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베꼈다고 주장하는 스마트스코어와 카카오VX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논란이 계속해 문제가 되는 가운데, 골프장 운영 플랫폼인 카카오VX와 스마트스코어 간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스마트스코어가 카카오VX를 상대로 기술과 디자인 베끼기 문제를 제기했더니, 카카오VX가 역으로 “우리가 특허 침해를 당했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카카오VX의 직원이 스마트스코어의 서버에 접속한 기록이 발견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사례는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이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유사한 서비스를 들고 신규 진출했다는 점, 양사가 서로 상대편이 자신의 기술을 베꼈다고 주장한다는 점, 상대 기업의 서버에 불법 접근한 정황까지 나왔다는 점 등에서 흥미롭다.

양사의 공방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까지 이들이 어떤 갈등을 겪어왔고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를 총 3가지 국면으로 나눠 살펴본다.

1국면: 스마트스코어 -> 카카오VX, 부정경쟁행위 금지 소송

소송전의 포문은 스마트스코어가 열었다. 스마트스코어는 지난 2015년 문을 연 골프장 운영 관리 서비스 플랫폼이다. 스코어 관리 기록지를 비롯해 경기 운영에 관련한 일련의 활동을 디지털로 옮겨 놓았는데, 골프 운영 플랫폼 시장의 85%를 점유하는 수준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카카오VX가 골프장 운영 솔루션을 출시한 시점은 2021년으로, 시장의 후발주자다. 스마트스코어 측은 카카오VX의 솔루션이 “태블릿에 점수를 기록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음식을 주문하는 등의 여러 기능의 UI와 UX가 자신들의 솔루션과 거의 흡사하다”고 봤다.

스마트스코어 측은 카카오VX의 골프 스코어 기록 솔루션이 자신들의 것과 디자인적으로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한다. 왼쪽이 스마트스코어, 오른쪽이 카카오VX 화면.

스마트스코어 측은 시장에 카카오VX가 아닌 다른 후발주자들도 서비스를 운영 중이지만, 그들과는 달리 카카오VX가 유난히 자신들의 솔루션과 똑같은 디자인으로 시장에 나왔다고 주장했다.

카카오VX는 이와 관련해 유사한 솔루션이 일본에서 먼저 선보였고, 현재 시장에 이미 6개 정도의 업체가 시장에서 활동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점수 기록 관리 솔루션이 기존에 종이로 된 기록지를 디지털로 옮겨 놓은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이나 기능이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고도 해명했다.

그러나 스마트스코어의 문제제기는 카카오VX의 기술 베끼기에 멈추지 않았다. 카카오VX가 골프장에 위약금을 대신 내주거나 무상 납품 정책을 펼치는 등,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부당한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카카오VX 측은 이와 관련해 “위약금을 대납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스마트스코어 측은 지난 3월, 기술 베끼기와 위약금 대납 의혹 등을 모두 문제 삼아 카카오VX가 부정경쟁행위를 했다면서 법원에 금지청구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내고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제소했다.

2국면: 이번엔 카카오VX -> 스마트스코어, 특허 침해 소송

스마트스코어가 소송을 제기한 지 한 달 후. 이번에는 카카오VX가 나섰다. 핵심을 말하자면, 카카오VX 측이 자사가 개발해 특허를 보유한 ‘티타임(청약)’ 기능을 스마트스코어가 쓰고 있다고 주장해 소송을 낸 것이다.

카카오 VX는 기존 소송과는 별개로 스마트스코어가 자신들의 기술을 쓴 것에 대한 소송이라 말하지만 스마 스코어 측은 기존 소송에 대항한 맞소송 성격이라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VX 측은 “자사가 특허를 가진 청약(티타임) 기능과 비슷한 것을 스마트스코어에서 쓰고 있는 것을 알아서 소를 제기한 것”이라며 “특허를 가진 기업이 다른 기업에서 이를 침해했다고 판단하면 소를 제기하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반문했다.

3국면: 스마트스코어 카카오VX가 해킹한 증거 있다

곧이어 카카오VX가 스마트스코어의 서버를 불법침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마트스코어 측은 “카카오VX가 2021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 2년간  총 801회에 걸쳐 해킹을 시도했다”며 “(해킹 시도에 사용된) IP는 총 4개로 추정, 실제로 접속된 횟수는 577회이고 이와 관련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킹의 목적과 관련해서는 “골프장과 관련된 내용을 주로 가져갔으며 솔루션 모방 및 영업확용 목적으로 보인다”고도 주장했다.

스마트스코어 측의 주장에 카카오VX 측은 곧장 자사 직원이 카카오VX의 관리자 페이지에 접근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필요한 인사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부 조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사건이 기술 탈취를 위한 조직적 해킹 사건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카카오VX 측은 “당사가 서비스하는 골프장 관제 스코어 솔루션 기획 과정에서 스마트스코어에서 당사로 이직한 직원이 스마트스코어의 관리자 페이지를 본인이 사용하던 계정으로 접속한 사실을 (4월) 20일에 발견했다”면서 “관련 직원은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필요한 인사조치를 취하겠다, 아울러 담당 임원의 관리 소홀 책임도 묻겠다”고 밝혔다.

카카오VX 측의 입장 발표에 스마트스코어는 더욱 발끈했다. 카카오VX가 사과를 명목으로 한 명의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해 사태를 축소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퇴사한 모든 직원의 계정을 즉시 삭제한다는 점, 카카오VX로 이직한 직원들의 모든 계정도 퇴사시점에 삭제 했음을 확인했다는 점 등을 들어 카카오VX 측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스코어 측은 “불법적으로 침입한 최소한 4개 이상의 카카오VX측 외부 연결 IP를 확인하였는데 이는 스위칭을 통해 배부되는 내부 IP 관점에서는 훨씬 더 많은 이용자가 침입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더불어 2년간 해킹의 시점과 그 주기 및 해킹의 목적지를 분석한 결과 당사의 서비스를 모방하기 위한 접근, 당사의 골프장 솔루션 운영현황과 골프장 계약기간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접근 등 기획, 운영, 영업 등 전방위 활용을 위한 다양한 목적성을 분명하게 보이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카카오VX 측은 “해당 직원이 이용한 계정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관리자 계정이었다”면서 스마트스코어 측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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