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라이덕, 자전거 끝판왕 서비스 되겠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파워미터’라는 이름을 알고 있다면, 그렇습니다. 당신은 ‘자덕(자전거 덕후)’일 확률이 높다. 페달(또는 자전거의 몸체)에 달아 라이더가 안장 위에서 얼마나 힘(일률, 단위 시간 당 일의 양)을 쓰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기기다. 싸지도 않다. 하나에 최소 수십만원 짜리인데, 자전거 좀 탄다 하는 사람들은 파워미터 구매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런데 이렇게 비싸게 산 파워미터를 제대로 써먹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코치와 함께 하는 프로 선수가 아닌 이상 파워미터에서 얻어낸 데이터가 무얼  뜻하는지 바로 알아보고 계산하는게 쉽지 않을 뿐더러, 스스로 자전거를 더 잘 탈 수 있는 훈련법을 짜는 것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박상혁 라이덕 대표(=사진)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운동 생리학을 공부할 만큼 조금 더 집요했다. 자전거를 타 얻은 데이터를 일반인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짜봤고, 그걸 동호회에 뿌려 베타서비스로 운영하는 경험을 해봤다.

이게 되겠다 싶어 창업을 했더니 사업의 가능성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공동창업자로 합류한 원종석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그 중 하나다. 원 CFO는 이전에 엔씨소프트 계열사 대표를 역임한 재무 전문가다. 디지털 헬스케어 부문에서 영향력있는 투자사 DHP도 최근 라이덕의 시드투자에 참여했다. 지금까지 라이덕의 누적 투자유치액은 6억5000만원이다.

박상혁 대표, 원종석 CFO와 지난 26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라이덕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두 사람은 오늘 아침에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한, 말 그대로 자전거 덕후다. 심지어 여유 시간엔 뭘 하느냐고 물었더니 “자전거를 탄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전거가 이렇게 무섭다.

  • [참고: 라이덕 요점 정리]
    – 하는 일: 사이클 훈련 데이터 분석
    – 비교 기업: 트레이닝 피트, 즈위프트, 스트라바
    – 경쟁력: 아직까지 ‘운동 기록 -> 분석 -> 적절한 훈련량과 코스 제시 -> 운동 종류와 효과 해석 -> 소셜 공유’를 쉽고 직관적이게 일원화해내는 회사는 없다고 판단해 창업.
    – 비즈니스 모델: 현재는 베타 서비스 중. 내년 초 유료 버전을 내면 월 1만원 이하 구독료 모델을 도입할 예정.
    – 시장 가능성: 자전거 마니아들은 자신의 기량 향상을 위한 지출에 저항감이 적음. 자체적으로는 자전거 기량 향상을 위한 세계 서비스 시장의 규모를 연간 3500억원 정도로 파악.

피트니스 관련 서비스가 아주 많다. 라이덕은 기존의 다른 서비스들과 뭐가 다른가?

박상혁 CEO(이하 박상혁)= 자전거는 다른 운동보다 ‘장비병’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중급자를 넘어서면 사이클링 컴퓨터를 먼저 사고,  그렇게 자신의 속도를 알게 되면 또 다른 데이터를 보고 싶어하는 욕구도 생긴다. 그런 대표적인 장비 중에 프로 선수들이 쓰는 파워미터라는 게 있다. 프로 선수들이 쓰니 일반인들도 그걸 따라 샀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파워미터를 통해서 데이터를 갖게 된다고 해도 활용할 수가 없다는 거다. 혼자서 (데이터를 갖고) 공부를 하다보니까 내용 자체도 너무 복잡하고, 수치를 분석해주는 소프트웨어 자체도 너무 어렵더라.

하드웨 단말기를 하나 사서 달았다고 해서 아마추어들이 데이터를 해석하는 건 어렵다는 말인데

박상혁= 그렇다. 평균 속도나 힘 같은 건 분석할 수 있는데, 실제로 그 결과를 가지고 내가 트레이닝 하거나 기량을 향상시키는 쪽으로는 전혀 활용할 수 없었다. 원래 파워미터를 쓰는 이유는 자전거를 더 잘 타기 위해서 인데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그냥 숫자만 보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자전거를 열심히 타면서, 정말 이 데이터 분석을 쉽게 하는게 가능할지 혼자 공식이나 이론을 습득해가며 나름대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봤다. 라이덕의 초기 모습인데, 이걸 동호인 사이에 뿌려 보니까 사람들의 반응이 되게 폭발적으로 나왔다.

