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USD를 보는 두 가지 시각

지난 7일(현지시각) 글로벌 핀테크 결제 서비스 페이팔이 ‘페이팔 USD’라는 자사 스테이블 코인을 출시했다. 미국 대표 핀테크 기업의 가상자산 출시에 시장에서는 침체기인 코인 시장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가상자산 결제의 미래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고, 더 나아가 블록체인의 대중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다.

가상자산 분석 업체 쟁글 리서치팀은 “페이팔 USD 사례처럼 스테이블 코인이 디파이를 넘어 결제에도 사용되면 블록체인 대중화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규제 친화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향후 페이팔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할 잠재력이 높으며, 스테이블 코인의 시장 점유율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페이팔USD는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페이팔 지갑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결제, 개인 간 송금 수단으로 활용되며 페이팔 전자 지갑 및 호환이 되는 외부 지갑에도 이체가 가능하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달러 등 자산과의 연동을 통해 가치를 안정시키는 코인으로, 1달러 가치가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현재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는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 바이낸스의 BUSD가 전체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페이팔의 스테이블 코인 출시를 통해 판도가 바뀔 것으로 평가한다.

“페이팔USD로 스테이블 코인 시장 판도 바뀔 것”

본래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자산 거래와 탈중앙화금융(디파이)에서의 지급 결제 및 유동성 공급 수단으로 주로 활용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스테이블 코인의 리스크와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은행 계좌를 통한 지급 결제에는 높은 거래 비용과 상당한 처리 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상황 속 스테이블 코인은 거래 플랫폼 간에 자금을 이전하는데 편리성을 제공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거래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사용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계약을 기반으로 하기에 기존 서비스에 도입하기 다소 어려울 뿐더러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과거 메타가 ‘디엠’이라는 프로젝트로 일반적인 금융 결제 시스템에 가상자산을 도입하고자 했으나 실패했다”고 말했다.

페이팔USD의 등장에 시장에서는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판도가 바꿀 것이라고 예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 87% 이상이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의 USDT, 서클의 USDC, 바이낸스의 BUSD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법화가 아니라 스테이블 코인이 핵심적인 지급 결제 수단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 4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가지고 있는 결제앱 페이팔의 스테이블 코인이 다소 정체돼 있던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시된다. 한 가상자산 메인넷 관계자는 “페이팔의 경우 온라인에서 실질적인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을 수 있다“며 “크립토 업계의 방향성이 기존 변동성 높았던 가상자산 위주에서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범위로 진입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페이팔 같은 사업? 지속하기 힘들

물론 페이팔 사업에 긍정적인 의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페이팔USD가 전형적으로 기업 스스로의 문제 해결을 위해 초점이 맞춰진 상품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페이팔의 매출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던 상황 속, 페이팔USD는 페이팔 회사의 신사업의 일환이지 블록체인의 대중화나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됐다는 것이다.

백홍준 샌드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결론적으로 페이팔USD의 모델은 수많은 블록체인 기업들이 해결하지 못한 명제인 ‘왜 굳이 블록체인이 쓰여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며 “페이팔이 진짜 오픈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할 거 였으면 (차라리 코인 발행이 아닌) 비트코인을 도입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스테이블 코인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시가총액 50조원에 달했던 스테이블 코인 테라가 일주일도 안돼 99.99%까지 폭락하면서 밑바닥이 드러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관련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다소 국한돼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에서 통용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국내의 경우 은행 계좌(예금)를 기반으로 가상자산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미국이야 주마다 은행이나 결제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 같은 범용적인 자산이 필요하겠지만, 국내의 경우에는 은행 및 결제 구조가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필요성은 부족하다”며 “페이팔 같은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결제 시스템이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내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관심이 많은 상황 속, 스테이블 코인이 CBDC와도 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에서 더 환영받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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