도 그렇다. 자체 개발한 비용 세분화 알고리즘과 표준화 기법 등을 통해 기업의 세무와 회계 데이터로 계산이 가능하다.

계산이 지역별로 달라지나?

그렇다. 미국의 예를 들면 샌프란시스코에서 테슬라를 운전하는 것과 애리조나에서 운전하는 것 사이에 환경계수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일조량이 좋은 애리조나에서는 태양열 발전의 에너지 효율이 높다.

오후두시랩의 서비스를 쓰는 기업은 어느 정도 되나?

5월 중순에 서비스를 론칭해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은 무료 고객을 대상으로 했는데, 이번달에 유료로 전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200개 회사 정도가 우리 서비스를 써보고 있다.

한국에 그동안 비용 기반으로 계산을 하는 곳이 없었나?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의 세일즈포스와 오후두시랩이 비용 기반으로 계산하도록 솔루션을 갖춰놨었다. 그런데 최근들어서는 비용 기반 입력 방식을 추가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회사가 늘어나면 차별성이 생길 있는 부분이 있나?

일단 탄소 데이터 계산 같은 경우는 딱 한 번만 입력해서 리포팅하고 끝나버리는 그런 서비스가 아니다. 리포팅하고 계산하는 이유 자체가 결국에는 탄소 사용을 상쇄해 줄이려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마치 ERP처럼 하나의 회사를 택하게 되면 쭉 관리를 위해 이용해야하는 측면이 있다. 또, 미국에서도 이제 막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같이 시장을 키워가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막상 부딪히니까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들이 있을 같은데

시장을 여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탄소배출과 관련해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해외 업체가 움직이는 속도에 비해 한국은 그 속도가 생각보다 느린 것 같다. 규제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정부의 움직임과 매우 밀접하기도 하다.

보통의 회사들은 기존에 안 하던 활동을 할 때 비용적 압박이 있거나 비용적 혜택이 있을 때 움직이기 마련이다. 아직 탄소배출과 관련해 압박이나 혜택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 이 솔루션을 쓰도록 필요를 발굴하고 설득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하지만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에 바로 대응해야 하는 곳들은 또 굉장히 무섭게 필요를 느끼고 있어서, 온도 차이가 크다고 본다.

인식이 이제 전환이 되는 현장에서 느껴지나?

반반인 것 같아. 몇달 전 분위기보다는 확실히 조금 더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은 든다.

지금 가장 고민하는 어떤 부분인가?

고객 수를 빨리 많이 확보하자는 것이다. 아직은 경쟁 서비스가 많이 안 나와 있는 상황인데, 단 시간에 고객을 많이 접하고 거기에서 공통의 필요를 뽑아내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회사 한 두군데를 대응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와는 굉장히 다를 것이다. 가능하면 빨리 서비스를 오픈해놓고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올해 주력하는 목표다.

데이터들이 쌓이면 해볼 있는 다른 것도 있을까?

예를 들어 기존에는 철강이나 석탄을 호주에서 가지고 오는 게 시간은 오래 걸려도 더 저렴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오는 동안의 과정을 따져보면 오히려 가까운 중국에서 운송물이 빨리 들어오는 것이 결국에는 더 저렴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런 것을 우리가 가진 데이터로 추천해줄 수 있다.

또, 같은 섹터 안에 있는 회사 중에서 유난히 탄소 배출량이 적은 회사가 있을 경우 그 회사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그 활동을 경쟁력으로 시연할 수 있다.

SaaS로 서비스를 하려 한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가격을 생각하나?

보통 미국 회사들 같은 경우에는 한 달에 500달러 정도 비용이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단발적으로 한 번 컨설팅에 평균 5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비싸면 중소벤처기업부의 탄소지원 예산으로는 몇 군데 회사밖에 지원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디지털로 계산할 수 있는 저렴한 툴을 빨리 보급하면 좋겠다고 중기부에서도 이야기를 한다. 덧붙여서, 바우처로 쓸 수 있도록 바우처 사업도 지원하려 한다.

탄소중립 플랫폼이라는 사업 모델의 창업 시기가 지금이 적절하다고 봤나?

기업들이 준비해야 되는 타이밍은 사실 조금 늦은감이 있다. 올해부터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 사이즈가 큰 기업부터 순차적으로 공시를 해야하는데, 현대자동차 같은 회사는 본사만 계산하면 되는 게 아니라 그 밑의 벤더들이 발생시키는 탄소까지 모두 계산해야 하는 이슈가 있다. 국내 중소기업 중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사슬에 들어가 있는 회사가 많으므로 시급한 문제라고 정부부처들에서 이야기 한다.

앞서 ERP 이야기가 나왔는데, 기존의 ERP회사가 유리할 수도 있겠다

탄소 데이터가 기존의 회계 데이터하고는 굉장히 다르다. 기존의 회계 데이터는 기업의 비밀이 많아 데이터가 외부로 오가지 않도록 폐쇄적으로 설계하는 게 기본이었다. 그러나 탄소 데이터는 외부에 공개해야 하는 데다가 연결된 회사의 데이터까지 긁어와야 한다. 그래서 기존의 회계 데이터를 관리하듯 할 수가 없다. 기존의 ERP 회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호환을 쉽게 해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게 훨씬 더 맞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투자는?

프리A 규모로 준비 중이다. 투자금은 대부분을 인프라 구축하는 데 사용하려 한다. 고객 수가 많아질수록 안정적으로 서버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고객센터와 같은 물리적인 인프라를 세팅하는 것도 필요하다.

앞으로 계획

멤버들이 IT 기업 등에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보는 서비스나 사업에 대한 경험이 많다. 블록체인이나 메타버스처럼, 열리지 않는 시장을 개척해보려는 케이스였다. 그러다보니 피로도가 높아졌다. 이번에는 꼭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기술로 서비스를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창업했다.

그래서 생활에 녹아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지금 일하고 있다. 우리가 환경이나 AI 전문가로 알려지기보다, 탄소중립과 관련해 위기가 닥쳤을 때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지금 정도의 에너지와 비용만 들이고도 지속가능하게 영업할 수 있도록, 파트너와 같은 서비스로 자리잡고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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