완전히 클로즈드 서비스로 1000명 정도한테만 폐쇄적으로 운영했는데 주변에서 그걸 보고 “나도 쓰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났다. 해외 시장 조사도 해봤더니 라이덕처럼 데이터를 쉽게 해석해 전달해주는 서비스가 거의 없더라. 사업화 가능성이 보여서 창업을 결심했다.

출처= 라이덕. 라이덕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기능들. 왜… 왜 이렇게까지.

비즈니 모델은 어떻게 되나?

박상혁= 아직은 유료 서비스를 하고 있진 않다. 판매를 시작하는 시점에선 구독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고, 구독료는 월 5000원에서 1만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점에서 라이덕의 기능이 데이터 분석 외에 고도화되는 것이 있나?

박상혁= 지금은 기본적으로 데이터 분석만 하고 있는데, (유료화 시점에서는) 운동 계획도 제공을 해줘야 하고, 블루투스 등의 다른 장치와 연결해서 인도어 훈련을 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하게 개발하고 있다.

원종석 CFO(이하 원종석)= 제일 큰 것은 상용화 시점에서 ‘소셜 기능’이 생긴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이라고 보면 된다.

기록을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시스템을 생각하는 건가?

원종석= ‘스트라바’는 세계에서 가장 큰 피트니스 앱이다. 그 스트라바에서도 일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한다.

박상혁= 스트라바를 ‘운동계의 인스타그램’이라고들 부른다. 운동하는 사진이나 경로 지도, 심지어 뭘 먹었는지도 올린다.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 여기에서 CEO도 했다.

인스타에 올리면 되는데, 피트니스 앱에 이런 소셜 기능이 필요하나?

원종석= 인스타에는 이런 운동 데이터, 기록 데이터가 없지 않나.

그렇다면 운동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스트라바가 이미 있는데?

박상혁= 지금 라이덕이 개발하는 내용들, 그러니까 실제로 사람의 운동 기록을 추적하고 분석해 가이드를 주면서 트레이닝을 코칭하는 것은 현재 스타라바에서 부실한 부분들이다. 그런 부분을 더 잘하는 걸 기반으로 단계별로 올라가려 한다.

운동 기록과 분석, 코칭, 공유까지 일원화하겠다는 이야기로 요약되나

박상혁= 그런 걸 다 통합하려고 하는 거다.

원종석=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파워미터를 써서 힘을 얼마나 썼는지 데이터가 나오면, 그걸 사이클링 컴퓨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수치를 스트라바에 연동해서 분석할 수 있는데, 이때 얻는 정보가 내가 오늘 아침에 자전거를 얼마나 탔고 그 거리가 얼마인지와 같은 통계치들이다. 이런 게 (지금 수준에서는)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는 거다.

박상혁= 왜냐하면, 내가 그 기록을 바탕으로 다른 트레이닝을 더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수치를 평균 내고 최고치 찾아주고 차트로 구현하는 것에서 기능이 개선되려면, “이 수준에서 당신은 어떤 운동을 더 해야 한다”와 같은 제안이 되어야 한다. 그 훈련을 하고 나면 그 훈련을 왜 했는지, 어떤 훈련인지도 분석해주고. 그걸 우리가 단계적으로 구현하려고 하는 거다.

약간 무식하게 표현해서, 파워미터와 같은 것이 인바디를 재는 기계라면 라이덕은 개인 트레이너(PT)라고 보면 될까?

박상혁= 기존에 전문 코치들이 하던 일을 머신러닝이 대체해주는 거다. 게다가 기존에는 어떤 훈련인지도 모르고 해왔던 부분도 있다. 훈련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다. 지금 한 것이 베이스 훈련이었는데 파워나 강도가 얼마였는지 등을 요약해서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다고 본다.

CFO 재무 전문간데, 어떤 부분에서 라이덕의 가능성을 봤나?

