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 어떤 의미를 갖나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 = 사진)가 방한했다.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이후 이번 방한에서 그의 행보는 창작자와 제작자의 만남에 초점을 맞췄다. 21일에는 박찬욱 감독과 함께 영화학도 100인과 간담회를 갖고 “스토리텔링의 힘”을 강조했고, 이튿날인 22일에는 제작자, 시각효과 파트너(VFX)와 함께 미디어 간담회를 열어 “콘텐츠 제작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을 말했다.

자리에 함께 한 제작자들은 넷플릭스와 일한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현재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넷플릭스의 의미

“사전제작과 충분한 지원/ 글로벌 진출 가능성/ 기획자의 의도 존중”

22일 테드 서랜도스 CEO와 함께 무대에 오른 넷플릭스의 제작 파트너, VFX 파트너들의 이야기를 키워드로 꼽으면 이렇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이 글로벌로 작품을 전달하는 통로가 되는 데다, 사전제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이전보다 기획자의 의도를 살린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높이 샀다.

왼쪽부터)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VP,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 임승용 용필름 대표, 김지연 퍼스트맨스튜디오 대표,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 김수아 시작컴퍼니 대표

구체적 이야기는 이렇다. <솔로지옥> 및 <19/20>을 제작한 시작컴퍼니 김수아 대표는 “(기존에는) 예능을 제작하면서 주 당 1편, 일년에 50편씩 제작해왔는데, 넷플릭스에서 예능을 하면서 처음으로 사전제작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이 “기획이나 구성, 촬영 후에 크리에이터가 집중할 환경을 만들어 줬고, 기획의 틀 자체가 달라지게 했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더 했는데, 방송국에 의존을 덜하고 자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면서 예능 생태계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부분이다.

<D.P.> 및 <지옥>을 선보인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의 변승민 대표는 “넷플릭스는 정형화된 흥행 공식 대신 기존에는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스토리텔링이나 소재 및 연출 등의 다양한 도전을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변 대표는 넷플릭스에 “많은 창자자가 지속 가능하게 창작하도록 수익적인 부분에서 재미있는 룰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오징어게임>을 만든 퍼스트맨스튜디오 김지연 대표는 “모든 작품이 다 넷플릭스로 몰린다는 말을 제작자들 사이에서 많이 한다”면서 “글로벌로 나갈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제작자에 큰 힘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넷플릭스에 “(글로벌로 나갈 수 있도록) 마케팅과 배급에 많은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로벌로 도전할 수 있는 환경 마련 부분에서 <독전2>, <로기완> 등의 영화를 제작 중인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의 말이 인상 깊었다.

그는 “프랑스 영화를 원작으로 일본 배우를 캐스팅해 함께 하는 작품을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 중”이라면서 “이야기나 언어를 탄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넷플릭스가 가진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좋은 스토리라면 그 스토리가 어떻게든 만들어질 수있도록 지원해왔던 초심을 잃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서랜도스 CEO는 임승용 대표의 말에 “문화와 경계를 넘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며 “다양하고 탁월한 콘텐츠가 크리에이터의 의도대로 만들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왼쪽부터) 이성규 넷플릭스 한국 및 동남아시아, 대만 프로덕션 총괄 시니어 디렉터,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 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 홍성환 스캔라인VFX아이라인스튜디오 코리아 지사장

한편 이 자리에는 시각효과 기업들도 자리했는데, 특히 <스위트홈> <지금우리학교는> <더글로리> 등의 제작에 참여한 웨스트사이드의 손승현 대표가 자리했다. 시각효과가 강조되는 작품에는 주로 장르물이 많은데, 넷플릭스가 활성화되면서 그간 (제작비와 제작 시간이 많이 들고 시장이 비교적 작다는 한계를 가진) 장르물도 함께 많아졌다.

손 대표는 “웨스트월드의 VFX와 색 보정(DI) 담당 작품도 7편에서 2022년 57편으로 8배나 증가하는 등, 넷플릭스와의 동행을 통해 양적인 성장은 물론 제작 인프라를 강화할 수 있었다”면서 “글로벌 쇼에도 같이 협력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넷플릭스는 지금 왜 이런 메시지를 내나

잘 나가는 넷플릭스지만 지금 위기론이 나오기도 한다. 이미 충분한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이므로 가입자와 매출 면에서 성장의 둔화에 부딪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그 방법론 중 하나가 새로운 계정 공유 방식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가정 밖의 계정 공유를 막고 있다. 쉽게 말해서 가족이 아니면 계정을 같이 못 쓰거나, 혹은 추가 요금을 내도록 한 정책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 계정 공유 금지를 시작하진 않았는데, 이번 간담회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걸 시사했다.

서랜도스 CEO가 “계정 공유 방식의 변화는 글로벌하게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 곧 한국에서도 같은 정책이 시행될 것을 예고한 것이다. 기업의 이익 증대를 위해서는 택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돈을 더 내게 생긴 시청자들에게는 환영받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국에서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놓고 이동통신사와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서랜도스 CEO는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가 인터넷 회사(ISP)를 위해 10억달러의 돈을 들여 오픈 커넥트(캐시 서버)에 투자 했고 이를 통해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토록 했다”면서 “이걸 더 좋은 기회로 ISP와 협업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캐시 서버 투자로 데이터 전송과 관련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SK브로드밴드의 망사용료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랜도스 CEO의 방한과 그가 내놓은 창작 지원 메시지는 넷플릭스의 기업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는 “넷플릭스 전 세계 회원의 60%가 한 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시청했다. 경이로운 수치”라면서 한국의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로 성공한 사례를 재차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의 성장에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으며 공생 관계라는 는 걸 짚은 것이다.

