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BN] 미술학도가 AI에 꽂힌 사연…“쇼핑몰, 로보MD에 맡기세요”

온라인 쇼핑몰의 화려한 화면 속 번쩍번쩍한 배너들과 광고문구. 수백, 아니 수천개 상품 가운데 중요한 것을 찜해 장식해 놓으니 절로 손이 가는 건 당연지사. 멋진 이미지에 홀려 당장 사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오늘도 지갑을 열게 만든다.

이 클릭 한 번을 유도하기 위해 쇼핑몰 MD들은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어떤 제품을 밀어야 할지, 또 배너 이미지와 문구는 어떻게 예쁘게 꾸며야 할지. 오늘도 머리를 감싸 쥐는 MD들의 하루가 이어진다.

“미술은 창의성 전쟁이에요. 수백년 역사 속 작품 중에 단 한 번도 겹치지 않는 걸 만들어 내는 게 순수 미술입니다. 문제점을 발굴하고 새로운 기술로 이를 해결해 많은 사람이 쓰도록 하는 제 일과 결이 다르지 않습니다.”

최윤내 아이클레이브 대표는 AI를 통한 자동화가 쇼핑몰 업무의 효율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사진=아이클레이브)

아이클레이브의 최윤내 대표는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순수 미술의 대표적인 분야다. 동시에 고등학교 시절부터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컸던 그는 이 둘을 접목한 아이템으로 대학 새내기 때부터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채팅 서비스를 출시하는가 하면 웹 에이전시의 디자인팀장으로 일하며 미술과 기술 분야를 넘나들었다. 이후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해 성공을 맛봤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이커머스 업계의 고충에 대한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통상 이커머스 웹사이트 화면에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게 디자인한 배너가 끊임없이 돌아간다. 하지만 수천개가 넘는 상품 중 어떤 것을 별도 배너로 만들어 보여줘야 할지, 또 해당 제품에 맞는 배너 디자인은 무엇일지, 언제까지 배너를 걸어야 할지 고민거리가 많은 게 문제다.

특히 초창기 쇼핑몰은 가뜩이나 적은 직원이 모두 매달려 배너 제작에 나서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소위 ‘노가다’에 지쳐버리고 외주를 맡기자니 비용이 늘어버리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몇몇 쇼핑몰에서 여름에 겨울옷 배너가 걸린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고충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마케터가 문구를 전달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 작업을 하고, 이를 웹사이트 관리자가 업로드 하는 프로세스에서 생기는 커뮤니케이션 수고는 되레 큰 쇼핑몰일수록 커진다.

자바, 빅데이터, 백엔드 개발 지식을 습득한 최 대표는 인공지능(AI)을 통한 ‘자동화’를 주목했다. 직접 쇼핑몰을 운영하며 배너 제작 업무가 얼마나 지난한 작업인지 몸소 체험한 터라 자동화가 가져올 편리함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클레이브가 내놓은 솔루션이 바로 ‘로보MD’다. 맞춤형 배너 디자인 제작과 생성, 나아가서는 문구 제작과 상품 추천까지 도와주는 자동화 솔루션이다.

AI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가 제품만 짚어주기만 하면 여기에 맞는 배경 컬러와 레이아웃까지 고려해 자동으로 배너를 만들어준다. 배너 교체 시기를 예약하는 것도 가능하고, 리뷰 숫자나 재고에 따라 필터를 걸어 해당 제품군만의 배너를 만들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웹사이트 방문자의 활동 정보를 통해 노출하는 배너의 종류를 달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자이너의 손이 필요한 누끼 작업도 해내는 것은 물론이다.

KT에서 AI 개발을 담당한 전문 엔지니어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개발한 로보MD는 자동화의 정확성도 높였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17건의 특허 기술을 보유한 것도 사람의 손을 대신하는 기술의 생명은 정확성이란 걸 깨달아서다.

최 대표는 “AI가 모든 것을 해결할 것 같지만 실제로 AI 하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그래서 아이클레이브는 다양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하는 로보MD는 이제까지 120여개 고객사에서 1만3000개가 넘는 배너를 만들었다. 그는 “300만개 이상 자체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비전과 콜라보레이션 알고리즘을 구축했다”며 “자동 위치변경, 자동 컬러추출, 자동 배경제거 등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만 있으면 배너를 척척 만드는 로보MD는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90% 이상의 해당 업무 감소 효과를 낸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알맞은 배너를 AI가 제작해주니 고객들의 반응도 좋아졌다. 고객사 데이터 분석 결과 방문자 체류시간은 147%, 상품 조회수는 13% 증가 효과를 보였다.

로보MD의 쓰임새는 무척 다양하다. 패션은 물론이고 가구, 뷰티, 안경, 식품 등 이커머스 쇼핑몰이라면 모두 로보MD의 운동장이 될 수 있다. 꼭 특정 제품 사진이 없어도 괜찮다. 아이클레이브는 챗GPT와 스테이블디퓨전을 접목한 ‘AI 디자인’ 서비스도 선보인다. 학원 온라인 강의 등 별도의 제품 사진이 없는 분야라도 생성AI가 적합한 이미지를 그려주고 홍보문구를 결합해 배너를 디자인해준다.

2015년 설립 이후 도약을 거듭해 온 회사는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린다. 독일의 마케팅 에이전시와의 협력을 통해 유럽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개인 맞춤형 운영을 고도화하고, AI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인건비가 비싼 유럽에서도 로보MD가 널리 사랑받을 것이라는 게 최 대표의 전언이다.

AI라는 연필을 쥔 그가 그리는 회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젤 대신 컴퓨터 앞에 앉은 그에게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과 기대감이 비쳤다.

최 대표는 “분야와 규모를 막론하고 플랫폼, 이커머스 분야라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며 “AI 자동화라는 신시장의 선두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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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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