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과 싸우는 로앤굿 “법조계의 토스 되겠다”

올해 초 있었던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회장 선거에서는 이전과 다른 기류가 읽혔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을 막겠다는 후보와 대화에 나서겠다는 후보 간 득표 차가 각 3909표와 3774표로 단 135표에 불과했던 것. 2년 전, “플랫폼 척결”을 말했던 후보가 결선에서 큰 표 차로 회장에 당선됐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그러나 변협의 새 지도부도 여전히 법률 서비스 플랫폼을 불편해 한다. 최근에는 변협이 리걸테크 스타트업인 로앤굿을 형사 고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22일 서울 삼성동 로앤굿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사 민명기 대표는 “변협이 사실을 왜곡해 형사고발한다면 무고죄로 맞고소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로앤굿은 변호사 견적 비교 서비스로 시작해 지금은 소송 금융, 법원 기일 알람 등으로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소송과 관련한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제공하는 ‘법조계의 토스’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창업자인 민명기 대표는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숫자보다는 “가치를 다루는 것이 좋아” 변호사가 되었다가, 법률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 플랫폼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민 대표에게 현재 변협과 갈등의 핵심이 무엇인지, 법률 서비스 시장 자체를 키우기 위한 방법론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그는 “의뢰인이 쉽게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법률 서비스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면서 “시대적 흐름과 기술발전을 막을 수 없으니 변호사도 이를 수용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Part1. 의뢰 중심의 법률 플랫폼

또 다른 리걸테크인 ‘로톡’과는 뭐가 다른가?

로톡은 변호사들이 광고를 올리는 플랫폼이고, 로앤굿은 변호사가 의뢰인에 제안서를 발송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로톡이 변호사의 업무 효율을 증진하려 한다면, 로앤굿은 의뢰인의 편의를 증진하는 데 목적을 뒀다. 또 다른 서비스로는, ‘소송금융(소송펀드)’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건 (국내에서) 로앤굿이 처음 했다.

소송에 금융 서비스는 어떻게 적용될 있나?

의뢰인 대신 변호사 비용을 먼저 내준다. 소송에서 지면 의뢰인에게 소송 비용을 받지 않고 저희가 손실을 보고, 이기면 성공 보수처럼 별도의 비용을 더 받는 구조다. 그 소송에 로앤굿이 투자를 하는 것과 같다.

** 소송금융은? 투자금을 확보해 소송 비용을 대신 내주고, 승소할 경우 생기는 배상금으로 수익을 가져가는 모델이다. 미국의 버퍼트캐피털 같은 곳이 대표적인 소송펀드 회사다. 

다른 나라에는 있는 모델인가?

해외에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모델이다. 일본에서도 4년 전에 처음 나와 이제는 활성화가 되기 시작했다.

이런 모델이 필요한가?

국내 변호사 수가  지난 10년간 1만명에서 3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렇지만 소송 사건의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법률 시장의 파이는 그대로인데 변호사의 수만 늘어난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나홀로 소송’의 비율은 80%다.

변호사를 그만큼 안 쓴다는 말인데, 가장 큰 이유가 비용 부담이다. 이럴 때 소송금융이 있다면 자기 돈으로 소송을 시작하지 않아도 되니 의뢰인으로서는 변호사 고용의 부담이 적다. 소송금융이 있으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던 의뢰인도 더 많이 변호사를 쓰게 될 테니 법률 시장 자체를 키울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소송금융이 로펌에도 유리한가?

벌써 한 달에 100건 넘게 신청이 들어온다. 중대형 로펌들도 이미 사용하고 있고. 로펌이 소송금융을 좋아하는 이유는, 저가수임을 하지 않아도 되서다. 착수금을 갖고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다. 다른 나라에서는 소송금융 회사가 대형 로펌하고만 일하기도 한다.

승소해야 돈을 버니 무조건 지원하진 않겠다

내부적으로 소송 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고도화하고 있다. 승소 가능성과 최종 집행 가능성(상대편이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 예상되는 소송기간 등을 고려한다.

투자를 꽤 유치했는데, 소송금융에서 평가를 받았나?

지난해 8월에 7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누적 투자액은 약 100억원). 그때는 소송금융 서비스를 내지 않았던  때인데, 그보다는 로앤굿이 ‘의뢰인 중심의 플랫폼’을 표방했다는 걸 평가받았다. 의뢰인이 많으면 변호사가 알아서 들어오게 되니 플랫폼으로서 성장이 빨랐다.

또 다른 사업 모델은?

