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6번째 시중은행을 만들려하나?
금융 당국이 5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굳어진 은행권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새로운 시중은행 유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현재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은행의 5자 구조에서 시중은행 한 곳을 더 추가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의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쟁촉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그동안 총 15차례 회의를 거쳐 6개 과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그 중 하나가 은행권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촉진하는 것으로, 세 가지 방안으로 나뉜다.
먼저,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허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은 지방은행으로,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이 대구은행이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대구은행이 가장 먼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만약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31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하는 셈이다.
금융위는 “금융사가 전환을 신청하는 경우 전환 요건 충족 여부를 심사해 전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는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의 신규인가를 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과점적 구조인 은행 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전환하려는 것이 당국의 의도다. 건전성, 사업계획 등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신규 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세 번째는 특화전문은행을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지금도 신용카드업, 저축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혁신금융 서비스, 업무위탁 등을 통해 다양한 특화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특화된 은행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해서 일반 은행 인가요건보다 완화한 인가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현행 제도의 틀 안에서 신청하는 영업 특성에 따라 인적, 물적 요건 등을 탄력적으로 심사할 계획이다.
현재 특화은행에 뜻을 밝힌 곳은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신용데이터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실제 영업 현황을 반영한 입체적인 데이터로 소상공인과 개인기업(개인사업자)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적시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소상공인 특화 은행 설립 추진 의사를 밝혔다.
금융위가 시중은행을 한 곳 더 추가하려는 이유
그렇다면 금융위는 왜 새로운 시중은행을 하나 더 만들고 싶은 것일까.
금융위는 시중은행의 경쟁 촉진을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금융위 측은 “은행업은 정량적으로는 경쟁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은행권 경쟁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도는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은행업의 핵심인 대출, 예금의 경우 특정은행이 점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나 구조적으로 보면 5대 시중은행이 전체 은행권 대출, 예금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은행권 내 5대 시중은행 비중은 대출이 63.5%, 예금이 74.1%, 자산이 63.4%를 차지한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비슷한 금리의 금융상품을 제공해 금융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경쟁효과를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또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3사를 제외하고 시중은행, 지방은행에 대한 새로운 인가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은행 3사가 은행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기준금리 인상도 영향을 미쳤다. 2022년부터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과도한 수신경쟁으로 조달금리가 상승한 것도 대출금리 인상에 영향을 줬다.
이런 가운데 5대 시중은행은 과점적인 구조 하에 코로나로 늘어난 대출규모를 기반으로 역대 최고 수익을 달성했다. 금융당국은 “은행 이자수익이 미래를 위해 활용되거나 국민에게 환원되기보다 임직원과 주주를 위한 성과급과 배당으로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국민들에게 낮은 비용(금리)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고 은행권 수익구조와 수익 활용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일각에선 새로운 시중은행이 진입하더라도 기존의 과점 체제를 깰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한다. 인터넷은행이 출범 전 시중은행의 과점체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큰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이미 비대면을 통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프라인 영업망이 문제라면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점을 못낼 뿐이지 지금도 대부분 거점 지역에 영업점이 있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지방은행이 기존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네트워크 및 영업 규모에 있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쟁효과가 나타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아마도 당분간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깨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은행권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인가와 시중은행 전환에 관련된 금융당국의 분위기가 전달된 만큼 업계에는 ‘언제든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할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고, 각 은행들이 여수신 금리 경쟁력 강화, 사업영역 다각화, 건전성 관리 강화 등 다양한 분야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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