이날 넷플릭스의 발표 중 흥미로운 것은 신예 창작자에 대한 지원이다. 미래 한국 콘텐츠를 위한 신예 발굴은 기업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기도 하지만, 앞서 말한 ‘한국과의 공생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뜻도 된다.

서랜도스 CEO는”2022년부터 2025년까지 넷플릭스가 선보일 한국 콘텐츠 다섯 편 중 한 편은 신예 작가 혹은 감독의 데뷔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넷플릭스는 향후 4년 동안 한국에 25억달러(약 3조2475억원)를 투자할 것”이라며 “이러한 투자는 스크린의 앞과 뒤에서 활약할 차세대 창작자 양성도 포함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장 질의응답 요점정리

정 공유 방식 바뀌는 것, 한국에는 언제 도입하나?

테드 서랜도스 CEO(이하 테드)= 계정 공유 방식의 변화는 글로벌하게 지속할 예정(이므로 한국도 당연히 바뀜). 다만, 언제 할 지는 오늘 발표는 어렵다.

워싱턴에서 밝힌 투자 확대를 콘텐츠 성공에 따라 창작자에 충분한 보상하겠다는 시그널로 이해하면 되나?

테드= 물론. 한국과 상호 성장에 의지가 있다. 더빙, 자막 등 모든 분야에 투자하고 파트너십을 이뤄간 것이 K콘텐츠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 경제적으로 웹툰과 웹소설, 음악, 뷰티, 관광 부분에까지 파장을 일으켜왔다고 본다. K콘텐츠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5조6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내고 1만6000개 일자리를 만들었다. 한국에 대한 넷플릭스의 의지가 증명됐다고 본다.

강동환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이하 강동환)= 충분한 제작비 지원에 창작자에 대한 보상도 같이 들어가 있다. 성과를 보인 작품이 다음 작품 시즌을 준비할 때 더 큰 보상이 마련된다.

향후 4년의 투자가 어떤 분야에 집행되나? 상생 방안은?

테드= 다양한 분야에 투자. 예능이나 시리즈 제작은 물론이고 창작 생태계,  교육, 트레이닝, 카메라 앞과 뒤에 일하는 모든 분에 대한 지원을 포함한다.

강동환= 4년 투자 장기 발표하면서 창작자들이 어던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시청자들이 뭘 보고 싶어할지를 고민해 긴 계획 세워 같이 실행해 갈 기회라고 본다.

헐리우드와 비교했을 때 한국 콘텐츠만이 가진 특징은?

테드= 대단한 스토리텔링의 힘을 가진 나라다. 스토리텔링은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패션과 음악 음식 등이 스토리텔링이 함께 가는 느낌이 든다는 것. 한국만큼 그렇게 느껴지는 나라가 없다. 이런 모든 다양한 요소가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 묻어난다. 정해진 공식이 없다는 것도 강점. 위대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고 상업적으로도 훌륭할 뿐만 아니라 창의적으로도 퀄리티가 있다. 한국드라마를 보면 아름다운 장면, 공간, 이야기, 에측불가능한 이야기에 마음을 얻는 거 같다.

아울러 한국에서는 창작의 위대성,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국민의 자긍심과 직결되어 있었던 듯하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 국가적으로 모두가 영웅처럼 대한다. 자긍심을 가지고 지지를 하고, 국가적인 지지를 창작자들에 하는 것이 독특한 요소.

사용료 이슈에 대해

테드= 크리에이티브 회사와 인터넷 회사는 모두 최대한 좋은 프로젝트를 보여줄 수 있도록 협업해야. 넷플릭스가 인터넷 회사(ISP)를 위해 10억달러의 돈을 들여 오픈 커넥트(캐시 서버)에 투자. 이를 통해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 다양한 국가의 6000개 이상의 지점에 오픈 커넥트를 설치해 인터네이 빨라지도록 했고 계속 투자할 예정. 이걸 더 좋은 기회로 ISP와 협업. 컨수머 행복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숏폼이 대세인데 롱폼 만드는 넷플릭스의 돌파구는?

강동환 넷플릭스 부사장(이하 강동환)= 넷플릭스도 숏폼에 기회를 많이 보고 있다. 그래서 미국을 중심으로 코미디 클립으로 숏폼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굉장히 잘 할 수 있고, 함께 일하는 크리에이터들도 잘 하고 싶어하는 분야는 주로 영화, 시리즈, 미들폼이다. 미들폼 영역은 지속하고 싶다. 숏폼에 넷플릭스가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조금 들긴 하지만, 분명히 숏폼에서 관객이 즐거움을 얻는 부분이 있으므로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생각해볼 수 있는 영역이다.

테드= 숏폼을 좋아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그렇다고 젊은 사람들이 숏폼만 보는 건 아니다. 웬즈데이나 오징어게임, 기묘한 이야기 등이 나왔을 때 첫 주말에 굉장히 길게 시청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결국 원하는 건 숏폼인지 롱폼인지가 아니라 정말 좋은 스토리텔링인지이다.

IP를 계약할 때 창작자에 대한 보상은?

테드= 크리에이터와 프로듀서가 충분한 보상 받도록 해야 한다. 굉장히 경쟁이 심한 시장이므로 (플랫폼이) 같은 프로젝트를 놓고 싸우게 되기도 한다. 최대한의 보상을 해야 그분들과 협업할 기회를 잡고 넷플릭스를 통해 (그 작품을)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즌 1이 잘 되었을 때, 그 인기를 반영해서 시즌2에 보상하는 하는 방식을 갖고 있다. 시장 최고 수준으로 보상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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