지난해 법원 기일 관리를 하는 ‘케이스마스터’라는 서비스를 인수했다. 오는 7월에 이 앱을 업데이트 한다. 권경애 변호사 불출석 사건이 있었는데, 이런 사태가 생기면 의뢰인은 그간의 소송 진행 상황을 알 수 없어 피해를 입게 된다. 법원에서는 변호사에게 공시를 해주는데, 케이스마스터 같은 서비스에 사건 번호를 넣으면 자동으로 관련 공시 내용을 불러와 의뢰인이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서비스의 골자다.

앱을 업데이트하면서는 의뢰인과 변호사가 법원의 실시간 공지를 공유하면서 채팅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 새로 들어간다. 이 채팅창에서 중요한 정보를 보면서 변호사와 바로 상담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의뢰인 기준으로 어느 정도 로앤굿의 서비스를  있나?

매월 20만명, 연간으로는 200만명 이상이 들어온다. 착수금 기준으로는 연간으로 1000억원에서 1500억원 사이의 사건이 등록된다.

리걸테크 일반 국민에게는 어떤 이점이 있나

일반 국민이 누리는 법률 서비스의 다양성이 다른 곳과 비교하면 정말로 적다. 로앤굿은 처음에 ‘변호사 견적 비교 플랫폼’으로 나왔다. 생각해보면 다른 분야는 견적 비교가 많은데 법률은 없다. 별 것 아닌 서비스도 여기엔 없는 거다. 거시적으로 말하면, 일반 국민의 사법 접근성이 떨어져 있는데 이걸 AI가 보완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평소에 궁금한, 작은 법적 질문을 물어볼 데가 없다. 변호사에 물으면 좋겠지만 너무 멀고 비싸다고 느껴진다. 병원만 봐도 동네 지역 기반이라 조금만 아파도 가서 진료 받고 왜 아픈지 물어볼 수 있다. 법률에도 그런게 필요하다. 적어도 내가 임대인한테 문자를 보낼 때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를 물어볼 데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AI를 활용한 서비스가 법조에서는 1차 병원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

그렇다. 그밖에 소송 금융은 민간의료보험 같은 기능을, 법원 기일 관리를 알려주는 앱은 대형 병원의 진료 차트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Part2. 변협과의 끝나지 않는 전쟁

변협과의 갈등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에 변협이 로앤굿을 형사고발한다는 뉴스가 있다

그렇게 보도가 나왔다. 변협이 로앤굿을 형사고발하겠다고 내부에서 결론을 지었다는 내용이다.

변협이 문제 삼는 것이 무엇인가?

사실상 로톡과 같은 이슈다. 유상으로 변호사를 알선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다. 그러나 변호사법에 따르면, “특정한 변호사를 알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반대로, 특정한 변호사를 알선하는 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플랫폼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어떤 변호사든 제안서를 보낼 수 있다. 변호사와 의뢰인이 자유롭게 연결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모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변협이 형사고발할 경우 어떻게 대응하려 하나?

무고죄로 맞고소하겠다. 변호사법 상으로 브로커 처벌을 하려면 두 가지 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 특정한 변호사와 결탁을 해야 하고, 변호사 선임 여부를 전제로 사후적인 수수료를 받으며 안 된다. 돈을 받았다고 불법이 아니다. 로앤굿은 의뢰인이 플랫폼에서 불특정 다수의 변호사로부터 제안서를 받도록 하고, 수수료도 변호사 선임 여부와 상관 없이 사전에 수취하기 때문에 변호사법 상 문제가 없다.

변협이 고소하거나, 혹은 고소하겠다는 입장일 경우 플랫폼은 어떤 영향을 받나?

변호사들의 활동이 많이 위축됐다. 변협이 로앤굿을 고발하겠다는 내부방침을 정했다는 MBC의 보도가 나간데다, 그 전부터 변협이 로앤굿을 조준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면서 최근 두세달 간 변호사의 제안서 발송 참여도가 거의 30% 가량 감소했다.

경제학 전공했는데 왜 사법고시를 봤나. 그러지 않았다면 힘든 길로 들어왔을텐데(웃음)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가치를 다루는 것이 재미있었다. 경제에는 옮고 그름이 없지 않나. 그런데 (막상 변호사가 되고 보니) 논쟁이 많다(웃음).

심지어 지금은 논쟁의 가운데 있다. 창업할 이런 상황을 예상했나?

