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메기일까 배스일까
애플페이는 메기일까, 생태계교란종인 배스일까.
애플페이가 지난 3월 21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가운데 서비스 출범 3개월 차를 향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애플페이는 한국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한쪽에선 애플페이를 결제 업계의 메기라고 평가한다. 애플페이가 제휴사인 현대카드의 신규 가입자를 늘리고, 최대 경쟁사인 삼성페이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반대편에선 애플페이를 생태계 교란종인 배스에 비유하고 있다. 애플페이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그동안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쳐왔던 삼성페이가 유료화 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결제 건당 수수료를 매기는 애플페이가 있다는 명분이 생긴 만큼, 삼성페이 입장에서도 유료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되면 카드사와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로 이어져 업계에선 애플페이를 배스의 관점에서 보기도 한다.
애플페이가 메기인지, 배스인지 각각의 입장에서 살펴봤다.
-메기라는 관점
먼저, 애플페이는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수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한 후 빠른 속도로 신규회원 수가 늘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애플페이가 출시된 후 지난 3~4월 카드사의 신규 회원 수는 현대카드가 36만9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국민카드가 26만7000명, 신한카드가 25만5000명, NH농협카드가 21만8000명, 롯데카드가 21만7000명 순으로 현대카드가 가장 많았다.
이 기간 동안 카드 발급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다. 애플페이가 출시된 지난 3월 21일부터 한 달간 현대카드가 새롭게 발급한 카드는 약 35만5000장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의 신규 이용자가 늘어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선 애플페이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아직까지 애플페이 제휴 카드사로 현대카드가 유일한 만큼,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수 급증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애플페이 진출로 인해 간편결제 사용자들의 편의성이 증대된 점이다. 삼성페이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와 손을 잡았다. 애플페이가 한국 진출을 발표하기 전만 해도 경쟁사였던 이들이 애플페이로 인해 하루 아침에 협력자가 됐다.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의 협력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윈윈 전략이기도 하다. 네이버페이는 그동안 고전했던 오프라인 결제 영역에, 삼성페이는 약점으로 지목된 온라인 결제영역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삼성페이 사용자는 약 55만곳의 네이버페이 온라인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구체적인 협력 내용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네이버페이처럼 윈윈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페이의 한국진출로 인해 그동안 경쟁사로만 여겨졌던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가 협력관계를 맺으면서 사용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삼성페이는 자체적으로 기능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애플페이의 한국진출 소문이 무성하던 지난해 말 삼성페이는 초광대역(UWB) 기반의 디지털 홈키를 탑재했다. 이외에도 탑승권, 티켓, 모바일신분증, 쿠폰 등의 기능이 담겼다.
결제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를 메기로 볼 수 있는 지점은 간편결제 업체들의 제휴와 사용자 편의성 증대”라면서 “국내 진출을 계기로 경쟁사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배스라는 관점
반대로 일각에서 애플페이가 배스로 지적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수수료 문제가 원인이다. 애플페이로 인해 삼성페이의 수수료 정책에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는 카드사에 결제 건당 0.15%의 수수료를 받는다. 반면, 삼성페이는 서비스 출시 이래로 카드사에게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몇 년 간 무료 정책을 펼쳐오던 삼성페이는 최근 카드업계에 사실상 유료화 통보를 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페이는 최근 카드업계에 오는 8월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전달했다. 업계는 사실상 삼성페이가 유료화를 하기 위한 의도라고 봤다. 일각에선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의 사례를 보고 명분이 생기자 서비스 유료화를 하겠다는 의도로 본다.
관련해 가장 고민이 많은 것은 카드 업계다. 카드업계는 삼성페이가 유료화할 경우 부담해야 할 수수료가 연간 규모가 1000억원 안팎이라고 토로한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소비자에게 비용전가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고금리,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카드사의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어쩔 수 없이 소비자에게 비용전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결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영향을 미치지만 결제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것 까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 애플페이는 메기와 배스의 역할을 둘 다 하고 있지만 크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페이가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제휴사, 기능 확대가 되어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