원종석= 이미 해외에 (라이덕과) 유사한 서비스가 있지만, 주로 프로 선수들이 쓰고 대중화는 안 되어 있다. 대중화가 쉬어보이지 않는데 라이덕은 유저 프렌들리하게 쉽게 설명하는 등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 저변을 확대할 수 요소들이 많이 있어 보였다. 게다가, 시장을 좀 조사해보니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시장이 꽤 컸다.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그렇게 많은가? 시장이 충분한지 궁금하다

원종석 = 어떻게 보면 적은 인구다. 그렇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 중에서 실력 향상을 원하는 이들만 해도 우리 회사가 충분히 잘 될 만큼의 시장이 될 거라고 본다.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하나의 서비스를 쓴다고 해서 다른 서비스를 쓰지 않는 그런 고객군이 아니기도 하다.

하나 예를 들면, ‘트레이닝 픽스’라는 앱이 있다. 현직 프로 선수들이 정말 다 쓰는 서비스다. 2021년 기준으로, 50만명이 쓰는데 무료 회원이 없다. 계산을 해보면 연매출이 150억원 정도 나온다. 즈위프트라는 서비스도 있다. 가상공간에서 사이클을 타고 그 기록을 분석하는 것인데, 회원이 250만명 가량 되고 연매출은 1500억원 정도다. 회원들이 월 16달러 정도의 구독료를 내면서, 기록 개선을 위한 장비도 많이 산다. 그만큼 구매력이 좋은 사람들이다.

우리의 계획대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면, 계산해보니까 글로벌로 3500억원 정도 매출이 나오는 시장이다. 즈위프트를 쓴다고 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전혀 안 쓰거나 하는 게 아니고, 새로운 기능이나 가치를 하나라도 더 준다면 또 다른 서비스를 충분히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이 시장에 있다.

인터뷰를 오면서 이미 헬스케어 회사가 많은데 새로운 스타트업이 과연 어떤 가능성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상혁= 사람의 상태를 여러 측면에서 측정하는 서비스들이 있지만, 데이터는 제대로 분석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 데이터들이 제대로 활용이 안 되고 잠자고 있다고 우리는 봤다. 그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경험의 가치를 높이는 시장이 앞으로 계속 올라올테니, 기회가 있다고 봤다.

데이터를 분석 알고리즘을 만드는 많이 어렵나? 후발주자들이 진입하기 어려울까?

박상혁= 일단 새로운 시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직접 운동을 하면서 이 알고리즘이 맞는지 틀리는지 그 범위를 알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해외에서는 운동 생리학자가 많고, 운동과 관련한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실험도 많이 하는데 국내에서는 그런 부분이 생소하다. 해외 쪽에서도 머신러닝이나 데이터 사이언스, 운동 생리학의 지식이 결합된 사례가 아직은 적은 편이다. 그래서 라이덕이 희소한 가치가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자전 외의 확장 가능성은?

박상혁= 유산소 운동 전반으로 확장 가능하다. 에컨대 높이와 속도를 측정해 운동량을 알아낼 수 있는 등산 같은 것들이 있다. 다만, 당장은 자전거에 집중하려고 한다. 일단은 자전거가 데이터의 질이 좋아 분석을 하기 굉장히 좋기 때문에 조금 더 집중을 많이 하려고 하고 있다.

내년 유료화를 위해 지금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원종석= 서비스의 안정화다. 그리고 유료 서비스에 걸맞는 기능을 갖추는 것, 이 두가지를 신경 쓰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 있는 것에 기능을 마구 덕지덕지 붙이려고 하진 않는다. 그렇게 되면 목표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피트니스에 돈이 많이 몰리는 영역이 다이어트이지 않나. 다이어트와 결합한 상품도 고려하나?

박상혁= 라이덕의 서비스 중에는 ‘지방이 얼마나 타느냐’를 꽤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그러나 다이어트는 라이덕이 추구하는 방향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우리는 ‘운동의 최적화’가 주요한 목적이다.

원종석= 나중에 다이어트 기능이 호응이 괜찮아지면 별도 사업으로 분리할 순 있을 것 같다. 라이덕이 만든 다이어트 서비스로. 그러나 지금은 살 빼는 것을 중심에 놓진 않았다.

유료 서비스 출시 외에 다른 계획이 있나?

박상혁= 글로벌 버전을 내놓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마케팅 시도를 하려고 한다. 프로나 엘리트 선수가 라이덕 서비스를 먼저 쓰게 해야 한다. 스포츠 시장에서는 프로 선수가 하는 걸 똑같이 따라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이다. 내년에 자전거 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큰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가 열리는데 거기 참여하는 선수들이 저희 서비스를 쓴다면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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