예상 못했다. 변호사협회(변협)가 로앤컴퍼니(로톡)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한 것에 대해 법원이 모두 무혐의를 낸 이후에 창업을 했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이 모두 리걸테크에 반대하는 분위기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변협이 전체 변호사를 대변하고 있지는 않다. 변호사들의 여론도 많이 돌아섰다. 그걸 보여주는 것이 이번 변협 회장 선거였다. 1번 후보는 “플랫폼 척결”을, 2번 후보는 “플랫폼과의 대화”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두 후보가 정확히 플랫폼 아젠다로만 맞섰는데, 거의 비등비등한 득표수를 기록했다. 전체 변호사 유권자 2만5000명 중 만여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표 차가 거의 100표 밖에 나지 않았다. 그런데 2년 전 변협 회장 선거 때는 플랫폼 척결 공약이 압도적으로 지지를 받았다.

2사이에 여론이 많이 바뀌었다

변호사들은 정치적 판단보다는 법적 판단을 중요하게 본다. 시대적으로도 온라인이나 AI 기술이 이렇게까지 발전하는데 언제까지 막기만 할 것이냐에 대해 공감대도 생기고 있고. 변호사들의 여론도 현재 변협 집행부와는 많이 다르다고 본다.

변협의 문제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변협이 가진 권한이 굉장히 크다. 모든 변호사가 의무 가입해야 하고, 심지어 징계 권한도 갖고 있다. 의사에 대한 징계는 보건복지부가 하는데, 변호사는 변협이 한다. 거의 국가단체에 준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플랫폼을 이긴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이걸 자신들의 업적으로 삼는다. 그래야만 다음 선거에서 또 이길 수 있으니까. 이런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변호사의 여론이다. 변호사가 리걸테크에 더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리걸테크가 인공지능 기반이다 보니 나중에 일자리를 빼앗기게 될 것 같다는 우려도 있을 것 같은데 

법으로 인공지능 못하게 막을 순 없지 않겠나. 시대적 흐름과 기술 발전은 막을 수 없다. 따라서 변화를 수용하는 게 먼저다.  그다음에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가이드라인이다. 예를 들어서, AI가 소액을 받고 소장을 쓰게 된다면, 되지도 않을 소송을 모두 제기하고… 그런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소송이 남발있겠다

소송 상대방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가만히 있는데 소장이 계속 날아오니까 상대방도 대응을 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기 때문에 이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담론을 만들어서, 건설적인 방향으로 가게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AI에 의한 서류 자동 작성 서비스에 “소프트웨어가 만든 서류에는 반드시 소프트웨어가 만들었다고 명시하라, 변호사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시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잡아 놓았다. 우리도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오히려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자유롭게 하고, 이후에 다 불법이라고 하게 되는 거다.

리걸테크가 되려면 어떤 환경을 마련 해야 할까?

변호사가 주인공이어야 한다. 변호사가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리걸테크의 속도나 방향성이 엄청나게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상담이나 변론 등 모든 법률 서비스는 변호사가 없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은 법률 시장이 300조원이 넘는다. 미국의 소송금융 회사 하나가 운용하는 소송 펀드의 규모도 3조원 씩 한다. 무슨 말이냐면, 소송금융회사가 로펌에 쏘는 착수금이 1년에 3조원이라는 말이다. 이런 서비스를 변호사들이 엄청나게 많이 쓴다. 자기 수임을 늘리기 위해서다.

소송금융과 같은 서비스는 변호사가 많이 쓰지 않으면 확장이 어렵다. 2000년대 초반에 로스쿨이 도입된 일본도 법률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 변호사들이 리걸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꾸 정부에 “소송 시장은 그대로인데 변호사 정원을 왜 계속 늘리느냐”고 불만을 터트리는 것보다는, 변호사들이 리걸테크를 적극 받아들여 시장을 키울 노력을 하는게 더 낫다고 본다.

변호사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변협에서도 리걸테크를 다루는 더 공개적인 위원회가 열려야 한다. 지금은 집행부 내 비공개 상임위원회에서만 논의한다. 위원회가 정치 조직화돼서 (리걸테크와 같은 것을) 선거 아젠다로 소비하고 있는데, 다양한 변호사가 참여하는 투명한 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법조계의 ‘토스’와 같은 종합 법률 플랫폼을 구축하려 한다. 변호사를 만나기 전에는 AI 챗봇 상담을, 변호사를 만나고플 때는 제안서 제공 서비스를, 정말 원하는 변호사가 있는데 돈이 부족하면 금융 서비스를, 소송 과정을 체크하고 싶을 때는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종합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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