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어떤 이야기 오갔나

인터뷰를 가면 십중팔구 나오는 말이 “투자 유치가 힘들다”는 겁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죠. 상황이 빨리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체감 온도가 실제 기온과 일치하는지, 투자 겨울이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것인지 들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8일부터 9일까지, 이틀에 걸쳐 전주 라한호텔에서 열린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스생컨)가 매년 지역을 바꿔가며 개최하는 행사인데, 스타트업 창업자와 벤처투자자들이 주로 모여서 현황을 공유합니다.

올해 스생컨에서는 한국과 미국, 유럽, 중국의 투자 시장을 훑어 볼 수 있도록 현지에서 활동하거나 혹은 현지 소식을 자주 접하는 이들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 일부를 옮겨서 대략적인 상황을 살펴볼까 합니다.

(사진= 왼쪽부터 김도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장, 김용현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김창원 전 타파스미디어 대표, 피에르 주 코렐리아캐피탈코리아 대표, 조상래 플래텀 대표)

한국

_ 올 1분기 국내 신규투자 규모는 지난해 동기 대비 60% 가량 감소한 8800억원으로 집계.
_ 2022년 국내 신규투자 규모는 13조6000억원으로 2021년 대비 약 20% 감소. 글로벌 감소폭인 30~35% 대비 적은 수치로, (그간 과열되어온 투자시장을 생각하면) 비정상의 정상화로 해석.

그러나,

_ 투자재원은 꾸준히 증가. 2022년 벤처투자조합 약정총액은 약 51조원, 신기술투자조합 투자잔액은 약 18조원. 국내 드라이파우더(투자집행을 위해 기업이나 투자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는 투자가 과열됐다던 2021년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이 정리한 최근 투자 현황입니다. 창업자들이 투자한파를 느끼는 것에 비해 시장에는 아직 투자금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죠.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꼭 스타트업 투자시장에 유리한 것일까요? 최항집 센터장은 이를 두고 “스타트업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지만 투자자에게는 화약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왜일까요?

지금처럼 시장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VC들이 드라이파우더를 어떻게 쓰느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입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VC들이 운용하는 자금에는 ‘운용기간’이라는 게 있습니다. 투자금을 한없이 가지고 있을 수 있는게 아니라 일정 기간 안에 모두 투자로 소진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시기는 어떤가요. 기업가치(벨류에이션)가 크게 조정되고 있죠. 금리는 계속 오르고, 투자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보는 시장에서 리스크는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리턴이 줄어 들고 있다”고 판단되니, VC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요.

물론 모든 VC들이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최항집 센터장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투자사 중 79%가 투자 여력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이 말인 즉슨 VC 사이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난다는 거고요. 그래서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VC 역시 문을 닫는 곳이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다른 나라는 상황이 다를까요? 일단 미국으로 가려하는데, 그전에 글로벌 개괄부터 잠깐 볼까요?

글로벌

글로벌을 읽기 위해서는 지난 10년 간 경제상황부터 봐야 한다고 김용현 인비저닝 파트너스 대표가 조언합니다. 인비저닝은 1세대 임팩트 투자사로 국내에서는 처음 기후펀드를 만든 곳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글로벌 시장은 상당히 변동성이 컸죠. 그중에서도 아주 최근의 사례만 봐도
_ 고금리 인플레이션 지속
_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_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과 같은 상황이 저성장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고요. 결국 이런 상황이 복합적으로 주식시장에 반영되면서 변동성은 높고 침체된 주식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김 대표는 지적합니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이러하니 글로벌 벤처업계의 투자 현황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입니다. 2021년 4분기 고점을 기준으로 5분기 연속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죠. 투자 자금을 모으는 것(펀드레이징)이 어려워졌고, 기업 가치는 하락하는 시기를 거치게 됐고요.

그러나 김 대표는 지금을 “뉴 노멀의 시기”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기억하세요? 은행이 망할지 누가 알았겠어요. 은행이 그러한데, 스타트업은 오죽 하겠습니까. 이런 경제 현상은 벤처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겠죠.

저성장, 고금리라는 새로운 구조가 뉴노멀로 자리잡는 상황에서 스타트업에 요구되는 것은 ‘현금 흐름 확보’와 ‘수익성’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좀 어려운 과제입니다만, 과거처럼 “일단 덩치부터 키우자”는 방식에는 이제 시장이 우려를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적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주로 세 가지 분야가 눈에 띈다고 귀띔했는데요. 첫째,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AI’ 부문입니다. 이 영역은 한동안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봤고요. 두번째는 AI와 연동되죠. 사이버 보안 영역입니다. 김 대표는 “보안은 경제 상황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면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봤습니다.

마지막 세번째. 임팩트 투자사 답게 기후위기를 꼽았습니다. 기후변화라는 것은 인류의 생존과 관계된 것이므로, 바뀌지 않는 트렌드로 자본과 시장이 집중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자, 이제 세부 지역으로 가볼까요? 미국과 유럽, 중국에 관한 이야기는 이 기사에 곧 이어서 붙이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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