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상주의자들의 목소리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웹3가 세상에 도래했던 날, 사람들은 자유를 꿈꿨다. 플랫폼이라는 중앙화된 서버에 의해 검열되고, 개인정보라는 이용의 대가를 제공해야만 했던 웹2 시대 속, 이용자들은 더이상 중앙 집중화된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고 싶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데이터의 소유권을 플랫폼에서 개인으로 전환해 이용자들은 더 많은 인터넷 속 자유를 누리고 싶었을 것이다.

‘탈중앙’을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지금, 이러한 움직임이 무색하게 흉악한 소식이 시장을 맴돈다. 코인의 시세가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시 한복판에서 납치∙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기술에 생소한 노인들을 상대로 투자를 강요하는 코인 설명회가 우후죽순 열리고 있다. 다단계 및 투자 사기로 파산한 투자자들은 셀 수도 없다. 과연 이것이 이상적인 탈중앙화의 모습일까?

블록체인 이념의 출발은 사이퍼펑크(Cypherpunk)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이용자 성장에 의해 세상이 바뀌는 세상. 이는 블록체인의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기존 플랫폼이 독식하던 이용자의 지적재산권을 보상과 소유의 형태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 탈중앙화는 자유로운 민주주의를 꿈꿨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전부터 코스피 투자에서 손해본 보상해주겠다는 면목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더이상 돈을 마련할 없는 상태였지만, 담당자는 걱정하지 말라 안심시켰고 코인 매수를 유도했습니다. 저는 또다시 사기 당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현재는 마음만 졸이는 상태입니다.” – A 코인의 피해자

탈중앙화를 꿈꾸는 블록체인 시장에 사기와 범죄가 가득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법의 부재’다.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시장을 규율하는 법은 없다. 세계 최초의 가상자산 법안이라고 하는 유럽의회(EU)의 ‘미카(MiCA, Market in Crypto Asset)’가 최근에야 의회의 문턱을 넘었으며, 국내에서도 이제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럼 법이 마련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만 할까? 그것도 아니다. 어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법적인 기반이 갖춰줬어도 이용자들이 시장을 ‘돈’을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본다면 몰락의 길을 걷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블록체인 시장을 취재하다보면 10명 중 2명 꼴로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이념을 가지고 산업에 종사하는 자들을 만난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이 ‘국경’이라는 장치를 없애고 부국과 빈국의 장벽을 없앨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이 아예 불가능한 유토피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구가 약 3억인 인도네시아에선 제1금융권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인구가 400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 외의 국민들은 대부업체 같은 곳에서 돈을 빌리는데, 연간 이자율은 최대 365%에 달한다. 일주일에 이틀 일하면 하루 치를 모두 이자로 줘야하는 꼴이다.

탈중앙화 세계에선 지배와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 금융 체제 구조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1~3%의 사람들의 상황이 바뀐다면 현재의 불평등한 금융 체제는 무너질 지도 모른다. 디스토피아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조지 오웰의 저서 <1984>에 나오는 문구처럼 혁명이 있다면 프롤레탈리아(하위 계급)에게 있다.

블록체인 이상주의자들은 금융과 같은 권력을 통해 이익이 집중되는 체제를 벗어난다면 불평등한 구조에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블록체인이 이를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 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탈중앙화라는 생소한 이념이 자리잡을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울 지 모른다.

그렇지만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블록체인 이상주의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이들이 탈중앙화 세계에서 새로운 경제를 구축하고 조금이라도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를 바란다. 일확천금을 기대하며 매 1초마다 울고 웃는 투기만이 가득한 기괴한 세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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