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어떻게 물류를 바꿀 수 있나
인공지능(AI)은 물류 시장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유통산업연합회가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주관한 ‘제 11회 유통산업주간’에서 최형욱 CJ대한통운 상무는 ‘디지털 유통 물류 트랜드 변화와 AI 기반 운송 혁신’ 발표에서 유통의 디지털화와 AI가 바꾼 운송 산업의 혁신을 다뤘다.
현재 옴니채널, 멤버십, 배송 경쟁은 유통 채널을 이용하는 고객의 가치를 증대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다. 또 기업에게 있어서는 고객 유입 확대를 통한 데이터를 확보해 새로운 사업이나 차별화를 고민할 수 있다.
우선 옴니채널 경우 온라인 쇼핑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가운데,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는 여전히 오프라인과의 경계가 파괴되는 옴니채널과 영역을 넘어선 혁신을 고민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약 206조원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원한다. 삼정KPMG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 중 58%는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공하는 체험형 요소를 경험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최 상무는 “유통사는 소비자에게 온오프라인 전환 시 심리스한 경험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오늘드림으로 오프라인 유통망을 온라인으로 확장한 CJ올리브영, 온라인을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패션에 대한 고객 경험 확장을 위해 오프라인으로 영토를 확장한 무신사, 식품에서 뷰티로 확장한 컬리는 영역의 파괴를 이끈 예시다.
멤버십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최 상무는 “(멤버십이) 사용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소비자가 락인이 되고 생태계 내에서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특히 서비스 하나하나의 멤버십이라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 생태계 내 락인을 노리기 위해 여러 서비스를 묶어 하나의 멤버십으로 제공하는 점이 과거의 멤버십과의 차별점이다.
배송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 새벽배송이 등장했다면, 이제는 익일 도착 보장 배송 서비스, 몇 시간 안에 상품을 배송하는 당일배송까지 등장했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올리브영 오늘드림, 쿠팡 로켓배송, 컬리 ‘샛별배송’, 무신사 ‘플러스배송’, 네이버 ‘도착보장’, 지그재그 ‘직진배송’ 등이 모두 배송에서의 혁신을 이끈 사례다.
최 상무는 옴니채널, 멤버십, 배송에 대해 “이 세 가지 모두 오프라인 유통에서는 유연성을 가지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디지털, 플랫폼의 유입으로 과거와는 다른, 고객의 특성, 데이터를 사업에 연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데이터는 향후 사업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상무가 키를 잡고 있는 CJ대한통운의 신사업 ‘더운반(The Unban)’도 AI를 기반으로 한 운송 혁신을 추구한다. 더운반은 지난해 12월 출시된 AI를 기반으로 차주와 화주를 직접 연결하는 중개 플랫폼이다. 배송 요청부터 8단계에 달하는 거래 구조를 자동화했으며, 운임 및 비용 절약, 운송 업무 편의성 증대, 실시간 운송 이슈 파악 및 대응, 화주 맞춤형 서비스가 마련됐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AI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운송 서비스를 혁신하고 있다. 최 상무는 이 때 “운송은 창고에서 창고, 혹은 창고에서 최종 소비자까지 연결하는 부분”이라며 짧은 거리 내에서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배송과 나눠 설명했다.
운송 분야에서 AI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는 ▲자율주행 ▲운송 관리 시스템(TMS) ▲운임 등이다. 우선 일반 자율주행 경우 많은 변수가 있어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운송에서의 자율주행은 보다 간단하다. 최 상무는 “현재 나온 다양한 자율주행 기능들을 운송 트럭 등에 탑재하면, 서울부터 부산까지 반자율주행 방식으로 도착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운송에서 자율주행을 도입하면 비용 절감 안전성 효율성 지속가능성 인력 부족 해결 등 여러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보스턴컨설팅 그룹과 미국의 자율주행 트럭 업체 코디악 로보틱스가 PoC를 진행하며 낸 결과에 따르면, 자율주행 솔루션을 도입하면 30% 이상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트럭이 사용화되고 있다.
TMS 확장도 AI를 기반으로 한 운송 혁신이 가능하다. 이전 주문관리 시스템(OMS), 창고 관리 시스템(WMS)까지는 연계가 쉬웠으나 TMS까지는 연계가 어려웠다는 게 최 상무의 설명이다. 쿠팡, 컬리 등 앞단의 커머스부터 뒷단 물류까지 책임지는 기업들은 배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시스템화해, 이 때 나타난 데이터를 활용해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한다. 더운반 경우에도, 복화 즉 화물을 AI로 자동 배차해 차주는 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안정적인 운임 산정도 AI를 이용해 가능하다. 최 상무는 “창고부터 창고로 이동하는 미들마일 운임은 표준 운임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더운반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에서 부산을 내려갈 때 50만원대인 운임이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는 40만원대로 떨어지기도 한다. 동일 구간임에도 몇십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일도 있다. 운송료 산출 방식이나 배차 과정이 중개업자들의 주관적 경험에 의존돼 발생한 일이다. 차주와 화주 양측 모두에게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최 상무는 “머신러닝 등을 활용해 산정한 비용으로 적절한 운임을 산정하고 있다”며 “상하차지, 차량 정보, 품목 등 정보를 입력하면 거리와 소요시간을 감안해 AI가 운임을 산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더운반 부스에 방문한 한 이용자는 경기도에서 이동하는 비용 산정 범위를 보고 “확실히 저렴하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